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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잃은 서울시민에 천문대를"…꿈꾸는 영원한 별밤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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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잃은 서울시민에 천문대를"…꿈꾸는 영원한 별밤지기

[스페셜]이태형 (주)천문우주기획 대표이사 겸 충남대 천문우주과학과 겸임교수

아마추어 천문가에서 천문 우주문화사업가로 변신…평생 ‘業’으로


89년 펴낸 별자리 안내서로 대박…한국인 첫 소행성 ‘통일’ 발견


별은 영원히 변치 않는 믿음이며 희망의 다리이며 사랑의 전령사


별자리 익히기는 시골보다 밝은 별만 보이는 도심하늘이 더 좋아

▲이태형(주)천문우주기획대표이사
▲이태형(주)천문우주기획대표이사
[글로벌이코노믹=노정용기자] 이태형 (주)천문우주기획 대표이사 겸 충남대 천문우주과학과 겸임교수는 책 한 권으로 인생이 달라진 사람이다. 20대 중반에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1989)을 출간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이를 계기로 아마추어 천문가에서 진짜 천문학을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 변신했다.

밤하늘의 별지기로서 수백만 원을 들여 망원경을 샀고, 사진도 못 찍는 별 전문가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사진에 미쳐 천체사진 공모전 대상을 받았다. 무엇보다 그는 1998년 반 년 이상 소행성 탐사에 몰두해 국내 최초로 소행성 ‘통일’을 발견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최근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의 개정판인 『이태형의 별자리 여행』(나녹)을 출간한 이태형 대표는 별자리를 자주 보면 볼수록 그 별자리는 독자들에게 길들여질 것이고, 그 어떤 이야기나 신화보다도 더 소중한 독자만의 별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 별자리를 같이 본 사람이나 장소, 그 모든 것이 그 별자리에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하는 그를 만나 별자리 여행을 떠나본다. <편집자 주>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의 성공으로 아마추어 천문가에서 ‘천문 우주 문화’ 사업가로 변신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재미있는 별자리여행을 쓴 것이 1989년이니까 벌써 24년이 흘렀네요. 대학교 2학년 때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친구들과 함께 ‘별따라 꼴따라’라는 핸드북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수 년 동안 그 책이 돌고 돌다가 김영사에 들어갔고, 별에 관심이 많았던 담당 편집자께서 일반인들을 위한 별자리 책을 내 볼 생각이 없느냐는 제안이 왔습니다. 저 나름대로도 제대로 된 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제안을 수락했고, 반년에 걸쳐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책이 나오고 며칠 판에 초판이 다 팔리고 베스트셀러 대열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에 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줄 정말 저도 몰랐습니다. 많은 분들이 편지와 엽서로 감사 말씀을 전해주셨고, 별보는 사람들의 수도 부척 늘어났습니다. 1990년부터 대학 동아리의 신입 회원이 두 배 이상 늘어났으니까 정말 당시 제 책의 반응은 저도 놀랄 정도였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별자리는 무엇입니까?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돌고래자리를 가장 좋아합니다. 은하수 근처에 위치하는 작고 앙증맞은 별자리로 그리스 신화 속에서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사랑을 이루게 해 주었던 사랑의 전령사이지요.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크고 화려한 별자리에 비해 작고 어둡지만 저에게는 가장 예쁘게 보이는 별자리입니다. 여름밤 바닷가에 누워서 하늘을 보면 견우, 직녀 근처에서 쉽게 찾을 수 있어요.”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은 우리말로 쓴 첫 번째 본격적인 ‘별자리 안내서’로서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는데….

“네. 저도 그렇게 많은 분들이 별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지 몰랐습니다. 별에 대한 낭만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기본적인 정서가 아닌가 싶어요. 하지만 제대로 된 하늘 안내서가 없었고, 제가 운 좋게 그 역할을 하게 된 것이지요. 책이 나오고 며칠 만에 초판이 다 팔렸다는 말을 듣고 정말 놀랐습니다. 방송국, 신문사 등에서도 계속 인터뷰 요청이 왔구요.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정말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책을 쓸 때보다 책이 나오고 난 몇 달 동안이 더 바빴던 것 같습니다.”

-별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요?

“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별도 다르게 보일 때가 있어요. 그리운 사람 생각을 하면서 별을 보면 그 별은 그리운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다리가 되어주고, 힘들고 어려울 때 별을 보면 그 별은 제게 용기를 주는 희망의 빛이 되기도 하고요. 하지만 항상 느끼는 감정은 별은 믿음이라는 생각입니다. 살아가면서 변하지 않는 것을 찾기는 거의 힘들지요. 특히 사람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 참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하늘의 별은 항상 그대로의 자리에서 그대로의 빛을 발합니다. 해가 뜨거나 구름이 가려도, 비나 눈이 와도 그 너머에는 항상 별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게 별은 항상 변치 않는 믿음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별을 관찰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요?

