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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 뱃살은 와사비 간장에 살짝 찍어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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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 뱃살은 와사비 간장에 살짝 찍어드세요"

[한국의 맛]종로구 수송동 대도참치 송복현 조리장

고급 참치를 기름장과 김에 싸먹는 건 절대금물


참치는 대뱃살‧가마살‧아가미살‧등살 順으로 맛있어


손 안에 살포시 굴리듯 해야 맛있는 초밥 나와


참치와 약선요리 결합 새로운 건강음식 메뉴 개발

▲대도참치송복현조리장
▲대도참치송복현조리장
[글로벌이코노믹=노정용기자] 종로구 수송동 석탄회관 지하의 대도참치 송복현 실장. 서글서글한 인상에 늘 미소를 짓는 그는 조리에 대한 욕심이 대단하다. 삼십 대 초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참치에 관한 한 최고의 조리사가 되고 싶다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할 정도다.

‘한국의 맛’ 인터뷰를 위해 독자들에게 소개할 요리 두 가지를 부탁했더니 인터뷰 날짜를 며칠 후로 미뤄달라고 요청해 왔다. 이유인즉 좋은 식재료를 구하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참치꼬리 한방찜과 참치 단고 나베를 준비한 그는 몸에 해로운 식품첨가제를 전혀 넣지 않고 요리를 했다고 자랑했다. 다른 식재료를 활용해 품을 팔면 얼마든지 감칠맛을 낼 수 있다는 말과 함께.

언젠가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기를 원하는 송복현 실장. 젊은 나이이기에 겁 없이 도전하고 최고의 조리사가 되기 위해 오늘도 열정을 불태우는 그를 만났다. <편집자 주>

-요리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대학을 한 학기 다니고 휴학한 뒤 군대 가기 전 알바를 했어요. 부모님이 알바를 싫어하셔서 안양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사촌 형의 소개로 평촌의 일식집 ‘선어도’에 들어갔지요. 처음엔 딱히 요리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 제 스스로 용돈을 번다는 생각으로 일식집에서 가볍게 일했는데, 이게 제 천직이 되었어요.”
그는 2002년 5월부터 2003년 1월까지 8개월 간 일식집에서 일했다. 같이 일하는 선배들이 조리기술을 배워두면 나쁠 게 없으니 한번 배워보라며 강권하다시피 했다고 한다. 온갖 허드렛일을 하다가 직접 생선을 잡아 회를 뜨면서 재미를 느꼈고 요리세계에 조금씩 빠져들기 시작했다.

“짧은 기간이나마 조리를 배우긴 했지만 2003년 5월 군대에 가서는 취사병 생활을 하고 싶지 않아 일부러 조리경력과 자격증을 빼고 써넣었어요. 선배들이 취사병 생활을 하면서 새벽에 일어나 밥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것만큼은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혹시 사회경력이 알려져 차출될까봐 지레 겁먹고 일반 사병으로 근무했어요.”

-군대에서 요리를 하기 싫었다면 사회에서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스물셋에 제대한 후 부친께서는 학교를 다니라 하시고, 어머니는 이참에 아예 일식조리사로 나서라고 하시고 제 진로를 놓고 말이 많았어요. 복학을 할까, 하고 잠깐 망설이다가 공부에 특별한 관심이 없어서 아예 그만두고 고민한 지 한 달 만에 조리사의 길을 걷겠다고 결심했어요.”

송 실장은 일식집에서 본격적으로 일하기 위해 을지로와 가락동 두 곳에 가게를 두고 있는 나리타(成田)를 노크했다. 을지로에서 면접을 보고 출근은 가락동으로 했다. 스스로 돈을 번다는 생각에 첫 직장생활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한 달이 지나도 급여가 안 나오는 거예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부모님에게 손을 내밀 수도 없고 계속 다녀야 하나, 하고 고민했어요. 알고 보니 저뿐만 아니라 주방의 칼판장, 실장 등도 몇 개월씩 급여가 밀려 있었어요. 첫출발부터 삐걱거려 좋지 않은 기억이 몰려왔지만 중고등학교 때의 운동경험을 살려 경호업체에서 잠깐 일하다가 아무래도 조리가 적성인 것 같아 다시 이쪽으로 넘어왔어요.”

