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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은 그래도 속정이 많은 사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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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은 그래도 속정이 많은 사람인데…."

[정경대의 의학소설-생명의 열쇠(47)]

생명의 열쇠(47)


7. 토굴 속의 은사


"겉은 그래도 속정이 많은 사람인데…"


[글로벌이코노믹=정경대 한국의명학회장] 어제 밤부터 하늘이 무슨 불만이라도 있는 것 같았다. 밤새 모진 바람을 씽씽 불어대더니 날이 밝아서는 시커먼 구름이 해를 가렸다. 잔득 찌푸린 우중충한 날씨에다 바람까지 매서웠다. 이런 날씨에 웬만해서는 외출하기 싫을 텐데 소산은 아침식사를 마치자마자 집을 나설 채비를 하였다. 수민이 날씨가 춥다며 꺼내준 목도리를 이 정도 추위쯤이야 하고 두르지 않았다. 그럼 장갑이라도 끼라 하는데도 그것도 괜찮다 하였다. 그는 본래 몸에 열이 많은 터라 좀 춥다고 그런 걸 일일이 챙겨 두르고 끼고 그러다 보면 답답해서 견디지 못하는 성미였다.

“이렇게 추운데 외출하시게요?”

소산이 2층 계단을 밟고 내려오자 마치 기다리기나 했다는 듯이 식탁에 앉았던 수월이 쪼르르 달려오며 말했다. 반가움을 활짝 드러낸 밝은 표정이었다. 그리고 다정다감한 마음의 소리가 금방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그런데 소산의 반응은 의외였다.

“예!”

하고 짧고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밖이 너무 추워요. 한나절이나 되어서 나가시면 좋을 텐데…….”

수월은 무덤덤한 그의 응대가 뜻밖이라 머쓱해서 어릿한 어투로 띄엄띄엄 말하다가 끝에 가서 흐렸다. 그 흐려진 말끝 뒤에는 더 말하고 싶은 마음의 여운이 남아돌았다. 그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느끼면서도 응대해줄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그냥 못 본 체하고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그녀는 무표정하게 밖으로 나가는 그의 뒷모습만 그저 말없이 쳐다보았다.

“아이고, 저 인정머리 없는 무뚝뚝이!” 수민이 그녀가 들으란 듯이 그를 애교스럽게 비난했다.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으셔?” “안 좋은 일은! 오늘 대학교 때 은사님 뵈러 간다고 얼마나 들떠있는데.”

“은사님을?”

“응, 그 분이 체질을 확실하게 분석하시나 봐.”

“으응 그래서 그러셨구나. 머릿속에 온통 그 은사님만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수월은 그의 무덤덤한 태도가 이해가 가기는 하였다. 그러나 살갑지는 않아도 반가운 모습이라도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들었다.

“하긴 그래. 우리 오빠 뭘 생각하면 앞뒤 옆 다 생각 안하는 버릇이 있으니까 누가 인사해도 모르거든. 그래서 오해를 받기도 해.”

“정말 그러시니?”

“응, 정말 그래. 그래서 우리 엄마도 가끔 인정머리 없다고 나무라셨거든.”

“그럼 그렇지!”

수월은 혼잣말로 들릴 듯 말듯 입술만 움직였다.

“응? 뭐라 했니?”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수민이 오빠가 좀 그러신 것 같기는 해.”

“모르시는 말씀! 겉은 그래도 속정이 얼마나 많은 사람인데.”

“그러시니?” “좀 더 지내보면 알 걸?”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hs성북한의원 학술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