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저 꽃잎처럼 수월도 병마를 털고 일어날까?"

공유
0

"저 꽃잎처럼 수월도 병마를 털고 일어날까?"

[정경대의 의학소설-생명의 열쇠(65)]

생명의 열쇠(65)


9. 생노병사의 절대원리


"저 꽃잎처럼 수월도 병마를 털고 일어날까?"


[글로벌이코노믹=정경대 한국의명학회장] 소산은 집 뜰에서 우연히 깨달은 초목과 인체의 관계를 밤새 A4 용지 여러 장에다가 육필로 정성스럽게 썼다. 제목은 ‘인체와 자연 그리고 섭리와의 관계’라 하였다. 다음 날 아침 내용을 다시 한 번 자세히 살펴보고는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리포트를 둘둘 말아서 안 호주머니에 넣고는 그이를 찾아갈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

그런데 전에 한 번 넘었던 관악산 외진 오르막길 초입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였다. 저만치 수풀 속에 홀로 초연히 서서 여러 개의 마른 가지에 꽃망울을 틔운 진달래 한 그루가 민수월의 얼굴을 떠올리게 하였다. 잎사귀도 없이 겨울 내내 찬란한 봄을 꿈꾸다가 기어이 생명의 부활을 알리는 꽃잎. 저 꽃잎처럼 그녀도 병마에서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 그는 가파른 산길을 오르면서 계속해서 반문해보았다. 그런데 그때마다 그이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그리고 백발이 성성한 얼굴에 신비한 빛을 머금은 그이의 크고 검은 눈동자가 걱정하지 말라, 하고 대답해주는 것 같아서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다.

생각의 나래를 펼치며 오르는 산길은 거칠지도 멀지도 않았다. 한 걸음에 오른 듯 어느 사이 산등선에 오른 그는 암자 지붕이 바라보이는 지점에 이르러서는 뛰다시피 내리막길을 내달렸다. 그리고 문이 없어 훤히 트인 암자 입구를 성큼 들어서자 마침 부엌에서 나오던 보살이 알아보고 반색하였다.

“오래만입니다. 보살님! 교수님 계시지요?”

“예, 계십니다. 아까 보니까 공부하고 계시던데 어서 가보세요.”

보살은 상냥하고 친절했다. 오랜 절집생활이 몸에 배인 인사치레인지 아니면 천성이 그런지 알 수는 없지만 반겨주는 그녀가 고마웠다. 합장해 허리까지 숙이며 “고맙다!” 인사하고 이번에는 좀 느린 걸음으로 요사채를 돌아 토굴 앞에 멈추어 섰다. 우거진 잡목이 바람소리도 하나 없어 적막도 한데 토굴 안에서는 컴퓨터 자판기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글을 쓰는 소리가 쉼이 없고 빨라서 생각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것 같았다.

“선생님 저 왔습니다. 소산입니다.”

그이의 생각을 방해할까 봐 한참을 서서 기다리던 중이었다. 글 쓰는 소리가 뚝 그쳐 망설이던 마음을 다잡아 조심스럽게 그이를 불렀다.

“오, 소산이냐?”

그이의 굵은 목소리가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반갑게 들려왔다. 그리고 그가 섬돌 위에 발을 올려놓기도 전에 그이가 먼저 방문을 활짝 열어 어서 들어오라 하였다.

“선생님, 내주신 숙제 리포트 해왔습니다.”

소산은 방안에 들어서자마자 선 채로 안주머니에 둘둘 말아 넣어둔 몇 장의 A4 용지부터 꺼냈다.

“그래? 벌써 이치를 다 깨우쳤단 말이지?” 그이가 뜻밖이다 싶었는지 의아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예, 선생님!”

소산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hs성북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