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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무거운 짐 내려놓고(227)]제13장,十勝地는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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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무거운 짐 내려놓고(227)]제13장,十勝地는 어디?

말하는 품새로 보아 청년도 그 젊은이와 같은 처지에 있는 것 같았다. 훤칠한 키에 떡 벌어진 어깨하며 사내다운 기상이 엿보이기는 하지만 얼굴이 희고 곱상해서 학자풍이었다.

“질문한 두 젊은이들! 그냥 앉아서 나의 질문에 대답해주게......... 만약 말일세. 모든 인간이 마치 복제해놓은 것처럼 같은 체격과 같은 두뇌와 품성, 그리고 같은 지혜를 지니고 같은 얼굴을 하고 태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글쎄요........재미가 없을 것 같은데요?”

처음 질문한 젊은이가 부끄러워하던 때와는 달리 큰소리로 대답했다. 그 어투가 어린아이 같은 천진한 장난기가 묻어있어서 모두들 한 목소리로 폭소를 자아냈다.

“재미가 없을 것 같다........그도 그렇겠군! 아무튼 사람은 애시당초에 차별되게 태어나게 되어있었지. 그렇기 때문에 수십 억 인간이 다 제 각각이 아닌가. 심지어는 쌍둥이까지도 똑 같지가 않다네. 그러므로 평등할 수가 없어서 부자와 가난, 귀와 천, 현명한 자와 어리석은 자 등등으로 차별되겠지. 그러면 왜 인간은 이처럼 평등자하지 못하게 태어나야 하는가? 이것이 운명을 가름하는 중요한 원인이거니와 그런 원인을 제공하는 자는 다름 아닌 무위한 하늘일세.”

“잠깐만요 선생님! 운명을 가름하는 어떤 초월적인 힘이 무위한 하늘이라 하신 말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늘이 인간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습니까? 하늘은 말이 없잖아요?”

이번에는 제일 앞에 앉아 열심히 귀를 기울이고 있던 한 아가씨가 일어나 씩씩하게 말했다. 여자로서 알맞은 키와 체격에 피부가 좀 가무잡잡한 그녀의 머리카락이 어깨를 덮었다. 생김새가 야무진데다가 표정이 사뭇 꿋꿋해서 여성치고는 당돌해보였다.

“아가씨 이름을 물어 봐도 되겠는가?”
“네! 진경숙이라고 합니다!”

“진경숙이라........그럼 진경숙이란 이름을 가질 수 있도록 태어나게 한 분은 누구인가?”

“.........? 저의 부모님이십니다만........?”

진경숙이 당연한 것을 묻는 말이 이상해 얼른 대답을 못하다가 의아스럽게 대답했다. “그렇지! 부모님이시지........부모님은 육신을 주셨지. 그런데 그대의 영혼은 어디로부터 왔을까? 부모님 두 분의 영혼이 그대 육신 속에 들었다면 그대 영혼은 하나가 아니라 남녀 둘이어서 한 육신 속에 함께 존재할 테니 그럴 수는 없을 테고”

“그..........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진경숙이 당당하던 아까와는 달리 우물쭈물하다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한성민은 간단히 대답해주어도 될 것을 너무 깊이 있는 말을 했다 싶었다. 그러나 기왕 한 말이니 어물쩍 넘어갈 수는 없고 이야기도 길어질 것 같아서 탁자 옆 의자에 앉았다.

“그대의 영혼은 천상천하에 독존하는 유일한 존재이지. 왜 독존이라 하는가? 인간의 영혼은 그 자체가 유일자(唯一者)의 분화 물로서 유일자와 본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땅에서 업을 지어 그 기운이 참 나인 독존의 영혼을 휘감아 나 아닌 나를 행세하게 된 것이다. 업을 비유하자면 보석이 참 나이고, 그 보석의 빛을 가린 오염된 진흙과 같은 중생심(衆生心)이 바로 업인 것이다.

“업이라면 전생에 지었던 원인을 말씀하세요?”

진경숙이 앉은 채 진지하게 반문했다.

“그렇다. 그것이 바로 중생심이며 지금 그대의 마음인 것이다.”

“그럼 업의 앙금이 현세에 마음으로 나타나는 것이군요?”

진경숙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