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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 280개를 시로 지은 이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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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 280개를 시로 지은 이응희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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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김영조 문화전문기자] 답답한 가슴을 수박 한 덩이로 씻을 수 있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위는 조선중기의 시인 옥담(玉潭) 이응희(李應禧, 1579~1651년)의 시입니다. 그는 광해군 때 대과(大科) 초시(初試)에 합격하였지만 광해군의 실정을 보고 벼슬에 뜻을 접고 경기도 과천의 깊은 골짜기인 수리산 아래서 책을 벗하며 살았지요. 살림이 워낙 가난해 콩죽을 끓여 먹고 사는데 아내와 자식들이 밥상에 고량진미 없음을 한탄하자 “고량진미 말 할 것 무엇 있나. 고기반찬도 무상한 것을 모르냐?”는 시를 읊으며 지냅니다. 그의 시는 두보의 시를 닮았다고 할 정도로 자연을 소재로 한 빼어난 시가 많고 ‘숯장수의 고생[賣炭苦]’ 같이 어렵게 살아가는 이웃 하층민의 고통을 시로 표현한 작품이 많이 전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응희가 지은 〈만물편〉이라는 280수 연작시는 백과사전를 방불케 하는 작품으로 여기에는 세상만물을 음양류(陰陽類)ㆍ화목류(花木類)ㆍ과실류(果實類)ㆍ곡물류(穀物類)ㆍ소채류(蔬菜類)ㆍ어물류(魚物類)ㆍ의복류(衣服類)ㆍ문방류(文房類)ㆍ기명류(器皿類-그릇)ㆍ악기류(樂器類)ㆍ재물류(財物類)ㆍ음식류(飮食類)ㆍ약초류(藥草類) 등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특히 어물류는 다시 동해산류(東海産類)ㆍ서해산류(西海産類)ㆍ강어류(江魚類)ㆍ천어류(川魚類)로 나누어 총 25류로 분류할 정도로 세분화된 사물을 오언율시로 표현한 사례는 한시사(漢詩史)에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독특한 것이라는 평을 받습니다. 생선 가운데 <청어(靑魚)〉를 보면 청어 사진을 보는 양 자세하면서도 정감이 넘치는 게 이응희 시의 맛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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