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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대의 의학소설(9)]말할 수 없는 의혹은 커져만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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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대의 의학소설(9)]말할 수 없는 의혹은 커져만 가고…

[정경대의 의학소설(9)] 생명의 열쇠


2. 혼란의 시간들


말할 수 없는 의혹은 커져만 가고…


[글로벌이코노믹=정경대 한국의명학회장] 소산은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어서 고개를 갸웃하고 말했다. 그동안 어머니 잔병을 없애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었다. 아버지도 그랬고 자신도 아버지가 썼던 처방대로 어머니를 치료하였지만 별로 효과를 못 보았다. 치료도 예방도 결과는 항상 마찬가지였다.

“응, 나도 아버지가 하시는 말씀 기억해. 어머니가 너무 찬 체질이라서 그렇다며 약을 참 많이 먹이셨어. 그런데 뭐가 이상해? 어머니가 유달리 추위를 많이 타셨고 또 손발이 얼음처럼 차셨거든?”

“그건 나도 알아. 그래서 아버지가 거의 일 년에 한 번은 산삼까지 구해다가 어머니께 드렸어. 또 뜸도 많이 뜨고……. 그런데도 왜 예방이 되지 않았을까? 어떤 사람들은 산삼 먹고 앓는 암도 나았다는 말도 있는데……?”

“으응……. 그러고 보니 좀 이상하기는 하네? 그럼 아버지가 약을 잘못 쓰셨나? 하지만 그렇지는 아닐 거야. 병원에서도 못 고치는 병을 아버지가 고치셨다는 말도 많이 들었으니까……. 그러신 아버지가 설마 엄마한테 약을 잘못 써셨을 리가 있겠어?”

“그래 너의 말이 맞다. 어머닌 몸이 많이 냉하셨고 늘 추위를 못 견뎌하셨으니까 당연히 아버지가 산삼을 드시게 하셨겠지.”

“오빠, 이젠 그런 이야기 그만 해 응? 오빠가 의사도 아니고 자꾸 생각하면 마음만 괴로우니까.”

“하긴 그래 하지만 그만 생각해야지 하면서도 자꾸 생각이 나서……?”

“오빠도 어쩔 수 없이 아버지를 닮는가 봐.”

“글쎄 그럴지도 모르겠네……. 그만 내려가자.”

소산이 웃음지어 보이고는 발길을 옮겼다. 딱히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의혹이 떨쳐지지가 않았다. 분명 어머니는 몹시 추위를 타는 체질이었다. 그래서 산삼을 비롯해 온갖 약을 다 쓰고 뜸을 뜨는 등 그에 맞는 치료를 다하였다. 거기다가 대기오염이 심한 도시에서 생활한 것도 아니었다. 산중 집에서 청정한 물로 지은 밥을 먹고, 채소 고구마 감자 땅콩 사과 배 등등 일상 먹거리는 야산에서 손수 기른 유기농이 아니면 입에 조차 대지 않았다.

그랬는데도 예방은커녕 잔병도 낫지 않았고 급기야는 위암까지 앓았다. 그리고 모진 고통을 호소하다가 끝내 세상을 떠나고 만 어머니의 처절한 운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이해할 수도 없고 그럴 마음도 나지 않았다. 아버지처럼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거나 천수가 다한 나이였다면 운명이라 체념이라도 할 수 있을 텐데 그런 것도 아니었다.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hs성북한의원 학술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