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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없는 우물안 중소기업 미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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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없는 우물안 중소기업 미래 없다"

中企전문 김기찬 교수 '동반성장 강소기업' 위한 고언

▲김기찬가톨릭대학교수.
▲김기찬가톨릭대학교수.


[글로벌이코노믹=이진우 기자] 중소기업 전문가인 김기찬 교수는 가톨릭대학(경영학과)에 재직하면서 중소기업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 산하의 상생협력연구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반성장3.0시대를 맞아 김기찬 교수로부터 중소기업 정책적 측면에서 동반성장 방향 및 중소기업 발전 해법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김 교수는 동반성장3.0시대에는 대기업의 역할 못지 않게 중소기업의 자구 노력과 중소기업 지원기관들의 연구개발(R&D) 중심 역할 전환을 강조했다.

“상생협력은 결국 대기업의 문제인 동시에 중소기업의 문제이기도 하다. 노무현 정부때부터 시작된 상생협력, 동반성장 정책은 한마디로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방법에 치중했다. 즉, 자생력을 상실한 한계 중소기업을 정상적인 중소기업으로 만드는 정책이 상생협력이자 동반성장이었다.”

김 교수는 우리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 문제점에 대해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댔다.

“지원 보호정책을 동원해 한계 중소기업을 정상 중소기업으로 만드는 방법도 있지만, 현재 정상인 중소기업을 핵심(전문) 중소기업, 글로벌 중소기업으로 키우는 방법도 중요하다.”

“여태까지는 한계 중소기업을 정상 중소기업으로 만들어 주기 위해 정부가 세금을 많이 투입했다. 하지만 이것은 중소기업을 경쟁력 있게 키우기보다는 한계 중소기업을 보호해 주는 쪽에 초점이 맞춰진 정책이었다.”
이같은 보호 위주의 중소기업 정책에 치중하다보니 중소기업들이 국내에 안주하는 문제를 낳았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그 때문에 국내에 아직도 이렇다 할 만한 글로벌 중소기업이 많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시행된 중소기업 정책 가운데 가장 잘못된 것으로 중소기업 글로벌 정책D을 꼽은 김 교수는 “국내에 안주하는 기업보다 해외에 도전하는 기업은 핵심 중소기업으로 연구개발(R&D)에 주력해 굉장히 성공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글로벌 중소기업의 매출 및 영업이익 비율은 내수기반 기업보다 2.1배 높게 나타났고, 이 수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매출 및 영업이익 비율 격차보다 더 크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이같은 문제 의식에서 볼 때 김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중소기업 핵심정책으로 ‘글로벌전문기업’을 설정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중소기업의 최대 약점은 전문기업으로 가지 않고 잡화기업으로 간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특화된 전문기업이나 해외시장에 도전하는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가야 한다.”

그렇다면 전문기업, 글로벌 기업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김 교수는 “우선 중소기업이 해외로 진출하려면 두가지 길이 있다”면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해외시장용 제품을 보유해야 하며, 그리고 이런 제품을 사 줄 수 있는 글로벌 마켓을 발굴해야 한다. 즉 종합상사처럼 중소기업 해외진출 지원 기관들이 잘 팔릴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머천다이징(Merchandising) 역할과 이를 통해 사 줄 수 있는 구매자를 찾아내는 마켓 디벨로핑(시장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돈을 많이 투입한다고 해서 수출이 많이 되는 것 아니라고 꼬집은 김 교수는 현지 중소기업 수출지원 기관들이 업체들은 해외 전시회에 많이 데려가는 정책을 비판했다.

“전시회에 신제품, 신기술 없는 기업을 데려가면 아무 쓸모가 없다. 무조건 데려가서 바이어에 보여주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신기술, 신제품 보유 기업을 데려가거나 찾아내거나 만들어서 해외 수요와 연결해 주는게 바로 수출지원 기관의 역할인데 우리나라는 이런 역할이 빠져 있는게 현실이다.”

아울러 김 교수는 중소기업에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요즘 화두로 떠오른 경제민주화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경제민주화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그렇지만 해외시장에 도전하려는 중소기업들의 의지는 여전히 약하다. 이것은 중소 기업인들의 기업가 정신의 결여이기도 하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야 한다고 김 교수는 역설했다.

“자기 영역을 넓혀 국내시장만 키우려 하지 말고, R&D에 치중해야 한다. 독일의 수출강소기업인 히든챔피언들은 매출대비 R&D 투자 비중이 5% 이상이며, 개발의 깊이도 깊고,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히든챔피언기업은 매출의 60%가 해외에서 창출되고 있다.”

또한 R&D를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역할도 재조정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내 정부출연구기관들이 20개 이상 운영되며, 매년 5조원 이상 예산을 쓰고 있지만 정작 R&D를 통한 제품 시장화로 이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것은 전문용어로 R&D 패러독스(역설)이라 하는데 연구기관들이 중소기업들을 고객으로 생각하고 R&D 개발에 많이 참여하고 앞장 서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의 기본 방향을 기획 10%, 집행과 평가 90%라고 소개한 김 교수는 수출 중소기업을 해외 전시회에 데려가는 프로세스나 지원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성공할 수 있는 기업을 데려가서 실제로 성공시켜느냐가 지원의 진정한 의미이며, 평가 기준이라고 부연설명했다.

결국 정부가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등을 시정 개선하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중소기업을 전문기업,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해 중소기업도 대기업처럼 해외에서 돈을 벌도록 해야 진정한 대·중소기업간 상생 및 동반성장의 기틀이 구축된다는 게 김 교수의 동반성장3.0 패러다임 요지였다.

김 교수는 “중소기업이 국내에서 돈을 벌든 시대는 지났다”고 언급한 뒤 “일본의 중소기업 수가 36만~37만개였는데 침체를 겪으면서 10만개 가량 줄었는데 그 대부분이 국내시장에 안주했던 기업이라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중소기업들도 한국에 한 번 팔고, 미국 중국에서도 한 번 더 팔아야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