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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168)]제9장, 道가 없는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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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168)]제9장, 道가 없는 역사

위대한 철학가이자 대각을 얻은 승려로서 천년세월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동방의 부처라 불리는 원효를 자신에게 비유하다니!

하늘과 땅이 웃고 강아지가 웃을 일이어서 언급할 가치조차 없었다.
그리고 정말로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 하더니, 그 자의 잘 포장한 얄팍한 지식을 짐작하고도 남았다.

그러고 보니 알맹이 없는 지식을 현란한 말솜씨로 청중을 휘어잡다가 자취도 없이 사라지는 여러 유의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천하에 사기꾼으로부터 당한 돈이야 다시 벌면 된다. 그러나 특히 명성이 있는 자로부터 그릇된 지식을 한 번 받아들이면 굳어져버리기 일쑤여서 일반인들이 거짓을 진실로 알고 평생을 살 텐데 함부로 아는 체하는 자는 그 죄가 재물을 사기하는 것보다 무겁다.

한성민은 그리 생각했다.

“삼국을 통일한 신라가 인도 사위성에서 따온 말이라 했으니 우리의 역사가 또 한 번 왜곡되는 비극이라 아니할 수가 없소. 나라 이름마저 남의 나라 이름을 옮겨놓았다 했으니 민족의 정체성과 주체성 그리고 자존을 일시에 무너뜨려놓은 것이나 진배가 없어요!”

“생각해보니까 정말 그러네요! 자기 성(姓)이 없어서 주인의 성으로 족보를 만든 옛날 노비들과 같아요. 자기 민족의 뿌리를 그렇게 비하다다니! 양식이 없는 사람이군요.”
남편의 말을 듣고서야 그녀는 비분했다. 그 글을 읽을 때는 그저 그렇거니 하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따져볼 생각도 없이 자연스럽게 그렇거니 했던 그 자체가 이미 사대주의자들의 근성에 자신도 모르게 잘 길들여져 있었음을 그제야 자각했다. 그리고 여태 그랬던 자신이 개탄스러웠다.

“서라벌의 ”서”란 본래 우리의 순수 언어 물이란 뜻이오. 그리고 “라”는 태양의 순수 우리 언어이고 “벌”은 벌판이지요. 즉 “서”는 음인 땅을 일컬음이고 “라”는 빛이니, 신의 빛이 비추이는 땅이며 생명의 땅이란 뜻이오. 서울의 “울”은 울타리라는 뜻이니 “물이 울타리 한 곳”이 되지요. 즉 “물 울타리”가 한강의 본뜻이 아닌가 생각해요.”

“듣고 보니 일리가 있네요?”

“또 이렇게도 해석할 수도 있어요. 울은 어라, 얼, 얼라의 변음인데. 지금도 경상도에서는 아이를 얼라 또는 알라라 합니다. “얼”이나 “알”은 신의 영(靈)이란 뜻이고, “라”는 빛이지요. 즉 신의 빛으로 탄생한 영이 얼라요 알라입니다. 그리 보면 서울은 생명수인 물과 빛의 땅, 또는 신의 영이 깃든 땅이란 뜻이 됩니다. 이처럼 우리 민족은 어느 곳이든 항상 물과 빛, 내지 신의 영을 함축시켜놓았지요.”

“역시 우리는 천손민족이라 그렇군요!”

“그렇소! 천손민족이기에 중요한 언어는 모두 빛의 의미가 머금어져 있소. 신이 곧 빛이니까! 그리고 아까 당나라 현장이 한자로 의역(意譯)한 사위성의 사위(舍衛)란 말의 원어는 산스끄리뜨어로 스라바스티(Sravasti)라 하는데, 교살라국(憍薩羅國.범어 Kosala)의 수도 서울의 명칭이었소.”

“그럼 서라벌이나 신라 서울과는 음운상으로도 전혀 맞지가 않네요?”

“뿐만 아니라 현장이란 사람은 서기 600년부터 664년까지 생존했던 승려인데, 13세 때 인도로 출가해서 17년간 유학하고 돌아와 60권이나 될 만큼 방대한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摩訶般波羅密多若心經)을 207자로 음역(音譯)과 의역(意譯)을 겸해서 압축해놓았지요. 오늘날 반야심경이라 해서 가장 많이 암송하는 불경이 바로 그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