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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206)]제11장, 미래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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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206)]제11장, 미래를 위하여

선희의 눈시울이 뜨거웠다. 자매처럼 또 어떤 때는 친구처럼 늘 마음을 헤아려주는 올케가 곁에 있어서 든든했다. 언제부터인가 유일한 의지처였던 오빠보다 올케가 더 믿음직스러운 마음의 기둥으로 자리 잡아 혼자인 슬픔도 외로움도 없었다. 거기다가 시골에서 함께 생활하겠다는 올케의 마음에 감격했다.

한편 침묵하며 여러 가지로 생각에 잠겼던 그는 비로소 마음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와 나란히 선 두 사람의 어깨를 가지런히 잡아 말했다.
“둘이 다정하게 서있는 모습이 보기 좋군!.......선희야, 너의 뜻대로 하자. 이제는 너를 혼자두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마음대로 글도 쓰고.......!”

“고마워요!”

선희와 아내가 동시에 대답했다.

“여보, 서울 언제 가실 거예요? 준비해야지요.”

“아직 멀었소. 그런데 당신은 내가 왜 서울 가려하는지 궁금하지도 않소?”

“그야.........?”
“오빠는 차-암! 언니나 저나 오빠가 무엇을 하건 무조건 따른다는 거 모르나봐! 그러니까 묻지 않지요.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오빠는 그런 우리 맘 알아야 해요.”

“맞아요! 당신은 여태 그것도 모르시면서.......!”

“하, 이거 참 둘이서 짜고 나를 꼼짝 못하게 하는군! 아무튼 서울엔 그리 급하지 않소. 농사철이 시작되었으니 며칠 내로 파종하고, 그리고 여름에 잘 키워서 가을에 추수한 다음에.......그러니까 초겨울쯤이 되겠군!”

“피-! 아직 한참이나 남았네? 올 봄에 당장 가자는 줄 알았어요.”

“아니오. 농사지은 지 올 해가 3년째니까 3년은 채워야지.........그러고 나서 세속에 나가 할 일이 있소. 나에게 주어진 삶의 몫이란 게 있으니 그때가 그 일을 해야 할 때라서.......아무튼 지금은 무어라 말해줄 수 없소만, 차츰 알게 될 게요”

그리 말한 그는 좀 어두운 얼굴로 산에 올라 꽃구경이나 하자하였다. 그녀는 무언가 알 수 없는 고민의 그림자가 살짝 스치고 지나가는 남편의 얼굴빛을 놓치지 않았다. 선희는 좋아라, 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얼른 섬돌 위에 놓인 신발을 신자마자 마당으로 내려섰다.

“당신 무슨 걱정이 있어요?”

“걱정?”

“네, 저는 보았어요. 당신의 얼굴빛을........?”

“그 참.......당신은 항상 나를 꿰뚫어보고 있는 것 같소! 하지만 별 일 아니니 걱정하지 말아요. 앞으로 나라에 큰 변고가 생길 것 같아서.........!”

먼저 섬돌 위에 발을 디딘 그는 아직 마루에 서있는 아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네? 변고요?”

최서영은 남편의 손에 의지해 마루에서 내려오며 화들짝 놀랐다. 농사짓고 수행에만 열중할 뿐 바깥세상에 무관심하던 남편이었다. 그런 그가 느닷없이 나라걱정을 하다니? 뜻밖이라 놀라웠다.

“아까도 말했듯이 차츰 알게 될 테니.......자, 어서 갑시다. 선희가 기다리겠소.”

“네.......?”

최서영은 더 묻지 않았다. 남편이 언젠가 말해줄 것이라 생각하고 대문 밖에서 기다리는 시누이를 보고 빠르게 걸음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