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촌토성’을 보자. ‘몽촌(夢村)’은 글자 그대로 ‘꿈마을’이다. 그러나 그 동네 역시 꿈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곳이다. 원 발음은 ‘신성한 터’라는 의미인 ‘검마을’이던 것이 경음화 현상에 의하여 그만 ‘꿈마을’이 되었고 그것이 ‘몽촌(夢村)’으로 바뀌어진 것이다. 그야 말로 꿈같은 이야기이다.
땅이름은 그곳의 역사와 문화의 이동과정을 간단명료하게 밝혀 준다는 점에서, 또 말이 곧 사상의 표현이라는 점에서도 토박이 땅이름을 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유물이 침묵의 화석이라면 땅이름은 그곳의 변천 경로를 명료하게 알려주는 살아있는 화석이다. 그러므로 여의도는 너벌섬으로(넓은 섬), 내일은 올제로(지난 날은 어제, 다가올 날은 올제), 반포는 쪽개(쪽은 절반, 개는 개펄), 마포는 삼개(마麻는 삼, 개는 개펄), 마니산은 머리산으로(마리는 머리, 즉 우두머리, 두악(頭岳)에 참성단을 세우다) 다시 살려 쓸 수 있다.
또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리말로 바꾸어 쓸 수 있는 것도 많은데, 예를 들면 트럭을 ‘짐수레’로, 화이트를 ‘물 지우개’ 등으로 고쳐 쓸 수 있다. 지운다고 ‘지우개’, 턴다고 ‘털이개’, 돛을 단 배라서 ‘돛단배’, 여는 쇠라서 ‘열쇠’, 잠그는 쇠라서 ‘잠을쇠’나 ‘자물쇠’, 열고 닫는다고 해서 ‘여닫이’, 밀고 닫는다고 하여 ‘미닫이’, 빼고 닫는다고 하여 ‘빼닫이’라고 하듯이 핸드폰은 ‘손전화’ 또는 ‘손말틀’들이 그것이다. (이제는 전화의 단순 기능을 벗어 도깨비 방망이의 역할을 하는 시대가 되었다.)
뱃사공은 ‘나루치’ 현찰을 ‘맞돈’로 해서 안 될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이다. 지금도 새끼 꼬는 기구를 ‘새끼틀’ 재봉기계를 ‘재봉틀’이라고 쓰고 있다. 또 동거하는 남녀를 ‘뜨게부부’라고 하고(뜨게는 흉내 내는 것) 유부남은 ‘남진 아비’ 또는 ‘핫아비’라 하고, 나이차가 조금 나도 서로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를 ‘자치동갑’ 겨우 얼굴을 아는 정도의 사이를 ‘풋낯’, 서로 허물없이 너 나하면서 지낸 사이를 ‘너나들이’ 매우 친하고 가까운 사이를 ‘옴살’ 부부를 겸손하게 낮추어 ‘가시버시’라고 한다.
아울러 관광은 ‘볼거리’, 여행은 ‘나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