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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병서 경희대 차이나MBA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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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병서 경희대 차이나MBA 겸임교수

"중국이 위안화 결제 요구하면 세계 판도 바뀐다"

중국에 대한 경고음만 나오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가 중 하나가 대한민국이다. 중국 당국의 정책, 부동산 버블, 중국 경제의 연착륙 여부는 한국 증시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에는 중국의 그림자 금융이 또 다른 위기가 될 것인가 아니면 재도약을 위한 진통인가를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전병서 경희대 China MBA 겸임교수는 2005~2006년 칭와대에서 MBA를 마친데 이어 푸단대 MBA로 진학했다. 현재 국내 최고의 중국 전문가로 꼽힌다. 그에게 글로벌 경제의 현주소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전망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왜 중국에 관심을 갖게 됐나?


대우증권 재직 당시 IT산업 전문 애널리스트였다. 그렇다보니 IT산업의 중심인 미국만 보게 되더라. 하지만 2002년도부터 한국의 제조업이 중국으로 쏠리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리서치 헤드인 내가 중국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더라. 그래서 관심을 갖게 됐다. 중국어를 전혀 못했다. 평소 6시, 6시반까지 회사에 출근해 매일 1시간 동안 중국어 공부를 했다. 그렇게 3년을 했더니 되더라. 중국에 갈 당시 리서치센터장이었는데 칭와대 입학 시험에 덜컥 붙어버렸다.

-중국에서 생활이 어렵지 않았나.


당시 거래소 국제화를 위해 해외 기업들을 국내에 상장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당시 국내 최초로 대우증권이 중국기업들을 상장시켰다. 그 때 40개 넘는 도시를 돌아다닌 기억이 난다. 한편, 당시에는 몰랐지만 난 북경 발음으로 중국어를 했다. 하지만 중국의 금융도시는 상해다. 그 곳도 지역감정이 있는 곳이라 그런지 상해지역 출신들과 북경지역 출신들은 관계가 불편하다. 어쩐지 나를 대하는 태도가 따뜻하지 않더라. 그래서 상하이에 있는 푸단대를 다시 갖다가 나중에 회사까지 그만두게 됐다.

-애널리스트로서 회사를 위해 중국 유학을 택한 것도 있는데 왜 그만뒀는가


그에 대한 답은 중국이다. 당시 중국을 모르면 죽도 밥도 안 되겠다는 생각이 나를 계속 붙잡고 있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중국으로 유학을 간다고 했을 때, 나를 아는 사람들이 ‘미쳤다’는 소리까지 했다. 나이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나를 이끌었다.

-중국 기업들에 접근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중국 문화의 특징 중 하나는 상대와 격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가 사장이면 그 상대편에서도 사장이 나와야 한다. 당시 우리도 격을 맞췄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학연 관계가 형성돼 있다. 당시 사업차 만나는 사람들 중 칭와대 출신들은 너무 반가워하더라. 그런 점들이 많은 도움이 됐다. 또한 만나면 만난 자리에서 담판을 져야 하는데 중국어를 한 것이 도움이 됐다. 통역이 아닌 직접적으로 대화할 수 있어 훨씬 수월했다.

-향후 중국 경제 성장의 유망산업은?


환경산업과 키드산업 그리고 실버산업이다. 원자바오, 후진타오 총리들도 미세먼지 때문에 목이 아프다. 중국 절대절명의 과제이다. 환경산업의 경우 앞으로 10년 동안 중국에 600조의 시장이 열린다. 600조는 우리나라 국가 예산의 2배다. 우리가 여기서 10%를 목표로 한다면 60조이고 1조 기업 60개만 육성한다고만 해도 대박이다. 한국 기업들이 연합해서 중국으로 진출해야 한다. 키드산업도 전망이 밝다. 홍콩에서 생산되는 분유가 400만 톤이다. 이 중 홍콩내에서 소비되는 양은 60만 톤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340만 톤이 전부 중국으로 들어가는데 멜라닌 파동 때문에 그렇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누가 자기 자녀들에게 나쁜 것 먹이겠나? 그만큼 자녀들을 위한 것이라면 수입이라도 불사한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인구다. 그러니 키드산업이 성장 안할 수 없다. 중국은 억만장자 기준 세계 2위다. 이들이 대부분 50대다. 앞으로 10년 만 지나면 이들이 고령이 되고 자연스레 실버마켓은 커진다. 결국 그린산업과 실버마켓이 10년 후에 합쳐지는 결과가 발생한다. 생각해보라. 어마어마한 시장이 열릴 것이다.

-중국이 세계 통화 패권을 차지할 수 있나.


작년에 세계 무역규모 1위국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바뀌었다. 그만큼 중국의 경제는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 중국이 이 상황에서 위안화 결제를 요구하면 판도는 바뀐다. 현재 국제 무역에서 중국과 거래를 할 때 위안화 결제를 요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중국 그림자 금융은 어떻게 생각하나?


데이터를 잘 봐야 한다. 중국의 그림자 금융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림자 금융으로만 보면 미국이 제일 심각하다. 심지어 일본은 전체 부채(그림자 금융 포함)가 전체자산 대비 500%로 제일 높다. 이에 반해 중국은 215%이다. 만약 단순 그림자 금융 때문이라면 일본부터 무너지고 이후 미국이 무너지고 가장 나중에 중국이 무너져야 한다.

-한국 주식시장이 부진하다. 이유는?


2008년 금융위기에서 빠르게 한국 증시가 상승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 때문이다. 당시 ‘차, 화, 정’(자동차, 화학, 정유) 등이 한국 증시를 이끌었는데 그 이유가 중국의 정책 때문이었다. 건자재 수요가 늘어나니 건자재의 원재료인 화학제품 수요도 늘고 차도 많이 팔리니 기름 수요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전부 해외에 공장을 짓고 생산한다. 기업이 빠지면 사람이 빠지고 사람이 빠지면 돈이 빠진다. 국내에서 생산하면 내수가 부양되고 소비도 살아나겠지만 그렇지 못해 전반적인 경기회복이 되지 않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의 전망 예측이 어긋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부처님 손바닥 안이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부처님 손바닥이 큰 것이 아니라 부처님이 손으로 우리 눈 앞을 가리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같다. 애널리스트일 때 나도 그랬다. 여의도 바닥에서 20년 넘게 있으면서 한국 시장을 보면서 무엇인가 답답했다. 그런데 중국에서 바라보니 한국 시장 전체가 보이더라. 워렌 버핏이 기업을 자주 방문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는 세계 최고의 투자자다. 넓은 시각으로 봐야 한다.

-리서치센터가 축소되고 있어 향후 전문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리서치센터를 더 늘리고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 그게 한국 금융이 살 길이다. 하지만 전문성을 키워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애널리스트들이 더욱 노력하고 공부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상이 중국이라면 중국의 시각에서 봐야 한다. 그 관점에서 꾸준히 연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