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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의 강인한 생명력을 찾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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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의 강인한 생명력을 찾으세요"

[정경대의 의학소설-생명의 열쇠(42)]

생명의 열쇠(42)


6. 참 의도를 찾다


"은행나무의 강인한 생명력을 찾으세요"


[글로벌이코노믹=정경대 한국의명학회장] “잎이 하나도 없어서 죽은 것 같지요?” “네.”

수월은 그의 물음에 무심코 대답했다.

“하지만 봄에 잎이 나니까 안 죽은 거지요. 가을에는 열매를 맺고.” “그럼요.” 수월은 아이한테나 해주는 당연한 말이라 그냥 예사롭게 대답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딴 데 있었다. 불치의 병마에 시달리는 그녀에게 힘과 용기를 줄만한 말을 줄곧 찾다가 겨울을 나는 은행나무가 적절한 비유가 될 것 같아서 한 말이었다. 불치의 병마에 시달리면서 처녀로서의 꿈과 희망, 그리고 행복을 놓아버렸을지도 모를 그녀에게 은행나무의 강인한 생명력을 자신에게서 찾으라고 말해주려 하였다.

“그러니까 추위라는 병이 아무리 몸을 할퀴어도 자기 생명을 꿋꿋이 지키고 있지요. 봄을 기다리면서.”

“……!”

수월은 그제야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대충 짐작이 갔다. 하지만 무어라 대꾸하지 않았다.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잠자코 기다리기로 하였다.

“수월 씨도 이 은행나무처럼 강인하게 생명을 지켜주기 바랍니다! 인간은 나무보다 위대한 생명력이 있습니다!”

소산은 마치 맹세라도 하라고 강요하는 것처럼 강한 어조로 단호하게 말했다. 그의 말은 그녀로 하여금 뜨거운 불덩이 같은 열정을 느끼게 하였다. 별로 설득력이 뛰어난 말이 아닌데도 가슴을 뭉클하게 하였다. 적당한 인사치레가 아니라 진심을 실은 강한 어조가 식어버린 그녀의 가슴을 감동시켰던 것이다.

“네.”

수월은 무언가 소용돌이치는 말들이 가슴 가득하였으나 겨우 입술만 열어 대답했다.

“사실 오래 전부터 해주고 싶었던 말이 있습니다.”

“네? 무슨 말을……? 어서 해주세요!”

수월은 뜻밖의 말에 놀랐다. 어쩌면 기대하고 있던 말인지도 몰라 어서 듣고 싶어 조르듯 재촉하였다.

“별 말이 아닙니다. 솔직히 전에 수월 씨가 어지럼증으로 침을 놓아드릴 때 느꼈었지요. 잘못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수월 씨가 보편적인 삶의 가치를 놓아버린 사람처럼 보였거든요.”

“그러셨어요? 사실 그런지도 모르죠. 아시잖아요?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 저의 병을!”

힘없는 그녀의 목소리는 바뀌지 않았다. 그리고 실망감이 묻어나오는 느낌마저 주어서 그는 잠시 말문을 닫았다. 하지만 그는 해주고 싶은 말을 멈추지 않기로 하고는 보다 더 역동적으로 말을 쏟아냈다.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hs성북한의원 학술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