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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라운지] 국민은행이 ‘콩가루’ 소리를 듣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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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라운지] 국민은행이 ‘콩가루’ 소리를 듣는 이유

임영록ㆍ이건호, 비리 및 내분 사태로 평판 CEO 리스크 ‘최고조’

[글로벌이코노믹=박종준 기자] 그동안 ‘국민의 은행’을 자부해 온 국민은행이 최근 평판 리스크와 CEO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비리 사건 등에 이어 최근 '전산망 교체'를 둘러싸고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사이에 불거진 내분사태로 정점에 치닫고 있는 것.

국민은행의 평판리스크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시점은 지난해 터진 일본 도쿄지점발 ‘비자금 의혹’으로 출발한다. 지난 3월말 4000억원 규모의 국민은행 도쿄지점 불법대출 의혹이 그것.
이 뿐이 아니었다. 도쿄지점 비리의혹이 불거진 이후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BCC)은행의 부실, 국민주택채권 100여억원 횡령, 주택보증부대출 부당이자 수취 등의 문제가 ‘고구마 줄기’ 캐듯 불거졌다.

이로 인해 최근 기업의 중요 덕목인 평판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평판 리스크’가 상승한 것이다. 지난해 11월27일 금융소비자원은 금융감독원에 국민검사를 청구하는 한편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사퇴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사정이 이쯤 되자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나섰다. 이 행장의 대국민 사과에 이어 이튿날인 28일 국민은행은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이건호 은행장 등 임직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임시조회를 열고 고객신뢰 및 임직원 윤리회복을 위한 실천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행장은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존립하는 은행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일어났다"며 "KB국민은행은 금융당국과 긴밀히 협조하여 이번 금융사고의 진상과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쇄신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KB국민은행은 “이번 결의는 최근 발생한 도쿄(東京)지점의 불법대출, 국민주택채권 위조ㆍ행사사고 등과 관련하여 고객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불합리한 업무관행에 대한 근본적인 쇄신을 통해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고 직원의 윤리의식을 제고하기 위해 실시되었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임 회장도 지난해 연말 한 행사에 참석해 "최근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특히 국민은행은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고에 대해 겸허하게 반성하면서 투명하고 깨끗한 은행 만들기에 앞장설 것을 약속하였으며, 향후 고객의 가치를 높이는 고객 지향적인 영업 추진 및 주인의식과 윤리 가치에 기반을 둔 충실한 업무 이행을 다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러한 KB국민은행의 잇따른 대국민 사과와 결의대회 등은 결과적으로 이번 '전산망 교체' 내분사태로 인해 한바탕 야단법석을 떤 셈이 됐다.

문제는 이러한 국민은행의 노력도 지난 1월 터진 ‘KB국민카드 고객정보 유출’로 빛이 바랬다는 사실이다.

이 일로 지난 1월20일 이건호 국민은행장, 심재오 국민카드 사장 등과 KB금융 집행임원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 역시 그 좋던 국민은행 이미지에 큰 스크래치(흠)가 낸 사건으로 기록됐다.

고객정보 유출 사건으로 지난해부터 올라간 국민은행의 ‘평판리스크 게이지’는 물론 ‘CEO리스크’도 동반상승하게 됐다. 하지만 국민은행의 ‘CEO 리스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바로 최근 ‘사상 초유’의 임 회장과 이 행장 간 내분사태가 기름을 부은 것. 이 일로 국민은행 관련 최근 기사에서 ‘사상 초유’라는 말은 흔하게 볼 수 있고, 심지어 ‘콩가루’라는 제목의 기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국민은행 내분사태는 국민은행 주전산시스템을 기존 IBM에서 유닉스로 교체하는 것을 놓고 임 회장과 이 행장 간 ‘으르렁 사건’의 발단이다. 국민은행이 전산시스템을 IBM방식으로 쓰고 있다가 IBM 등 여러 IT업체가 참여하는 유닉스시스템으로 바꾸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 정병기 국민은행 상임감사가 업체 선정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하면서 양측 간 대립이 시작됐다. 이 행장이 정감사의 의견을 수용해 받아들이면서 이사회에 시스템 교체 재논의를 제안했지만 이사회가 거부하면서 ‘이건호·정병기대 이사회(임영록)’가 대척점에 선 것이다.

사정이 이쯤 되자 금융소비자원은 이번 내분이 전산시스템 교체에 따른 이권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지난 22일 검찰에 고발했다. 이번 국민은행 CEO간 내홍이 사회이슈로 확대된 것이다. 자연스레 국민은행의 ‘CEO리스크’와 ‘평판리스크’가 재점화됐다.

따라서 6개월 전 했던 ‘투명하고 깨끗한 은행 만들기에 앞장설 것을 약속하였으며, 향후 고객의 가치를 높이는 고객 지향적인 영업 추진 및 주인의식과 윤리 가치에 기반을 둔 충실한 업무 이행을 다짐’이라는 임 회장과 이 행장 등 국민은행의 약속은 결과적으로 ‘한낮 구호에 그친 것 아니냐’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