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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母女)'라는 한자말에 잊혀진 '어이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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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母女)'라는 한자말에 잊혀진 '어이딸'

[어려운 말 대신 예쁜 토박이말]

[글로벌이코노믹=김영조 문화전문기자] 세종임금 때 청백리 영의정으로 유명한 황희정승과 관련된 얘기는 참 많습니다. 거기엔 속담도 있는데 “황희 정승네 치마 하나 가지고 세 어이딸이 입듯”이 그것이지요. 황희가 얼마나 청빈했던지 황희의 아내와 두 딸이 치마가 없어 치마 하나를 번갈아 입고 손님 앞에 인사했다는 데서 유래한 말인데 여기서 “어이딸”은 어미와 딸이란 말로 한자말 “모녀(母女)”와 같은 뜻의 말입니다. 바로 이 “어이딸”은 한자말을 좋아하는 사람들에 의해 모녀에게 안방을 내줬습니다.

▲ '어이딸'이란 토박이말은 한자말'모녀(母女)'에게 안방을 내웠다.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지난 주 MBC뉴스에서 “AI, 한파 여파 어디까지‥계란 파동 우려”라는 제목의 뉴스가 나왔습니다. 여기서 “계란”은 “鷄卵”이라고 쓰는 한자말임은 누구나 다 압니다. 그런데 "닭이 낳은 알"은 '달걀'입니다. '닭의 알→달긔알→달걀'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말이지요. 물론 계란이라고 해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되도록 쉽고 아름다운 토박이말을 쓰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조선시대에 한문에 익숙했던 양반들이야 한자말이 더 편했을지 모르지만, 일반 백성은 토박이말 위주의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다 서서히 토박이말이 한자말에게 안방을 내준 것이 한둘이 아닙니다. 바로 이 “달걀”도 “계란”에게 주인 자리를 내준 말의 하나인 것입니다. 우리 겨레를 차별화하는 토박이말이 다시 주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같이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