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신부전증도 원인만 알면 불치병이 아니지요"

공유
0

"신부전증도 원인만 알면 불치병이 아니지요"

[정경대의 의학소설-생명의 열쇠(63)]

생명의 열쇠(63)


8. 자연이 나였구나!


"신부전증도 원인만 알면 불치병이 아니지요"


[글로벌이코노믹=정경대 한국의명학회장] 그에 기쁨을 감추지 못한 노부인이 우리 수월의 생년은 수민과 동갑네기 돼지띠이고, 생월은 음력으로 11월인데 생일 생시는 0일 22시 30분, 하고 빠르게 말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수월이 종이쪽지에다가 노부인이 말해준 자신의 생년월일시를 볼펜으로 꼭꼭 눌러 또박또박 적었다. 그 모양이 마치 나는 나의 운명의 문자를 당신에게 보여드립니다, 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쪽지를 그에게 건네줄 때는 수줍은 빛이 감도는 미소까지 머금었다.

“은사님께서 체질을 생년월일시로 판단하시는 게 맞는지 그리고 어느 정도 정확한지 나도 장담하지는 못합니다. 실망이 클 테니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은사님께서 어머니의 체질을 생년월일시로 진단해주시는 것만 보았지 절말 그리하시는 건지는 말씀해주시지 않으셔서 확실치는 않습니다. 하지만 십중팔구 나의 짐작이 맞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녀의 쪽지를 건네받은 그는 나중을 생각해서 솔직하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큰 기대는 안 할게요. 그렇다고 못 미더워 하지도 않습니다.”

수월이 가볍게 대답했다. 사실 그녀 역시 반신반의했다. 점술이 아니고서는 사람의 체질을 생년월일시로 진단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란 생각부터 들었다. 그러나 ‘그가 어머니의 목숨을 구할 방도가 있다면 지옥에라도 가고 싶었다, 그리고 설사 거짓이라 의심스러울 지라도 우선 부닥쳐봐야 하지 않느냐’, 하고 강조한 그의 말이 옳게 여겨져 부정적인 생각을 바꾸었다.

게다가 그의 말에서 귀가 번쩍 뜨이는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그것은 철석같이 믿은 진실에서 거짓이 드러나고, 부정하고 배척한 거짓에서 진실이 드러나기도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범하는 우는 대개 세상에 알려진 지식에만 갇혀서 지독한 이기적 속성으로 사물을 보기 때문에 옳고 그름을 판단할 지혜를 상실한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런 까닭에 무엇을 판단할 때 제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접해보지도 않은 채 무조건 옳다, 그러다 하고 속단해서도 안 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교훈 하나를 마음에 새겨두었다.

“그렇게 생각해주어서 고맙군요. 제발 나의 짐작이 틀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무엇이건 원인이 있기 마련이고 원인을 알면 답은 이 세상 어딘가에 있는 법이지요. 내가 볼 때 수월 씨의 신부전증도 반드시 원인이 있을 겁니다. 그 원인을 체질에서 찾아낼 수만 있다면 결코 불치병이라 단정할 수는 없지요. 그래서도 안 되고! 답을 찾아보기 전까지는 말이오!”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hs성북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