“별을 관찰하려면 일단 별자리를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여행을 잘하기 위해서는 지도에 표시된 이정표를 찾아가야 하는 것처럼 별자리는 밤하늘을 여행하기 위한 하늘 속의 이정표입니다. 그리고 별자리를 충분히 익힌 후라면 망원경을 이용하여 각각의 별 너머에 숨어 있는 성운이나 성단, 그리고 은하를 찾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일단 별자리를 익히기 위해서는 시골보다는 도시의 하늘이 더 좋습니다. 시골에서는 너무 많은 별들이 보이기 때문에 별자리를 확인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도시의 하늘에서는 밝은 별만 보이기 때문에 별자리의 뼈대를 확인하기 쉽습니다. 즉, 도시의 하늘은 별자리 관측의 요점정리판이라고 할 수 있지요. 간단한 밤하늘 지도, 그리고 지도를 볼 수 있는 작은 랜턴 하나 정도가 별과 친해지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준비물입니다.”

-가을철 별자리에는 어떤 게 있고, 어디서 관찰하는 게 좋습니까?

“가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하늘이 청명한 계절일 것입니다. 그만큼 별보기에 좋은 계절이기도 합니다. 흔히들 가을을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별보는 사람들에게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은 ‘하늘 높은 곳에 살찐 말의 별자리가 있는 계절’입니다. 천마 페가수스가 가을 하늘의 정중앙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페가수스의 몸체를 이루는 사각형 별들을 페가수스 사각형이라고 하는데 가을하늘 별자리 여행의 가장 중요한 길잡이 별입니다.

▲이태형대표가1998년한국인최초로발견한소행성'통일'.
▲이태형대표가1998년한국인최초로발견한소행성'통일'.
페가수스가 머리 위에 높이 뜨게 되면 그 뒤로 백마 탄 왕자님이 아리따운 공주님을 이끌고 나타납니다. 에디오피아의 공주 안드로메다와 남편인 페르세우스 왕자가 그 주인공이지요. 그리고 북쪽 하늘에는 공주의 부모님인 케페우스 왕과 카시오페이아 왕비가 하늘 높이 자리합니다. 하지만 가을의 남쪽 하늘은 추수 끝난 들판처럼 썰렁합니다. 그 남쪽 하늘에서 유일하게 밝게 빛나는 별이 하나 있는데 고독한 별로 알려진 남쪽물고기자리의 으뜸별 포말하우트입니다.

별자리를 관찰하기 위해서는 일단 주위에 불빛이 없는 곳을 찾아야 합니다. 서서 보는 것보다는 돛자리를 깔고 누워서 보는 것이 좋겠지요. 물론 쌀쌀한 밤공기를 막을 수 있는 두꺼운 외투와 담요는 꼭 필요합니다.“

-1998년 한국인 최초로 소행성을 발견한 과정과 그 소행성에 ‘통일’이란 이름을 붙인 이유가 궁금합니다.

“1998년 초에 일본인이 자신이 발견한 소행성에 세종대왕의 이름을 올렸다는 뉴스가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고마운 일이긴 하지만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가장 위대한 대왕의 이름을 일본인이 하늘에 새긴 것이었으니까요.

일본에는 취미로 별을 보는 사람이 수십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 만큼 많은 사람들이 매일 밤 망원경으로 하늘을 감시하기 때문에 새로운 별을 발견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6개월 정도 거의 매일 밤 맑은 하늘을 찾아 망원경으로 하늘을 살폈습니다. 제가 발견한 소행성에 ‘통일’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유는 별을 보는 마음은 거의 같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각자의 생각이나 이념은 틀릴지라도 별을 보는 마음만큼은 모두 맑고 순수할 것입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밤하늘의 별을 보게 된다면 남북의 통일뿐만이 아니라 사람들 마음의 통일도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 이름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시와 노래, 영화 등에 무수히 별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별에 관심을 가지는 건 아닌데, 별자리에 특별히 관심을 가진 이유가 있습니까?

