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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해제 동의 25% 받은 추진위, 융자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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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해제 동의 25% 받은 추진위, 융자 불가

30% 징구 된 조합은 사실상 사업 접어야

“해제 동의서 25%만 받으면 아예 사업을 접으라는 말입니다. 앞으로 해제 동의서 징구와는 상관없이 돈줄이 막혀서 추진위 조합 해제하겠다는 구역이 속출할 겁니다.”


[글로벌이코노믹=편도욱기자] 7일 글로벌이코노믹에서 단독입수한 서울시 내부 문서인 ‘2013년 정비사업 융자지원기준 강화’에 의하면 앞으로 조합설립추진위원회 단계에서 해제 동의서를 25% 징구할 경우 정비사업 융자를 못 받게 된다.
40% 이상일 경우 조합과 추진위 단계 모두 접수 자체를 받지 않도록 규정돼 있다.
조합단계에서는 30% 이상 해제 동의서를 징구할 경우 사실상 융자를 못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융자심의위원회의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했지만 사실상 융자 신청을 받지 않겠다는 의미로 업계에서는 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융자 기준 강화 지침은 지난달 16일 서울시 각 구청에 전달,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방침이다.

지난 1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이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열어놨던 구역 해제 신청기간이 내년 1월말까지 1년 연장된 상황.
이에 따라 이번 내부지침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향후 구역해제되는 구역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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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업계에서는 법적 해제 요건인 주민 해제 동의서 50% 징구라는 기준과는 관계없이 사실상 대부분의 사업지에서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는 지침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또 투명한 사업을 위해, 조합설립인가에서 사업시행인가로 시공자 선정을 미루는 대신 공공관리 자금융자를 통해 자금공백기를 메꿔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당초의 공공관리제도 도입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결국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박원순 시장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비사업 출구전략의 실적을 부풀리기 위한 조치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번 서울시 지침이 ‘도시 및 주거환경 조례 및 규칙 제 23조’에서 규정한 융자 기준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법무법인 태한의 윤승현 변호사는 “서울시 조례에서는 일정한 기준을 적용한 점수표를 만들어 점수가 높은 구역에 우선 지원토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번 서울시 내부지침은 이같은 서울시 규칙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기 때문에 서울시를 대상으로 소송이 제기될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같은 주장에 대해 “충분한 재원 마련이 어려워 보다 진행이 원활한 구역에 융자를 해주기 위해 융자기준을 강화한 것”라며 “서울시 규칙과 내부 지침이 서로 충돌한다고 볼 수 없으며 두 가지 기준 모두 적용 가능하다고 본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몰비용은 지원하겠다고 하면서 해제 위험이 있다고 융자 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서울시의 정책 방향은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조치라기 보다 해제 구역을 더 많이 만들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관리제도 도입으로 자금줄이 다 막힌 상황에서 유일한 자금줄인 정비사업 융자 기준을 이렇게 강화한다면 서울시에서 정비사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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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같은 조치를 비공개 문서로 남겼다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

정비사업 융자금이 정비사업 자금 마련을 위한 유일한 젖줄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내부규정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정비업계의 반발을 사전에 차단시키고자 하는 일종의 '밀실행정'이라는 시각이다.

정비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서울시는 업계나 다른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해제 실적 올리기에 몰두하고 있다"라며 "출구전략을 향한 서울시의 신앙은 맹목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