-다음번에는 어디로 갔습니까?

“조리의 첫발을 일식집에서 내디뎌서 그런지 이번에도 일식집으로 갔어요. ‘스시하루’라는 초밥집이었는데, 총주방장이 메리어트호텔 출신이라 배울 게 많았어요. 롤 파트에서 총주방장을 도우며 초밥을 만들 재료를 준비하고 손질하는 법을 배웠어요.”

-초밥을 맛있게 만드는 비결이 궁금합니다.

“초밥을 만드는 밥은 일반 밥보다 점성이 강한데다가 새콤달콤한 맛을 얻기 위해 추가하는 설탕과 식초가 끈기를 더합니다. 그래서 초밥을 만들 때는 손 안에서 밥알을 살포시 굴리듯 잡아야지 꾹 누르게 되면 밥알이 으깨어져 맛이 없어요. 초밥의 핵심은 선도 높은 생선과 맛있는 밥이에요. 그런데 대부분 생선에는 높은 관심을 보이지만 그 바탕이 되는 밥에는 정성을 쏟지 않아요. 제가 볼 때는 오히려 밥을 알맞게 지어야 초밥이 맛있는 데도요.”

-스시하루에서는 만족스럽게 일하셨나요?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실감이 났어요. 첫 출발이 삐끗하더니 이번에는 잘 나가던 가게가 갑자기 장사가 안 되는 거예요. 경기가 갑자기 나빠져서 점심메뉴를 접시 단위로 팔다가 1인당 1만5000원~2만원 짜리 뷔페로 전환해도 경영난을 견딜 수 없었어요. 6개월 근무하고 다시 압구정동의 ‘아리마’라는 일식집으로 옮겼어요. 이자까야가 나오는 준 일식집이었지만 신라호텔 출신 안효주 오너 셰프(스시 효)와 동문수학했던 분이라 진짜 제대로 된 일식요리를 배울 수 있었어요. 이곳에서 일식요리의 참맛을 깨닫고 나름 재미있게 일했어요.”

-한 곳에서 우물을 깊게 파야 하는데, 너무 직장을 자주 옮겨다닌 것 아닙니까?

“다 사정이 있어서 옮겨다닐 수밖에 없었지만 돌아보면 제가 봐도 너무 자주 옮겨다닌 것 같아요. 압구정동 아리마에서 함께 일했던 일본 유학 출신 선배가 논현동의 일식집 ‘몽전’으로 옮기면서 저보고 같이 일해보자고 제안을 했어요. 그래서 또 다시 보따리를 쌌지요.”

몽전 일식집에서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타고난 역마살 때문인지 3개월 만에 뛰쳐나와 2008년 3월부터 청담동에 있는 일식집 ‘호’에서 활동했다. 한 곳에서 오래 일해보고 싶다는 그의 진득한 마음과는 다르게 현실은 불붙은 엉덩이에 자꾸 채찍을 가하는 것 같았다. 논현동 몽전에서 일식의 기초 틀을 잡았다면, 청담동의 호에서는 일식을 체계적으로 배웠다.

-일식조리사로서 일식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회, 초밥, 국물요리로 이루어진 일식이 처음엔 참 단조롭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일식에 대해 알면 알수록 끝이 없는 것 같아요. 한식도 마찬가지이지만, 일식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기존 조리법을 응용해 모방을 뛰어넘는 재창조를 해낼 수 있어요. 한식의 경우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한류 열풍이 일어나기 전에는 비빔밥, 불고기, 김치 등 메뉴가 너무나 단조로웠어요. 한식이 세계화 되기 위해서는 일식처럼 끊임없는 재창조와 세계인의 맛을 사로잡기 위한 연구가 뒷받침 되어야 해요.”

