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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무거운 짐 내려놓고(220)]제12장, 개벽의 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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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무거운 짐 내려놓고(220)]제12장, 개벽의 징조

선희는 그런 올케를 달래다가 못 참을 서러움이 울컥 치받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가 주르르 흘려 놓았다. 하지만 그는 내색 없이 초점 잃은 시선을 강물에 던져놓고 묵묵히 서있기만 했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비호처럼 몸을 날려 노도와 같은 강물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얘가 물에 빠졌다!”

하고 누군가 외치는 소리와 거의 동시였다.

사람들은 물가에 우러러 몰려들어 손짓발짓 다해가며 아이 이름만 불러댔다.

한성민이 그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자 아이의 부모가 물속에 첨벙 뛰어들었다. 그러나 허벅지까지 차오른 물인데도 워낙 물살이 거세 바로 눈앞에 아이를 두고도 붙들지 못하고 이내 넘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정신없이 허우적대 사람들이 그들을 구하기에 바빴다.

그런데 그때였다.

누군가 쏜살같이 물속으로 뛰어드는 한 사람이 있었다.
“여보!”

“오빠!”

최서영과 선희가 동시에 비명처럼 외치는 소리였다.

그리고 뒤이어 그녀가 허둥지둥 물속으로 뛰어들 태세여서 주위사람들이 끌어안아 겨우 만류했다. 그럴 때 그는 아이가 물속에 잠겼다가 떠오르고 잠겼다가 떠오르며 점점 강 가운데로 떠내려가는 것을 보고는 물살을 비스듬히 가로질러 사력을 다해 헤엄쳐갔다.

놀라운 수영 솜씨였다.

마음사람들은 그가 백면서생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수영실력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저 탄성을 지르며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았다.

한성민은 아이가 강 가운데로 떠내려가 물속에 잠기기 직전에 덜미를 잡을 수가 있었다. 그런데 거의 기절했을 것 같던 아이가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몸을 되돌려서는 그의 목을 무섭도록 감아왔다.

한성민은 일순간 물속으로 잠수해 들어가서는 목을 감은 아이의 손을 간신히 떼어 낸 뒤 뒤에서 겨드랑이를 껴안고는 흐르는 물살을 따라 조금씩 물 밖으로 헤엄쳐가기 시작했다. 아이의 부모가 강물 따라 달려가고 사람들도 그쪽으로 몰려갔다.

그런데 그녀는 남편의 그 모양을 보지 못했다. 남편이 아이와 함께 물속에 잠길 때 비명조차 못 지르고 두 다리가 풀어져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선희가 반듯하게 누이고 응급조치를 한 뒤에야 겨우 눈을 떴다.

그때쯤 그는 강 하류 저 만큼 떨어진 곳에 닿아 아이를 안고 뭍으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3년 전, 식중독으로 설사를 쏟아냈던 그 아이 명식이었다. 그 아이의 똥 맛을 보게 했던 계모가 달음질쳐와 통곡하고 아비는 자식이 죽은 줄 알고 제 정신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침착하게 인공호흡으로 아이를 소생시켜놓았다, 그리고 늦게 깨어나 절뚝이며 기를 쓰고 달려온 그녀는 남편의 목을 끌어안고 엉엉 소리 내 울었다.

이 해 불어 닥친 태풍과 폭우로 전국이 몸살을 알았다.

도시 곳곳이 물에 잠기고 해일이 바닷가 집들을 덮쳐 삼키는가 하면 어선들이 풍랑에 좌초되는 등 갖가지 사고가 잇달았다.

그러나 빛의 땅이라서 일까?

대한민국은 그나마 온전한 편이었다.

이웃한 중국과 일본에서는 더 큰 홍수로 수많은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북극과 가까운 나라는 물론 중동지역에서도 한 도시 전체가 파괴되고, 인도와 방글라데시는 국가비상사태까지 선포할 정도였다.

그 뿐이 아니었다. 미국은 물론이요 세계 도처에 지진, 화재, 홍수, 큰 눈 등에 의한 개벽의 징조가 산발적으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