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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임당과 쌍벽…'女君子' 해평 윤씨는 우리시대의 師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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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임당과 쌍벽…'女君子' 해평 윤씨는 우리시대의 師表"

[스페셜-신창호 고려대 교양교육실장]

'구운몽'의 서포 김만중 어머니로 두 아들 대제학으로 키운 시대 최고의 교양인

명문가 출신의 청상과부로 家長 역할 한 위대한 어머니…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성공추구한 교육 아닌 '사람의 길=삶의 가치' 가르치는데 혼신…오늘날의 귀감

가치혼동 시대 선비정신과 인의예지신 등 다양한 가치로 '오래된 미래' 보여줘

▲신창호고려대교양교육실장
▲신창호고려대교양교육실장
[글로벌이코노믹=노정용기자] 한국 고전소설의 대표작 서포 김만중(1637~1692)의 『구운몽』과 『사씨남정기』는 잘 알다시피 그의 어머니(정경부인 해평윤씨)를 위해 하룻밤 만에 지은 소설이다. 그런데 그동안 해평윤씨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최근 고려대 평생교육원에서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율곡 이이의 어머니 신사임당을 능가하는 ‘여군자(女君子)’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할아버지(윤신지)가 선조의 부마가 되면서 할머니인 정혜옹주의 훈자에 의해 당대 최고의 학식과 정견을 갖춘 해평윤씨는 광산 김문에 출가, 정축호란에 남편(김익겸)이 순절함으로써 청상과부로서 두 아들(김만기‧김만중)을 대제학에 오르게 하고 손녀딸을 숙종의 왕비에 오르게 만든 위대한 어머니였다.

우리나라 최초로 여성대통령이 탄생한 가운데 이번 학술대회를 준비한 고려대 신창호 교양교육실장을 만나 어머니 교육과 대학 교양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인터뷰했다. <편집자 주>

-서포 김만중의 어머니 정경부인 해평윤씨를 재조명하는 학술대회가 지난 5월 24일 고려대학교에서 열렸습니다. 그것을 기획하여 윤씨부인을 재조명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지만, 한 사회의 사표(師表)가 될 만한 훌륭한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전통교육을 공부하는 교육학자로서, 제가 볼 때, 윤씨부인의 행적은 현대 한국 사회의 상황을 고려할 때, 교육적으로 매우 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단순하게 윤시 가문이 당대 최고의 집안이었고 호란을 겪으면서 지내온 인고의 세월과 역경 극복의 역사적 사실 차원을 넘어, 교육적 시선으로 볼 때 그러했습니다. 왜냐하면, 어려운 상황도 있었지만, 충분히 호사스런 생활을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소하고 절약하며 청빈하고 인자한 품성을 지니고 그것을 자식과 손자들에게 철저하게 교육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율곡 이이의 어머니 신사임당이 한국 어머니의 대표상으로 인식되어 왔는데, 신사임당과 해평윤씨를 비교한다면, 어떤 차원에서 구분할 수 있는지요?

