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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시에 생로병사의 비밀이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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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시에 생로병사의 비밀이 숨어있다"

[정경대의 의학소설-생명의 열쇠(61)]

생명의 열쇠


8. 자연이 나였구나!


"생년월일시에 생로병사의 비밀이 숨어있다"


[글로벌이코노믹=정경대 한국의명학회장] “오빠, 무슨 생각을 그리 해? 수월이 궁금해 하잖아.”

여태 주고받는 두 사람의 이야기에 끼어들지 않고 관심 있게 듣고만 있던 수민이 답답했는지 한 마디 했다. 이때 마침 차 소반을 들고 온 노부인이 무슨 이야기인지 나도 좀 듣자며 그들 사이에 껴 앉았다. 그리고 그에게 먼저 찻잔을 건네고 수월과 수민은 각자 자기 찻잔을 들었다.

그는 수민의 물음에 대답을 망설였는데 그러지 않아도 될 분위기라 김이 무럭무럭 나는 커피 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하지만 그녀가 수민의 물음에 동조하고 나섰다.

“그래요? 궁금해요. 방금 무슨 생각을 깊이 하셨거든요? 우리는 그런 거 금방 알아요. 그치 수민아!”

하고는 수민을 슬쩍 쳐다보고 한쪽 눈을 찡긋해보였다.

“그럼, 오빠는 우리 눈 밖에 나기 어려울 걸!” 수민이 맞장구를 쳤다.

“애들은……. 소산 씨가 무슨 생각을 했건 너희들이 웬 참견이야?”

노부인이 영문을 몰라 그녀들을 번갈아 돌아보며 눈을 흘겼다.

“아닙니다! 별 생각도 아닌데요, 뭐……. 하지만”

소산은 말끝을 흐리다가 망설일 것 없다 싶어 정색을 하였다. 그러자 세 사람의 눈길이 그에게 집중했다. 그의 정색하는 태도가 진지해서 중요한 말을 해줄 것이라 예감한 눈빛이었다.

“수민아, 전에 은사님 찾아갔을 때 말이다. 우리 어머니 생년월일시를 물으셔서 대답했는데 놀라지 마. 글쎄 잠깐 생각하시더니.”

“잠깐 생각하시더니?” 수민이 눈을 반짝이어 다급히 반문했다.

“생각하시더니 위암으로 돌아가시지 않았나 하고 반문하시더라. 그리고 속은 열이 많고 겉은 차서 그렇다고 어머니의 체질을 정확하게 말씀해주셨어.”

“정말? 그 분 사주팔자를 그렇게 잘 보셔? 귀신이네! 어떻게 위암이란 것까지!” 수민이 대뜸 그이를 점술가로 단정하고 말했다. 수월이나 노부인도 그리 생각하는 듯 대단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들이 그런 오해를 할까 봐 망설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예상한 반응이 나오자 당연히 그럴 만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불쑥 화가 나서 말했다.

“너는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사주팔자라니! 은사님이 사주팔자나 봐주는 그런 분일 줄 아니?”

소산이 성을 내 말하자 수민이 무안해서 얼굴을 붉혔다. 그럼 뭐야? 하고 속으로 되물었지만 오빠에게 대드는 것 같아서 꾹꾹 눌러 참았다. 그러나 재빨리 다른 생각이 들었다. 사주팔자란 말이 그리 화를 낼 것도 아닌데 버럭 화를 낸 것으로 보아 뭔지 모르지만 실언을 한 게 틀림이 없다 싶었다. 존경하는 은사를 비하했다거나, 아니면 다른 깊은 뜻이 있는데도 생각 없이 불쑥 말해서 화를 내게 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슨 말이던 생각해보고 해야 해. 내가 체질을 말하는데 점술가 운운하다니? 그럼 내가 점술 배우자고 은사님을 찾아다니는 줄 알았니?”

“오빠 미안해요 내가 경솔했어.”

“그래요, 수민이 경솔했어요. 화를 푸세요. 네? 저도 죄송하고요. 말은 안 했지만 실은 저도 수민이랑 같은 생각을 한 걸요, 이해해주세요.”

수월이 미안해하였다. 노부인은 무슨 생각에선지 미소만 머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오. 자초지종을 설명해주지 않은 내가 잘못입니다. 하긴 생년월일시가 사주팔자인 것만은 틀림이 없으니까 다들 점술로 오인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점술이 아닌 시각으로 보면 그 속에 체질을 완벽하게 진단할 수 있는 심오한 이치가 함축돼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리고 그 이치는 결코 허망한 점성술이 아니라 자연과학이기도 하고요. 만약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점성술이라면 나는 배울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그럴 가치도 없고.”

소산은 자신의 생각을 뚜렷이 밝혔다. 사실 자신도 처음에는 점술로 오인할 뻔 했었다. 그러나 그이가 정확하게 음양오행을 대입해서 어머니의 체질을 설명하고 위암이라 결론을 내리는 데서 점술이 아니라 확신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은사인 그이가 점술로 무엇을 판단할 그런 인물이 아니었다. 거기다가 아까 사람의 육신이 한갓 초목과 전혀 다르지 않은 물질원소의 집합체임을 깨닫고 나서 뭔지는 알 수 없지만 생년월일시에 인간의 생로병사의 비밀이 숨어있을 것이란 확신을 더욱 굳혔었다.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hs성북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