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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로병사는 지구의 자전과 공전에 비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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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로병사는 지구의 자전과 공전에 비례"

[정경대의 의학소설-생명의 열쇠(57)]

생명의 열쇠(57)


8. 자연이 나였구나!


""생로병사는 지구의 자전과 공전에 비례"


[글로벌이코노믹=정경대 한국의명학회장] 소산은 집으로 돌아와서도 방 안에 틀어박혀서 인간의 불평등한 모습을 사유하였다. 하지만 깨우칠 만한 지혜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얽히고설킨 무수한 생명들이 뇌리 속을 맴돌 뿐이었다. 그러다가 머리가 지끈대서 아래층으로 내려가 정원으로 나갔다. 쌀쌀한 바람이 불어서 좀 춥기는 해도 햇빛이 찬란해서인지 머리가 가볍고 훤히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생각을 멈추자 몸도 가볍고 마음도 가벼웠다. 정원의 나무와 어딘지 푸른빛을 띠는 것 같은 잔디, 그리고 군데군데 파란 잎을 내는 클로버가 기분 좋게 눈에 들어왔다. 찬바람이 불어서 날씨가 춥기는 해도 입춘을 한참 지났으니 봄은 봄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생각 끝에 그이가 리포터를 작성해 오라고 내준 숙제가 생각났다. 사람의 몸은 地(흙) 水(물) 火(열) 風(숨 쉬는 氣‧에너지)이니 초목과 같고, 초목은 사시(四時)의 변화규율에 상응해 생로병사가 윤회한다. 이러한 초목과 인체의 관계를 규명해보라 하였다. 숙제를 받은 지가 꽤나 되었는데 아직 본론은커녕 서론조차 생각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산을 헤매고 다니기도 하고 명상도 하고 별짓을 다하고 있던 차인데 뜻밖이었다. 클로버의 푸른빛이 혼란의 문을 활짝 열어 재꼈다. 산에서 본 망울진 진달래, 메마른 진달래 등등이 떠오르면서 마치 어둠을 일시에 거두는 한 줄기 빛처럼 암울했던 머릿속이 환해졌다.

초목의 잎사귀 하나까지 그 바탕은 흙의 성분이었다. 잎이든, 둥치든, 가지와 뿌리 그 모두가 생명활동을 멈추면 곧 바로 썩어 흙이 된다. 생명이 끊어지지 않으면 물(水)을 머금고 있고, 열(火)이 있어서 추우면 잎은 떨어져도 둥치, 가지, 뿌리는 살아있고 열이 없으면 죽는다. 그러기에 따뜻하면 둥치, 가지, 뿌리가 보존한 열이 생명력을 키워서 잎을 다시 돋게 한다. 또 있다. 초목이 진공 속에 있으면 숨을 쉬지 못해 죽는다. 그리고 숨을 쉬어 받아들인 에너지(風‧氣)가 있어서 뿌리가 물을 빨아들이고(모세관 현상) 둥치로 타 올라가 잎으로 전달해 생명을 유지시킨다.

그러니까 초목은 흙‧물‧열‧공기 이 네 가지 물질의 집합체다. 그 성분이 물질이므로 기후에 의해 변화한다. 즉 추위에 잎이 지고 더위에 잎이 나고, 그리고 너무 더워도 수분이 증발 돼 죽고 숨을 쉬지 않아도 죽는다. 그러므로 태어난 모든 것은 물질이고 물질은 반드시 죽는다. 죽음의 원인은 바로 춥고 따뜻하고 덥고 건조하고 아주 덥고 하는 등의 기후변화에 상응하기 때문이다.

소산은 여기까지 순식간에 깨우쳤다. 그리고 더 나아갔다. 기후변화의 원인, 바로 그것이었다. 무엇이 기후를 변화시키는가? 바로 자전하고 공전하는 지구에 의해 변화하고 그 중심에는 태양이 있다. 지구가 자전해서 태양의 동쪽에 가면 아침이 되고, 남쪽에 가면 낮이 되고 서쪽에 가면 저녁이 되고 북쪽에 가면 밤이 된다. 마찬가지로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가 공전해서 동쪽에 가면 봄이 되고, 남쪽에 가면 여름이 도고, 서쪽에 가면 가을이 되고, 북쪽에 가면 겨울이 된다.

이렇게 지구가 한 번 자전하면 하루가 지나가고, 한 번 공전하면 일 년이 지나가고, 열 번 공전하면 십년이 지나간다. 그러므로 생로병사는 지구의 자전과 공전에 비례한다. 그래서 그이가 “사시의 변화규율에 생로병사가 상응해 윤회한다.” 하고 말했던 것이다. 초목이 겨울에 잎이 지고 봄에 나고 여름에 무성해지고 가을에 시드는 이유가 바로 그런 것이었다. 당연한, 너무도 당연한 이 이치를 왜 모르고 있었을까? 아니 생각 자체를 안 했던 것이다. 늘 계절의 변화와 더불어 살아가므로 공기를 마시면서도 공기를를 의식하지 못하면서 생활하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hs성북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