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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중의 죄수에게 손 담글 물을 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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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중의 죄수에게 손 담글 물을 주어라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2569)]

[글로벌이코노믹=김영조 기자] "의정부와 육조(六曹)에서 아뢰기를, 어제 고기를 권하옵다가 윤허 받지 못하였사온데, 신 등은 생각하옵기를, 이제 한창 혹독한 더위에 오랫동안 간소한 반찬만을 드셨다고 여겨지옵니다. 청하옵건대 고기를 드시어 신 등의 바람에 들어주소서.” 위 내용은 ≪세종실록≫ 23년(1441) 7월 30일 기록입니다.

세종이 세자빈이 죽은 뒤 오랫동안 생선이나 고기를 들지 않고, 가벼운 반찬만 들어 병이 날까 신하들이 걱정한 나머지 고기 들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이에 세종이 마지못해 받아들입니다. 태종이 죽으면서 고기가 없으면 밥을 먹지 못하는 세종이 상중이라도 고기를 먹도록 유언을 할 정도로 세종은 고기를 좋아했다고 하지요. 그런데 세자빈의 상중이라며 오랫동안 고기를 먹지 않았다니 신하들이 걱정할 만도 합니다.
▲ 신하들이 세종에게 고기를 먹으라고 권하는 세졸실록(왼쪽), 죄수들 옥에 물을 넣어주어 더위를 타지 않게 하라는 ≪세종실록≫ 30년(1448) 7월 2일 치 기록
또 ≪세종실록≫ 30년(1448) 7월 2일 기록에는 세종임금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내가 전에는 더위를 무서워하지 않았는데, 몇 해 전부터 더위가 들기 시작하여, 손으로 물을 가지고 놀았더니 더위 기운이 저절로 풀렸다. 이로 생각하건대, 죄수가 옥에 있으면, 더위가 들기 쉬워서 혹은 생명을 잃는 수가 있으니, 참으로 불쌍한 일이다. 더운 때를 당하거든 동이[盆]에 물을 담아 옥중에 놓고 자주 물을 갈아서, 죄수로 하여금 손을 씻게 하여, 더위가 들리지 않게 하는 것이 어떠한가?”

에어컨도 없고, 얼음도 맘대로 쓸 수 없었던 조선시대, 손을 물에 담그고 더위를 물리쳤다는 것도 재미있지만, 죄수가 더위를 먹지 않도록 배려하는 세종의 마음은 정말 하늘같습니다. 지금 우리는 냉방병을 걱정할 정도로 과잉 냉방 속에서 살지만, 옛 사람들이 소박하게 더위 극복했던 일들을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