“별자리는 신화이자 역사입니다. 또한 밤하늘을 여행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잡이이기도 합니다. 나라마다 시대마다 별자리가 다른 것은 그 문화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저는 별자리를 통해 수천 년 전 사람들과 교감을 나눕니다. 그리고 하늘에 새겨진 별자리를 이정표 삼아 밤마다 하늘 여행을 떠나곤 합니다. 오랜 세월동안 사람들이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얼마나 많은 사연을 이야기 했을지 모릅니다. 별자리를 통해 오랜 세월 전해지는 이야기를 찾아 시간 여행을 할 수도 있고, 먼 미래의 세계를 상상할 수도 있습니다. 별자리는 밤하늘과 친해질 수 있는 가장 쉽고 기본적인 정보입니다.”

-별이 만드는 하늘 나라(자미원, 태미원, 천시원)에 대해 이야기해주시죠?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에서는 하늘의 별자리를 삼원(三垣) 28수(28宿)로 나누고 있습니다. 북극성은 하늘의 황제 별로 그 주위는 하늘나라 궁궐인 자미원입니다. 자미원 옆에는 신하들이 일을 하는 하늘나라 관청인 태미원과 백성들이 사는 천시원이 있습니다. 그리고 자미원과 태미원, 천시원을 둘러싸고 태양이 지나는 길목을 지키는 네 마리의 영수가 있는데 바로 청룡, 백호, 주작, 현무가 그것입니다. 이들 사령(四靈)은 각각 동, 서, 남, 북 하늘을 지키는데 각각을 7개로 나눈 것을 28수라고 합니다.”

-서양의 별자리와 우리나라의 별자리는 어떻게 다른가요?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우리나라의 철학이 반영되었다고 하시는데, 어떤 철학인가요?

“서양의 별자리는 고대 아라비아 반도의 목동들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면서 그 모양이 조금씩 변하고 정리되면서 오늘날의 별자리가 된 것이지요. 서양의 별자리는 모두 88개인데 대부분 별들이 놓여 있는 모양을 따라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천상열차분야지도에는 동양의 고대 별자리 체계인 3원 28수의 별자리가 그려져 있습니다. 북극성은 하늘의 황제 별로 모든 별들은 그 별을 축으로 하루에 한 바퀴씩 회전합니다. 황제의 근처에는 황제와 왕족이 머무는 궁궐인 자미원이 있고, 그 주위에 관리와 백성들이 사는 태미원과 천시원이 있습니다. 그리고 태양이 지나는 길목을 따라 동방 청룡, 서방 백호, 남방 주작, 북방 현무가 하늘을 지키는 별자리입니다. 이들 사령의 몸을 일곱 개로 나눈 것을 28수라고 하는데, 바로 서양의 황도 12궁과 비슷한 별자리입니다.

서양의 별자리가 특별한 원칙 없이 모양을 따라 만들어졌다면, 동양의 별자리는 인간 세계를 그대로 하늘에 투영시켜서 만들어졌다고 보면 됩니다. 하늘나라 황제와 관리, 백성, 그리고 28수는 지방의 영주를 뜻하기도 합니다.”

-밤하늘을 쳐다보고 별이 수없이 많다고 합니다. 마치 들판에 핀 꽃은 반드시 이름이 있는데, 무조건 ‘이름없는 들꽃’이라고 하는 것처럼. 밤하늘에는 얼마나 많은 별들이 존재합니까?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천체만을 스타, 즉 별이라고 합니다. 별이 모여서 함께 돌고 있는 가장 큰 집단을 은하계라고 하는데 하나의 은하계에는 평균 천억 개 정도의 별이 있습니다. 그런 은하계가 천억 개 정도 모여 있는 것이 우주입니다. 그러니까 우주에 존재하는 별의 개수는 대략 ‘천억 X 천억’, 즉 10,000,000,000,000,000,000,000개 정도랍니다. 태양의 크기가 지구에 비해 백만 배 이상 크다고 하니까 우주가 얼마나 넓고 대단한지 상상하기도 어렵겠지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재미있는 별자리여행을 펴낸 후 24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별을 알리기 위해 나름대로 많은 일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누구나 어렵지 않게 천문대를 찾아가 별을 볼 수 있는 시대가 온 것 같습니다.

제가 가장 만들고 싶은 천문대가 바로 서울의 시민 천문대입니다. 별에 대한 낭만과 꿈을 잊고 살아가는 서울 사람들에게 별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서울 하늘에서도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많은 별을 볼 수 있습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LA 최고의 관광 명소 중의 하나인 그리피스 천문대와 같은 서울 천문대를 만들 계획입니다.”

오늘 밤하늘을 바라보며 하늘의 별을 세어보자. 때로는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혹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똥별을 만나게 되면 소원을 빌어보자. 옛날부터 별똥별을 보며 빈 소원은 이루어진다 했으므로. 세상이 너무 자주 변해 혼란스럽지만, 저 하늘의 별들이 여전히 빛나고 있음에 큰 위안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