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산업라운지]KT 황창규 ‘1등론', 넘어야 할 산 많다

공유
0

[산업라운지]KT 황창규 ‘1등론', 넘어야 할 산 많다

[글로벌이코노믹=박종준 기자] 과거 히트 광고 카피였던 ‘2등은 기억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현재의 KT에게도 잘 들어맞는다. 얼마 전 시장점유율이 30% 대 밑으로 떨어졌던 KT가 ‘넘버1’ 탈환 의지를 불태우고 있고 그 중심에는 올해초 ‘구원투수’로 등판한 황창규 회장(사진)의 이른바 ‘1등론’이 있다.

황 회장이 KT호(號)의 키를 잡으면서 채택한 ‘경영 슬로건’은 전 직장 삼성전자에서 체득한 이른바 ‘1등론’이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줄기차게 ‘1등론’을 설파해 왔다.
이와 관련 황 회장은 지난 20일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속도, 용량, 연결이 폭발하는 융합형 기가 시대 선도와 5대 미래 융합서비스 육성, 고객 최우선 경영을 통해 1등 KT와 기가토피아(GiGAtopia)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전후 그의 ‘경영 슬로건’이 된 ‘1등론’이 재등장한 것이다.

28일 KT에 따르면 향후 3년간 4조5000억원을 투입해 유무선이 통합된 기가 인프라를 구축한다. 기가 인터넷(GiGA FTTH)은 기존 인터넷보다 10배, LTE에 기가 WiFi를 결합한 이종망 융합기술(GiGA Path) 및 구리선 기반 초고속 전송기술(GiGA Wire)은 기존보다 3배 빨라진다. 이러한 기가 인프라를 기반으로 IPTV 업계 1위 역량을 결합해 초고화질(UHD) GiGA TV를 연내 상용화하고 이를 통해 미디어 산업의 새 장을 열겠다는 것이다.

특히 KT는 핵심 역량인 인프라와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을 기반으로 5대 미래 융합 서비스를 선정하고 중점 육성한다. 앞서 황 회장은 지난 3월16일에도 “기술개발, 상품, 유통∙마케팅, 고객서비스 등 경영활동 전반에서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지 않으면 KT의 미래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스티브 잡스를 설득해 새 시장을 개척하고 빌게이츠를 감동시켜 시장을 확장하는 등 과거 본인의 경험을 사례로 들며 “고객 최우선 경영만이 KT가 글로벌 1등으로 나아갈 수 있는 해법”이라고 분발을 촉구했다. 이러한 황 회장의 ‘1등론’은 그가 회장에 취임하면서 내세운 ‘경영슬로건’이자 ‘경영어젠다’다.

1월27일 황창규 회장은 주주총회에서 회장 수락 연설을 통해 “글로벌 기업을 이끌어 본 경험과 국가 R&D 프로젝트를 수행한 노하우를 KT 경영에 접목해 대한민국의 통신 대표기업 ‘1등 KT’를 만들겠다”고 역설했다.

이어 황 회장은 직원들에게도 “지금처럼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는 어떤 성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며, “서로가 가족처럼 믿고 의지할 수 있도록 직원들을 다독이고 격려해 위기 극복을 넘어 ‘1등 KT’로 도약하는 신화를 함께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황 회장은 당시 ▲최고의 품질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시장에 먼저 제공하고 ▲ICT 기반의 융합서비스로 새로운 성장 엔진을 만들며 ▲KT의 성공스토리로 글로벌 시장을 리딩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황 회장은 최근 대규모 명예퇴직을 통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했다.

그는 취임 전후 이른바 ‘품질 경영’과 고객 우선 경영을 통해 전임 회장 비리 의혹과 최근 고객정보 유출 사태, 영업정지에 따른 유무형의 데미지(추락)를 만회해보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곧 ‘1등 제일주의’ 내지 ‘1등지상주의’와는 성격 등에서 차원이 다르다는 것.

