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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조각이 아름다운 경천사 10층 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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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조각이 아름다운 경천사 10층 석탑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2554)]

[그림경제=김영조 문화전문기자]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에 들어서면 우람한 석탑이 천정을 찌를 듯한 자태로 서 있는데 5층 높이의 이 거대한 탑은 국보 제86호 경천사 10층 석탑입니다. 언뜻 보기에도 박물관에 놓여 있을 탑이 아닌 듯 보이는 이 석탑은 원래 경기도 개풍군 광덕면 중연리 부소산의 경천사에 있던 탑으로 1348년(충목왕 4) 건립된 탑입니다. 이 탑이 있던 경천사는 ≪고려사≫ 기록에 따르면 고려 왕실의 제삿날에 종종 추모제를 지냈던 곳으로 왕실의 왕래가 잦았던 절입니다.

▲ 국보 제86호 경천사 10층 석탑(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석탑의 1층 탑신석에 따르면 발원자는 대시주 중대광 진녕부원군 강융(姜融) 등 여러 명이 왕실의 안녕과 국태민안을 기원하면서 일체 중생이 모두 성불하게 되기를 비손하는 뜻에서 1348년 3월 조성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경천사 석탑에는 목조건축의 기둥과 공포, 난간과 현판이 잘 표현되어 있고 기와가 정교하게 표현된 지붕돌(옥개석)로 덮여 있으며 기단부에는 불법을 수호하는 형상으로 밑에서부터 사자, 용, 연꽃, 소설 ≪서유기≫의 장면, 그리고 나한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1층부터 4층까지의 탑신부에는 부처의 법회장면이 총 16장면으로 새겨져 있고 5층부터 10층까지는 합장 모습의 불좌상이 아름답게 새겨져 있습니다.

▲ 석탑 2층과 3층에 새겨져 있는 불회 장면의 모습. 2층 탑신석 남면 ‘화엄회’(왼쪽)과 3층 탑신석 남면 ‘소재회’(오른쪽) /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경천사 석탑이 이 자리에 오기까지는 수난을 겪어야 했는데 1907년 순종의 가례에 일본 특사로 온 궁내대신 다나카 미스야키(田中光顯)가 석탑을 일본으로 맘대로 가져가버리는 사건이 그 시작입니다. 석탑 반출은 곧바로 문제가 되어 <대한매일신보>에 10여 차례 이상의 기사와 논설이 빗발쳤고 미국인 헐버트(Homer B. Hulbert)와 영국인 베델(Ernest T. Bethell)은 일본의 영자 신문과 <뉴욕 포스트(New York Post)> 따위에 다나카의 경천사 석탑 불법 약탈을 폭로하였지요. 그 결과 1918년 11월 15일 석탑은 국내로 돌아오게 되어 1919년 박물관의 품에 안기게 된 것입니다. 그 뒤 석탑은 국립박물관에서 여러 차례 훼손된 부분을 수리하여 2005년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개관 때 현재의 위치에 세워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