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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몸도 한갓 초목과 다름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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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몸도 한갓 초목과 다름없다니…"

[정경대의 의학소설-생명의 열쇠(58)]

생명의 열쇠(58)

8. 자연이 나였구나!
"인간의 몸도 한갓 초목과 다름없다니…"

[글로벌이코노믹=정경대 한국의명학회장] 소산이 여기까지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수월이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가 그를 발견하고 다가가려 하다가 멈칫하였다. 땅을 보고 하늘을 보고 나무를 보고 그리고 또 땅을 보고 먼 하늘을 응시해 사유의 나래를 펼치는 그 마음의 행로를 깨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 기척을 내지 않으려고 발자국도 살며시 내디뎌서 몸을 돌이켰다. 그녀가 그러는 바로 그 사이에 그는 “초목과 인체가 다르지 않다!” 하고 말한 그이의 말을 떠올렸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자신의 몸을 관찰해보았다. 몸 전체 겉모습은 죽은 후에 흙이 될 살(肉)이었다. 그리고 머리카락, 손톱발톱, 눈썹, 근육, 눈동자, 이빨 할 것 없이 흙이 아닌 것이 없었다. 그렇게 겉모습을 다 관찰 한 뒤에 이번에는 속을 관찰해보았다.

관찰해보니 쉼 없이 생명활동을 하고 있는 오장육부, 뼈, 신경선, 임파선, 자율신경, 근육, 핏줄, 등등……. 겉과 마찬가지로 역시 흙이었다. 그래서 “죽으면 흙으로 돌아간다.” 하는 말이 실감나게 머리에 들어와 박혔다. 그리고 그렇게 단정 짓고 연이어서 다른 것을 관찰하였다.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이 수분(水分)이었다. 몸의 70%를 차지한다는 수분이 마르면 초목과 마찬가지로 생명을 잃기 마련이다.

그러면 무엇이 수분인가? 그렇다! 피, 눈물, 오줌, 콧물, 정액이 수분이었다. 그러니까 인체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은 흙과 물, 두 가지 원소뿐이었다. 그러면 초목과 같은 다른 두 가지 물질은 무엇일까? 그는 거기까지 생각하다가 깜짝 놀랐다. 그리고 허망했다. 열(火)과 風(숨 쉬는 氣) 외는 아무것도 없었다. 열이 식으면 죽음이고, 숨을 쉬지 못하면 숨으로 들어온 기(氣)가 막혀서 생명활동을 못하므로 역시 죽음이었다.

그러기에 인체는 흙, 물, 열, 기(氣) 네 가지 물질원소의 집합체였다. 육신의 물질원소가 초목과 전혀 다르지 않으므로 육신이 죽으면 초목처럼 썩어 없어진다. 살은 흙으로 돌아가고 물은 강으로 흘러가서 증발되고 열은 허공으로 흩어져 그 모두가 사라진다. 만물의 영장이라 자부했던 인간의 몸이 한갓 초목과 다름이 없다니 실망스럽고 허망해서 그는 한동안 넋을 놓았다.
하지만 더 깊이 생각해보니 판이하게 다른 것이 있었다. 바로 정신이요 영혼이었다. 초목이 비록 생각이 있다지만 정신과 영혼은 만길 바다의 바닥처럼 수준이 낮았다. 비단 초목뿐이 아니었다. 동물 새 물고기 할 것 없이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가 다 그 육신은 인간과 다름이 없었지만 정신과 영혼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소산은 그제야 아! 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고 신이며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 한 말이 과히 틀리지 않았다. 육신은 물질이니 집이요, 영혼은 육신의 주인이니 육신이 흙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영혼마저 허물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 생각한 그는 또 육신을 관찰했다. 육신이 초목과 다름이 없기에 초목처럼 지구의 자전과 공전에 비례해 생로병사가 전개된다. 그리고 그렇게 전개시키는 힘을 발산하는 자가 바로 기후와 에너지다. 그래서 그이가 사시에 변화하는 기후와 에너지를 섭리라 하였고, 자연과 인간은 섭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던 것이다.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hs성북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