하지만 그가 넘어야 할 산은 높고도 많다. 말 그대로 첩첩산중이다. 무엇보다 실적 제고가 시급한 과제다.

그런데 지난 1월 취임한 황창규 회장의 첫 성적표는 ‘기대이하’였다. KT는 지난달 30일 경영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520억32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6% 줄었다고 밝혔다. 1년 사이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난 것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2% 하락한 5조8460억원, 당기순손실 409억9300만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에 비춰 KT가 실적 제고를 위해서는 추락한 시장 점유율 만회가 담보돼야 한다. 최근 KT는 이동통신업계에서 점유율이 30% 밑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5월 단독영업 기간 만회를 통해 30.2%를 내다보고 있지만 업계에서 줄곧 50%선을 유지해오고 있는 ‘1위’ SK텔레콤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누가 뭐래도 현재의 KT는 이동통신업계 ‘넘버2’다.

지난 26일 미래창조과학부의 4월 무선통신서비스 통계 현황에서 KT는 29.84%를 기록해 2위였다. 과거 ‘통신명가’에서 최근 황 회장이 ‘1등 KT, 통신대표기업’을 자부하는 상황에서 다소 민망한 수치다. 또한 KT와 황 회장의 당면과제가 통신업계 내에서의 점유율 회복이라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반면 LG유플러스는 점유율 20.02%로 1996년 창업 이래 처음으로 점유율 20%를 넘어섰다. 최근 단말기 불법 보조금에 따른 영업정지 기간이 서로 갈리면서 통신3사 점유율이 최근 변화무쌍한 업계 이슈에 따라 업치락 뒷치락하는 형국이지만 분명 ‘라이벌’ KT에게는 ‘적신호’다.

또한 이동통신업계에서 시장 점유율과 함께 중요한 것이 서비스 질, 즉 고객 만족도다. 이와 관련 <리서치뷰>가 지난 3월 전국 만19세 이상 이동전화가입자 10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동통신사별 서비스 만족도는 ‘SKT(40.3%) > LG U+(39.1%) > KT(31.9%)’순으로 KT 가입자들의 서비스 만족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차원이 다른 ‘1등’을 경영 슬로건으로 내건 황 회장이 앞으로 신경 써야 할 대목이다. 또한 황 회장의 ‘1등론’ 성공을 위한 전제이기도 하다.

여기에 KT 홈페이지 해킹에 따른 ‘평판리스크’ 상승 등도 황 회장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황 회장의 또 다른 숙제는 KT의 효율성 제고다. 사실 KT는 지난 2002년 민영화 이후 9개 상장사와 49개 비상장사를 두고 있지만 일부 계열사는 실적이 형편이 없다.

이러한 현실은 KT링커스, 소프닉스, KT M&S 등 10여 곳이 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것이 단적인 예다. 실제로 KT가 지분 93.82%를 가지고 있는 KT링커스의 부채비율은 832%에 달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계열사 15곳은 지난 2012년까지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황 회장도 수술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해 최근 인력 구조조정과 함께 계열사 대수술을 선언했다. 이 대목에서 반발이 예상되는 노조 등 구성원과의 관계 설정이 중요하다.

KT의 개혁을 위해 황 회장이 공들인 부분이 바로 '인사'다. 황 회장은 취임 직후 ‘1등론’의 발원지였던 삼성 출신 인사를 대거 영업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삼성전자 상무 출신 김인회 재무실장, 전 삼성증권 부사장 출신 서준희 BC카드 대표이사 등 이른바 ‘1등론’의 ‘성공모델'이라 할 수 있는 삼성의 ‘DNA’를 수혈한 것이다. 삼성물산 상무 출신 최일성 KT에스테이트 사장, 삼성전자 출신 윤종진 KT렌탈 전무의 영입도 뒤따랐다.

이에 따라 황 회장의 ‘1등론’이 KT의 현재의 위기 극복과 이어 성공까지 담보할 수 있을지 재계가 한창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