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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 윤영환 회장 사재출연과 경영승계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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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 윤영환 회장 사재출연과 경영승계의 관계

재단에 664억 내놔…회사 측은 "후계와 무관" 손사래

[글로벌이코노믹=박종준 기자]


윤영환 대웅제약 회장이 최근 자신의 보유 주식 등을 대거 대웅재단에 출연해 화제가 되고 있다. 3남 윤재승(사진)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28일 대웅제약은 대웅제약 창업자인 윤영환(80) 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664억원 규모의 주식을 모두 사회에 환원키로 했다고 밝혔다.

방식은 윤 회장이 보유한 지주사 (주)대웅(이하 대웅)과 주력사인 대웅제약 주식을 석천대웅재단과 자신이 지난 1984년 설립한 비영리공익재단 대웅재단 등에 기부하는 것이다. 윤 회장은 모두 세 번에 걸쳐 약 664억원을 출연했다. 제약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제2의 유한양행’,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사례로 평가하고 있기도 하다.

윤 회장은 지난 9일에도 자신이 보유 중이던 대웅제약 주식 40만4743주(3.49%)와 대웅의 29만555주(2.49%)를 대웅재단에 출연한 바 있다. 약 360억원어치에 달한다.

이에 따라 윤 회장의 대웅 지분은 6.72%로 줄게 된 반면 대웅재단은 (주)대웅 보유지분율은 7.48%에서 9.98%로, 대웅제약 지분은 5.12%에서 8.62%로 늘렸다.

이처럼 윤 회장으로부터 거액을 출연받은 대웅재단은 지주사 대웅은 물론 대웅제약 등 계열사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게 됐다.

실제로 윤 회장은 이번 재단 출연으로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명분과 ‘후계구도 단순화’의 실리를 다 챙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 창업주 윤 회장은 이번 출연을 통해 재벌 오너가의 사회 환원 이미지를 널리 알리는 한편 공익재단을 통한 오너가의 ‘우회 경영’의 길을 닦았기 때문이다.
자녀들에게 상장주식을 증여할 경우 내야 하는 50% 증여세 부담도 덜게 된 것은 물론 윤 부회장에게도 호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 근거는 대웅제약의 지배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웅재단은 대웅제약 보통주 99만8453주 지분율 8.62%를 보유하고 있다. 대웅제약 오너일가 및 특수 관계인 중에는 윤 회장의 부인이자 현재 대웅재단 이사장인 장봉애 여사가 0.52%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그룹의 지주사인 (주)대웅은 40.73%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게다가 대웅은 핵심 주력사인 대웅제약 지분을 40% 보유해 ‘최대주주’라는 지배구조로 얽혀 있다. 대웅 지분을 3남 윤재승 부회장이 11.61%로 ‘대웅 3남매’ 중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대웅의 경우 윤 회장이 4.95%를 보유 중이다. 그의 장남 윤재용 사장이 10.51%, 2남 윤재훈 대표가 9.7%, 3남 윤재승 부회장이 11.61%를 가지고 있다. 윤 부회장은 오너일가에서는 물론 후계구도를 형성한 ‘대웅제약 4남매’ 중에서도 지분이 가장 많다.

여기에 캐나다 국적을 보유하고 현재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는 딸 윤영 씨도 5.42% 지분율을 확보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윤 회장 일가가 대웅을 통해 주력사인 대웅제약 등의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구조다.

특히 재용 씨의 경우 현재 주력사인 대웅제약의 경영과는 멀리 떨어져 있어 사실상 재훈, 재승 씨가 엇비슷한 지분율로 후계구도를 형성했다.

이러한 후계구도는 지난 2012년 6월, 새로운 양상을 띠었다. 1996년부터 2009년까지 대웅제약 경영을 책임지며 '후계승계 1순위'로 떠 올랐던 윤 부회장이 형인 윤재훈 대표에게 '바통’을 넘기며 후계구도가 윤 대표에게로 굳혀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런 양상은 이 해에 윤 부회장이 대웅제약 사장에 복귀한데 이어 대웅 대표에까지 오르면서 역전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당시 일부에서는 대웅제약 후계구도가 윤 부회장으로 굳어진 것이라는 관측도 무성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윤 회장의 사재 출연으로 대웅제약의 지주사인 대웅재단은 향후 대웅제약 오너일가의 후계구도에서 허브 내지 앵커(연결고리) 역할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주사 대웅의 최대지분 보유는 계열사가 아닌 사실상 대웅재단이 됐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에서는 대웅재단의 ‘키’를 누가 쥐고 있느냐에 따라 대웅제약의 향후 후계구도가 결정 날 것으로 보는 관측이 제기하기도 했다. 현재 대웅제약의 후계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형제 중에서는 3남인 윤 부회장이 이사로 등재돼 있다는 점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것이다. 대웅제약 오너일가의 지배구조가 대웅재단을 통한 지주사 등 계열사를 거느리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번 사재 출연이 윤 부회장에게 힘이 더 실리는 모양새가 된 것도 당연 수순으로도 읽히고 있다. 윤 부회장의 지주사 대웅과 대웅제약 등의 계열사 지배력은 강화된 셈이다.

하지만 대웅제약 측은 이번 윤 회장의 사재 출연과 경영권 승계와의 연관성에 대해 “절대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이날 “윤 회장님이 그동안 꾸준히 장학사업을 펼쳐오셨다”며 “이번 기금 출연은 경영승계 등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말했다. 경영승계와는 무관하게 윤 회장의 소신대로 행해진 ‘순수’ 사회환원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날 대웅제약은 윤영환 회장의 사재 출연 관련해 한 장짜리 보도자료를 냈다.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 테마는 사회적 기업 이미지 홍보에 좋은 소재가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다소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 홍보실 관계자는 “별 다른 이유는 없고 회장님의 사회공헌 신념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에 따라 윤 회장의 이번 사재 출연이 순수 사회환원을 넘어 앞으로 대웅제약 오너일가의 후계구도에도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