-지금은 참치전문점에서 일하고 계시는데, 어떤 참치가 맛있나요?

“참치는 북방 참다랑어(혼마구로), 남방 참다랑어(미나미 마구로), 눈다랑어(메바치 마구로), 황다랑어(키하다 마구로), 날개다랑어, 가다랑어, 황새치(메 카지키), 청새치(마 카지키), 백새치(시로 카지키), 돛새치(바쇼우 카지키) 등 종류가 참 많습니다. 이 가운데 지중해에서 잡히는 참다랑어가 최고급에 속하고, 가다랑어는 주로 참치캔 통조림의 가공원료로 쓰이며, 흔히 참치집에서 무한리필로 제공되는 참치회는 대부분 새치들이라고 할 수 있어요. 참치 부위별로는 대뱃살(오도로), 가마살, 아가미살, 뱃살, 그리고 등살 순으로 맛있어요. 비싸고 맛있는 대뱃살, 가마살, 아가미살은 많이 나오지 않는 부위인데다가 맛이 고소하고 불포화지방이라 참치 마니아들이 선호합니다.”

그에 따르면 최고급 지중해 참다랑어의 대뱃살(오도로)은 ㎏당 14만원을 호가한다. 특히 참치내장을 감싸고 있는 근육인 대뱃살은 맛이 진하고 지방이 많아 비싸고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부위다. 먼 바다에서 잡아오는 참치는 해동하기 전 색깔과 해동한 후의 색깔이 선홍빛으로 같아야 좋은 참치로 꼽힌다.

-참치집에서 기름장과 김을 주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불편한 진실을 밝힌다면 참치 가운데 다소 맛이 떨어지는 것을 감추기 위해 기름장과 김을 준 것이지요. 참치의 참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기름장보다는 와사비 간장에 살짝 찍어드시는 게 좋아요. 무엇보다 기름기가 많은 부위인 뱃살은 기름장과는 상극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러나 등살이나 빨간 생선은 본인이 원하면 기름장에 찍어 먹어도 좋습니다.”

-자신만의 레시피는 어떻게 만들어가고 있습니까?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레시피를 기본으로 해서 다양한 재료를 넣어 요리해본 다음에 최고의 맛을 찾아내면 그걸 레시피로 정리해둡니다. 전통을 그대로 따르는 것도 좋지만 전통에다 약간의 변형을 가미해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즐거움이 크기 때문이에요. 몇 년 전부터 몸에 좋은 음식이 유행하고 있는데, 참치와 약선요리를 결합하는 실험도 계속하고 있어요. 그러나 생선은 독특한 누린내와 비린내가 있는데, 이걸 잡기 위해 한약재를 넣으면 한약재의 특성이 너무 강해 조화를 이루기가 참 힘들어요. 한방 재료와 일본식 요리의 접목이 새로운 건강음식으로 탄생할 거라고 보고 열심히 레시피 작업을 하고 있어요.”

-차별화 전략이 궁금합니다.

“조리사로서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건 기본적인 일이기에, 이것으로 차별화 전략을 세우기는 불가능해요. 그래서 저는 손님의 개인적 특성에 따라 ‘맞춤 영업전략’으로 차별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음식에 너무 기교를 부려서는 안 되며, 절대로 손님을 속여서도 안 되지요.”

-앞으로의 계획은?

“때가 되면 제 이름을 붙인 개인 브랜드를 꼭 하나 만들고 싶어요. 포기한 공부를 계속해서 경영학을 전공해 이 같은 계획을 구체화 할 작정입니다. 그 브랜드는 자녀를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엄마의 손맛이 느껴지도록 할 것입니다.”

세상 누구라도 그의 가게에 들르면 가족이 생활하는 공간처럼 마음의 안식을 느낄 수 있는 일식집을 열고 싶다는 송복현 실장. 어머니의 손맛이 느껴지게 하는, 실리를 떠나 몸에 좋은 음식을 만들어 손님에게 내놓기를 바라는 꿈이 꼭 성공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