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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178)]제10장, 정의의 허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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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178)]제10장, 정의의 허울

한성민 부부는 붓다가야에서 찬란한 불교문명을 꽃피운 그 옛날 흥왕했던 사위성(舍衛城)으로 가서 잡초만 무성한 황량한 벌판만 둘러보고 죽림정사(竹林精舍.범어 Venuvana)로 향했다. 죽림정사는 빔비사라 왕(Bimbisara.마갈타국의 왕)이 지어 부처님께 바친 불교 최초의 가람이다.

빔비사라 왕은 석존(釋尊)을 존중해 불교에 귀의했으나 전설 같은 비극을 맞이한 임금으로도 유명하다. 제위 50년 만에 반란을 일으킨 아들 태자가 자신을 감옥에 가두어놓고 음식을 주지 않아서 굶어죽은 인물이었다. 그런데 죽기 전에 아들 몰래 몸에 꿀을 바른 왕비가 감옥에 들어가 옷을 벗어 남편이 꿀을 핥아 먹게 해 잠시나마 허기를 면하게 해주었다는 눈물겨운 이야기가 전해진다.
빔비사라가 나중에 불교에 귀의하여 죽림정사라는 가람까지 보시하였으나 그가 전생에 지은 업이 그 보다 더 컸던 것은 아닐까?

아무튼 옛 전설의 주인공이 지어 바친 정사는 온데간데없고, 죽림(竹林)이라 불리던 무성한 대나무는 베이고 파여서인지 여느 집 뒤 언덕에 촘촘히 심어놓은 바람막이 대나무밭을 보는 듯했다.

그리고 부처가 손수 옷을 빨고 손발을 씻었다는 연못도 비바람에 퇴화되어 웅덩이처럼 초라해 부처의 자취를 더듬어보기 어려운데, 그나마 인간본성의 진실을 말해주듯 불법의 상징인 연꽃만은 아름답게 꽃을 피웠다.

그런데 그들 부부는 부처가 생전에 참선하며 한 숨에 태양의 빛을 삼켰다는 영축산에 올라 일출을 구경하고 나서였다. 본래 계획한 대로라면 여행을 마쳐야 하는데 부득이한 사정으로 귀국 일을 며칠 연장하지 않으면 안 될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유학시절에 사귄 친구이자 남인도의 대 바라문인 힌두의 성자 스와미지한테 안부전화를 했다가 그만 그의 간절한 방문 요청을 받고 말았던 것이다. 거절하기엔 너무 많은 신세를 졌고 정도 깊었던 사람이라 마지못해 승낙했다.

최철민은 한성민 부부가 예정보다 많이 늦게 귀국한다는 연락을 받고는 내심 쾌재를 불렀다. 마지막 계획을 실천에 옮길 기회를 엿보고 있었는데 거사 전에 그들 부부가 귀국하면 아무래도 눈치 채일 우려가 다분해서 염려하던 차였다.
그동안 수련에만 열중하는 사람으로 비치도록 표정관리를 잘해온 덕에 아무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방송과 언론에서는 연일 러브호텔 테러와 사채업자의 돈을 뺏은 강도, 그리고 의사들을 폭행한 사건을 보도하고 있어서 나라가 온통 그 이야기에 난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