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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구멍을 새까맣게 한 등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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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구멍을 새까맣게 한 등잔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2560)]그때를 아십니까(66)

[글로벌이코노믹=김영조 문화전문기자] 어린 시절 우리는 전기 없는 방에서 등잔에 의지하고 살았습니다. 우리는 그 등잔 밑에서 공부를 했고, 어머니는 구멍 난 양말을 꿰메시기도 했던 소중한 도구였습니다. 그 등잔을 쓰려면 저녁에는 석유를 부어줘야 했고, 심지를 올려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다보면 새카맣게된 손을 머리에 쓰윽 문지르거나 바지에 쓱쓱 문대기도 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등잔 밑에 오래 앉아있으면으레 콧구멍은 새까매지기도 했지요.

이웃 창수네는 전기를 놓고 흑백텔레비전까지 있었지만 우리집 형편으론 언감생심 전기는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전기를 놓으려면 전봇대를 세워야 하는데 그 전봇대 값이 큰돈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눈치를 보면서 밤마다 창수네로 텔레비전 동냥을 하러다닐 수밖에 없었고, 어떤 아이는 혹시나 창수가 텔레비전을 못 보게 할까봐 창수에게 아부를 하기도 했지요.
▲등잔과등잔대,가운데는쌍심지등잔
▲등잔과등잔대,가운데는쌍심지등잔
그 등잔은 나무, 토기, 사기, 쇠를 쓴 것들이 있었지만 근현대로 오면서는 대부분 사기로 된 것을 썼습니다. 한지 또는 솜으로 심지를 만들어 꽂은 뚜껑이 위에 있었고, 아래쪽엔 손잡이가 달린 기름 넣은 잔이 한 쌍이었지요. 그러나 등잔을 올려놓는 등잔대는 대부분 나무로 만들었습니다. 등잔대는 등잔받침, 대, 밑받침으로 되어 있는데 밑받침은 재떨이로도 쓸 수 있도록 홈이 파져있었지요. 보통 등잔에는 심지를 하나만 꽂을 수 있게 되었지만 간혹 쌍심지를 켜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옛 속담에 “눈에 쌍심지를 켠다.”는 말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