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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노서리 215번지에서 출토된 금목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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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노서리 215번지에서 출토된 금목걸이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 추천유물 1]

[글로벌이코노믹=정석현 기자] 한국문화에는 문화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큽니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알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저희 한국문화신문 <얼레빗>은 문화재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독자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연재하려고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의 하나로 국립중앙박물관의 도움을 받아 “큐레이터 추천유물”을 연재합니다. 큰 관심 기대합니다. (편집자 알림)

▲ 경주 노서리 215번지 무덤에서 출토된 금목걸이[金製頸飾], 신라 6세기, 길이 30.3㎝, 보물 456호 작은 금환을 연결하여 금구슬을 만들고 그 사이사이에 수많은 금달개를 달은 이 금목걸이는 비취빛의 커다란 곱은옥 1점을 가슴 중앙에 달았습니다. 이 명품 목걸이는 신라 무덤에서 발견된 금목걸이 중에서 가장 화려합니다. 명품 금목걸이가 발견된 노서리 215번지 무덤은 4~6세기 신라의 최상류층의 무덤이 모여 있는 경주 중심가의 대릉원 근처에 위치하며, '호우(壺杅)‘명 청동합이 출토되어 유명한 호우총(140호) 서남쪽 호석과 맞물려 있습니다.
명품은 우연히 발견되기도 한다..... 이 금목걸이는 우연히 발견되었습니다. 1933년 4월 3일 경주읍 노서리 215번지에서 김덕언이라는 사람이 호박씨를 뿌리려고 땅을 갈다가 곱은옥, 대롱옥, 금반지, 금귀걸이 등을 발견하여 경주경찰서에 신고하였습니다. 당시 조선고적연구회의 조수로 있던 아리미츠 고이치[有光敎一]가 조선총독부에 파견되어 조사를 해보니, 귀걸이나 반지 등이 세트가 아닌 점을 수상히 여겨 4월 12일부터 19일까지 1주일 정도 긴급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그 결과 경찰서에 보관 중인 귀걸이와 쌍으로 보이는 귀걸이 한 짝을 비롯해서 금제구슬, 금은 팔찌와 반지, 신라 토기 몇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확인된 귀걸이의 위치로 보아 무덤의 주인공은 동쪽에 머리를 두고 묻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 경주 노서리 215번지 발굴조사(1933년 촬영), 무덤 내부를 노출하는 모습(오른쪽)
가장 화려한 목걸이는 어떻게 생겼을까? 신라 목걸이는 옥으로 만든 구슬류가 대부분인데, 금ㆍ수정ㆍ경옥ㆍ마노 등으로 만든 것도 있습니다. 금으로 만든 목걸이의 경우, 금판을 두드려서 반원모양으로 만든 뒤 공처럼 접합하여 만들거나 금사슬처럼 꼬아서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경주 노서리 215번지 무덤에서 발견된 금목걸이는 새김눈을 한 가는 금환을 상하로 각각 6개씩 연결하여 하나의 구슬형태로 만들었습니다. 이 구슬에 또 나뭇잎모양의 달개를 5개씩 매달았습니다. 이러한 달개도 그냥 만든 것이 아니라 달개의 가장자리를 안쪽으로 말고 새김눈을 새겨서 화려함을 더하였습니다. 이러한 금제구슬 77점과 비취빛 곱은옥 1점을 연결하여 하나의 목걸이를 만들었습니다. 신라의 가장 화려한 목걸이입니다.
금목걸이 뿐만 아니라..... ▲ 경주 노서리 215번지 출토 금팔찌, 보물 454호 무덤에서는 굵은고리 귀걸이, 금은팔찌, 반지, 토기 몇 점이 발견되었습니다. 반지는 표면에 새김눈을 표현하였으며 금팔찌는 새김눈으로 용무늬를 새겨 넣었습니다. 반면에 은팔찌는 아무런 장식도 하지 않았습니다. 무덤 내에서 확실히 확인된 것은 금은 장신구 뿐이며, 목곽의 적석부 동남쪽 끝 부분에서 대형 항아리가 1점 발견되었습니다. 그 항아리 내부에는 굴, 대합, 논우렁, 소라, 전복 등의 패각류와 물고기뼈, 새뼈가 있었습니다. 이것들을 수습하여 아래를 살펴보니 뚜껑접시 등 50여점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황남대총 봉토에서 확인된 대형 항아리 안에 담겨있던 접시, 새뼈, 패각류 등과 동일한 것으로 제사와 관련된 것이라 생각됩니다.
경주 노서리 215번지 무덤과 호우총은령총 무덤과의 관계는? ▲ 경주 노서리 215번지 배치도 노서리 215번지 무덤과 호우총 ㆍ 은령총 세 개의 무덤이 잇달아 만들어졌습니다. 따라서 만들어진 모양을 보면 이 세 무덤 간의 선후관계를 알 수 있습니다. 일단, 호우총과 은령총은 황남대총처럼 2개의 무덤이 연접된 표형분이며, 먼저 은령총이 만들어지고 호우총이 연이어 만들어졌습니다. 그렇다면 이 두 무덤과 노서리 215번지 무덤의 선후 관계가 중요해집니다. 호석의 중첩 관계를 통해 살펴보면, 노서리 215번지 무덤의 적석 윗부분에 호우총의 호석이 놓여져 있어 노서리 215번지 무덤이 먼저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출토유물의 연대를 보아도 이와 동일한 상황입니다.
화려한 목걸이 속에 담긴 슬픈 이름 2..... 보통 발굴조사 등으로 박물관에 소장되는 다양한 유물들은 입수된 연유 등에 의해서 사람의 주민등록번호처럼 일련번호가 주어집니다. 따라서 1점의 유물에는 하나의 번호가 부여됩니다. 그런데 노서리 215번지 무덤에서 출토된 굵은고리 귀걸이나 금목걸이의 경우는 이상하게도 2개의 번호가 주어집니다. 그 이유는 발굴 직후 일부 유물이 일본으로 반출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1933년 당시 긴급조사를 담당한 일본 고고학자 아리미츠[有光敎一]는 노서리 215번지 무덤에서 출토된 유물 중에서 금귀걸이와 금팔찌 1쌍 중 1점씩, 77점의 금목걸이 중 반을 가지고 일본으로 돌아갔습니다. 이후 일본 동경제실박물관에 기증되었습니다. 다행히도 1966년 한일 반환 협정으로 노서리 215번지 황금장신구류 등을 비롯한 이 문화재가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원래 남아있던 금귀걸이 1점과 금목걸이는 관리를 위해 본관품 번호로 등록되었고, 1966년에 반환받은 나머지 금귀걸이와 금목걸이는 새로 박물관에 들어왔기 때문에 신수품 번호로 등록되어 2개의 이름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소개된 유물은 모두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이며, 허가 없이 복제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