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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 오른데는 소금물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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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 오른데는 소금물이 좋아요"

[정경대의 의학소설-생명의 열쇠(45)]

생명의 열쇠(45)


6. 참 의도를 찾다


"옻 오른데는 소금물이 좋아요"


[글로벌이코노믹=정경대 한국의명학회장] 낮에 그리도 포근하던 날씨가 밤이 되자 변덕을 부렸다. 먹구름이 시커멓게 하늘을 덮어서 밤을 더 어둡게 하는데 바람마저 밉살스럽게 씽씽 불어댔다. 헐벗고 가녀린 나뭇가지가 부러질 듯 휘어지며 아픈 듯 윙윙 앓는 소리를 질러대서 음산하기도 하였다. 그런 밤에 수월은 연신 손등을 긁고 등을 긁으면서 누웠다 앉았다 일어섰다가를 반복하면서 잠을 못 이루고 있었다. 손등에 불긋불긋 벌에 쏘인 것처럼 살점이 돋아나고 목과 등이 근지러워서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엄마, 좀 일어나 봐요.”

수월은 참다못해 어머니를 깨웠다. 곤히 잠든 어머니를 깨우기가 미안해서 견뎌보려 했으나 근지러움이 점점 심해져 할 수 없었다.

“응? 왜 그러니?”

노부인이 화들짝 놀라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항상 딸이 잠드는 침대 아래에다 자리를 펴고 잠자는 노부인의 귀는 언제나 열려있었다. 작은 소리만 나도 후다닥 일어나 딸을 살펴보았었다. 그러나 오늘은 바람소리가 심해 딸의 기척을 모르고 있다가 부르는 소리에 가슴이 덜컥했다.

“몸이 너무 근지러워.”

“몸이? 근지러워? 왜?”

“몰라, 아까 낮에 은행을 주었는데 소산 씨가 옻이 오를 수 있다고 하던데.”

“애는! 그럼 조심하지 않고 그나저나 어쩌지? 약국도 문 닫았을 테고?”

“엄마, 수민이 좀 깨우면 안 될까? 혹시 무슨 방법이 있는지 물어보게.”

수월은 수민을 깨우라 하였지만 실은 소산이 듣고 달려 와주었으면 하였다.

“심하면 구급차 부르는 게 좋지 않겠어?”

“그 정도로 심하지는 않아요.”

“잠든 사람 깨우기도 미안하고.”

노부인은 말은 그리하면서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딸 걱정이 앞서다 보니 이 생각 저 생각 다 거두기로 하고 부리나케 2층으로 올라갔다. 수민을 불러오라 하였지만 내심 소산이 내려올 것이라 기대한 그녀는 본능적으로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그리고 머리맡에서 손거울을 찾아 흘러내린 머리카락 몇 올을 가지런히 하고 얼굴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러는 사이 2층 계단을 바쁘게 내려오는 발자국소리가 쿵쿵 들리더니 이내 수민이 벌컥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니 갑자기 웬 옻이야? 옻나무 만졌어? 아님 옻닭 먹었나?”

수민이 방안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호들갑스럽게 말했다. 그녀는 다가오는 수민은 쳐다보지 않고 열린 문 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그러나 어머니가 뒤따라 들어오고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응, 아까 낮에 오빠랑 은행을 주웠는데 글쎄 옻이 올랐지 뭐니.”

수월은 그리 말하면서도 자꾸만 시선을 문 쪽으로 돌렸다.

“오빠도 금방 내려오신댔지?”

딸의 속내를 재빨리 눈치 챈 노부인이 수민에게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

“엄마, 지금 오셨어.”

수민이 대답하게 전에 그녀가 먼저 방 안으로 들어서는 그를 발견했다. 그의 손에는 김이 무럭무럭 나는 큰 냄비가 들렸다. 노부인이 그게 뭐냐고 묻자 수민이 얼른 눈치를 채고 대신 대답했다.

“어머니 저거 소금물일 걸요. 옛날에 아버지가 그러셔서 저도 알아요. 옻오른데 소금물이 좋다는 거.”

“소금물이 옻오른데 좋아?”

“네, 근지러운 건 옻 열 때문에 그런 거니까 소금물로 씻으면 나을 수 있어요.”

소산이 대답했다.

“고마워요 수민이 오빠, 아까 낮에 조심하라 하실 때 조심했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그리고 고마워요.”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hs성북한의원 학술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