“물론, 사임당 신씨의 경우, 더 이상 설명하지 않더라도, 전통적인 한국의 어머니상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물을 비교할 때, 자칫 잘못하면 ‘어떤 분이 어떤 분보다 낫다’라거나 ‘어떤 분은 어떤 분에 비해 못하다’라는 식의 편중된 평가를 하기 쉽습니다. 그런 차원보다 진정으로 고민할 부분은, 일반 대중들의 경우, 특정한 인물에 대해 환상을 갖거나 기존의 평가에 매몰되어 중요한 많은 인물들에 대해 고려할 기회조차 박탈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윤씨부인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당대 조선을 이끌었던 훌륭한 지도자를 교육했던 분인데, 그 동안 제대로 발굴하여 소개하지 못했던 경우이지요. 율곡 선생의 경우 조선을 대표하는 정치가이자 학자 관료임에 분명합니다. 하지만, 율곡 선생보다 높은 벼슬을 하거나, 학식에서도 상당한 수준에 이른 분을 길러낸 어머니라면, 그 어머니가 지니고 있었던 교육 정신을 객관적으로 되돌아보고 현대적 가치를 음미할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정경부인 해평윤씨의 경우 시쳇말로 ‘빵빵한’ 가문(2대에 걸쳐 영의정을 지낸 명문 가문)에서 자랐습니다. 그러한 배경이 지혜와 총명을 갖춘 위대한 여인으로 만든 건 아닌지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흔히 말하면, 최고위층, 상위 0.1%에 속하는 가문 출신이므로, 그런 집안 배경과 교육 환경이 위대한 여인으로 성숙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런 집안 배경을 비판할 수도 있습니다. 현대적으로 이해하면, 부르조아 계급이 교육을 통해 계급재생산을 확대하는 것과 유사하게, 조선시대라는 상황은 ‘그런 정치경제적 권력을 가진 집단에서는 훌륭한 인물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조선시대의 교육이라는 것이, 일반 민중들에게는 매우 낯선 것입니다. 민중들은 쉽게 말하면 먹고살기가 바빠요. 오늘날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것처럼 제도적 교육을 받을 정도로 한가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백성들은 문맹 수준이에요. 근대 사회이전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지식 체계를 갖춘 수준 높은 교양은 흔히 말하는 양반이나 귀족 계급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윤씨부인의 경우, 양반이나 귀족계급이면서도 그 정신만큼은 백성을 지향하고 있었다고 판단됩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윤씨부인을 ‘여군자(女君子)’ 또는 ‘여사(女師)’로 명명하며 숭앙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요?

“‘군자(君子)’ ‘사(師)’와 같은 말은 전통사회, 특히 유교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매우 고귀한 범주에 속하는 용어입니다. 성인군자(聖人君子)라고 하여 성인과 혼용할 정도로 최고로 인격을 갖춘 인간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군자는 서양의 젠틀맨(gentleman)에 해당하는 개념으로 교육받은 사람, 혹은 교양있는 사람으로서 지도적 인격을 갖춘 사람을 가리킵니다. 사회지도급 인사로서 리더십과 인격, 학덕(學德) 등 그 사회의 모범으로서 존경받는 인물을 말합니다. 그리고 사(師)의 경우,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이 있듯이, 전통적으로 자신이 섬기는 군주나 모시는 부모와 동일한 지위에 배움을 베푸는 스승을 자리매김해 왔습니다. 그 만큼 소중하고 존경할만한 인물이라는 의미이지요. 윤씨부인의 경우, 자식교육이나 삶을 대하는 태도나 정신으로 볼 때, 여인이라고 할지라도 군자(君子)나 사(師)로서 충분히 존중할 가치가 있기 때문에, ‘여군자(女君子)’ 혹은 ‘여사(女師)’라는 호칭을 붙인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윤씨부인의 덕행과 자녀교육이 우리 현대에 시사하는 점은 무엇인지요?

“학술대회를 기획하면서 해평 윤씨 집안 관계자에게 해평 윤씨 가문에서는 윤씨부인을 어떻게 호칭하는지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그냥 ‘윤부인’으로 부른다고 하더군요. 아마 ‘윤씨’니까 본관을 높여 부르는 ‘씨’를 생략하고 거기에 ‘부인’이라는 높임말을 붙여 ‘윤부인’으로 부르는 것 같아요. 학술대회에서는 윤씨부인에 대해 다양한 차원에서 논의 되었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여군자’ 혹은 ‘여사’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고, 교양인이자 교육자로서의 모습도 구명되었습니다. 후손들의 기록에 의하면, ‘윤씨부인의 성품은 순수하고 아름답고, 식견은 높고 깊으며, 절조는 곧고 깨끗하며, 인덕은 검소하고 부지런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런 덕행을 바탕으로 윤씨부인은 1인 3역을 소화해 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스스로 명문가의 자손으로서 품위를 유지하며 교양을 실천하여 정경부인의 자리에 오른 충실한 부인이자 어머니였습니다. 또한 전쟁터에서 남편을 잃은 후에는 한 집안의 가장이었고,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