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 톱 에너지 기업의 성장 비결은?

공유
0

글로벌 톱 에너지 기업의 성장 비결은?

[포춘 500] 미국(2) 엑슨모빌(Exxon Mobil)

[글로벌이코노믹=이수영 기자] 세계 최대의 석유회사 엑슨모빌은 미국의 석유왕 존 D. 록펠러가 1870년 동업자들과 함께 오하이주에 설립한 스탠더드오일(Standard Oil Company)이 모체다.

당시 단일 회사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정제능력을 갖췄으며, 고품질의 정유를 균일하게 제공한다는 자신감을 회사명 '스탠더드'로 표현했다. 1882년에는 미국 내 정유소의 95%를 지배하는 '스탠더드오일트러스트(Standard Oil Trust)'를 조직했다.
이 회사에는 저지스탠더드(Standard Oil Company of New Jersey, 향후 1972년 사명 엑슨)와 뉴욕스탠더드오일(Standard Oil Company of New York, '소코니(Socony)'라고도 함, 향후 1966년 사명 모빌)이 있었다.

1911년 미 연방대법원이 저지스탠더드, 소코니, 베큠오일을 포함한 '스탠더드 오일'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하고 여러 개 회사로 분할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이 때문에 스탠더드 오일은 '저지스탠더드오일(Exxon)', '캘리포니아스탠더드오일(Chevron)', '뉴욕스탠더드오일(Mobil)' 등 34개의 독립회사로 해체 분리됐다. 1999년에 엑슨이 모빌을 흡수 합병하면서 재탄생한 엑슨모빌(ExxonMobil Corporation)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로써 엑슨모빌은 로열더치쉘그룹을 제치고 매출액 기준 세계 최대의 석유회사로 성장해 그 위세를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엑슨모빌의 개요는 아래 표 1과 같다.

표 1. 엑슨모빌의 개요
이미지 확대보기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 장기적인 비전 설립과 실행

엑슨모빌은 미국의 최대 석유화학회사이자 글로벌 시장에서 에너지 산업을 선도하는 톱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다. 2012년 글로벌 포춘 2000대 기업에서 1위에 등극했고, 2013년에는 매출액 세계 3위, 시장규모 세계 2위 기업으로 기록됐다. 시가 총액에서는 애플, 구글을 모두 제치고 엑슨모빌이 1위를 차지했다. 엑슨모빌의 경영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각 사업부문의 특징, 매출과 영업이익, 경쟁력 등을 분석했다.

첫째, 엑슨모빌의 사업부문은 업스트림, 다운스트림, 케미칼 총 3부문으로 구분된다. 석유를 채굴하는 업스트림(upstream) 사업부는 원유를 탐사하고 생산하는 단계까지의 업무를 관장한다.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업스트림 사업은 미국, 캐나다를 비롯해 중남미, 오스트레일리아, 중국, 러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전 대륙에 걸쳐 있다. 2013년 12월 말 기준으로 정확히 39개국에서 원유 탐사 및 생산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다운스트림(downstream) 사업부는 업스트림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원유를 정제, 수송, 판매 및 기타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부서다.

엑슨모빌은 세계 최대의 통합 정제 및 윤활유 제조업체로서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일본, 태국, 오스트레일리아 등 17개국에서 다운스트림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케미칼(Chemical) 사업부는 최근 엑슨 모빌이 가장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사업부서다. 하이퀄리티의 화학제품은 마진율이 높아 엑슨모빌의 이익 상승에 기여하고 점점 하락하고 있는 정유부문에서의 낮은 수익을 벌충하고 있다. 게다가 고성능 폴리에틸렌처럼 몇몇 특수화학제품은 현재 미국에서 엑슨모빌과 다우케미칼 등 일부 메이저 화학사들이 생산을 독점하고 있어 경쟁자가 거의 없다는 것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엑슨모빌은 석유화학부문에 투자를 확대하면서 지난 3월 말, 싱가포르의 석유화학단지 내에 있는 공장을 확장하기로 결정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화학제품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공급을 원활히 하고 경쟁력을 더욱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그림 1. 엑슨모빌의 글로벌 운영현황 (2013년 12월 말 기준)


이미지 확대보기


둘째, 최근 2년간 엑슨모빌의 주요지표인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은 모두 감소세를 나타냈다. 이는 성장이 멈춰버린 정유산업과 석유가격의 하락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2012년 매출은 전년대비 2.1%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순이익은 7.9% 증가했다.

엑슨모빌은 449억 달러(약 45조8114억원)의 이익을 올렸으며, 2012년 포춘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큰 수익을 올린 기업' 1위로 꼽혔다. 2012년에는 선전했지만 정제마진이 악화된 2013년에는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하락했다.

2013년 매출은 전년대비 8.1% 마이너스 성장해 3937억 달러(약 401조6921억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3.1%인 438억 달러(약 44조6891억원)에 그쳤고, 순이익은 326억 달러(약 33조2617억원)로 2012년보다 123억 달러(약 12조5804억원)가 감소했다. 2013년 이익하락은 산업 내 생산설비가 공급 과잉을 보여 다운스트림 사업부 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로 인해 정제마진이 크게 부진해졌고 결국 이익 감소를 야기했다.

표 2. 엑슨모빌의 주요지표


이미지 확대보기


마지막으로 작년의 이익감소에도 불구하고 명실상부한 세계 1위 에너지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하는 엑슨모빌의 경쟁력은 전문인력 보유/전문기술 개발, 장기적인 비전 설립과 실행, 사업부별 시너지 및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다.

엑슨모빌의 전체 직원 7만5000명 중 탐사 및 개발 전문 인력만 3만 명이 넘는다. 또한 이산화탄소 포집 저장기술(Carbon Capture and Storage, CCS), 바이오 연로, 에너지 절감 등 에너지 관련 첨단기술 연구개발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핵심인력과 기술을 키워 소프트역량을 증진시키는 데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인 것이 엑슨모빌을 정유업체에서 세계 최대의 에너지 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고 풀이한다.

또 다른 경쟁력은 항상 장기적인 비전을 세우고 사업운영 초점을 잘 관리해 성장가도를 달린다는 것이다. 중요한 사업방향설립과 투자 시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지 않고 장기적 안목으로 철저한 계획을 세운다. 나이지리아, 말레이시아, 노르웨이 등 전 세계 다양한 지역에서 자원탐사작업을 활발히 벌여온 결과 엑슨모빌이 2011년 보유한 석유/천연가스 유전의 확인매장량은 249억 배럴로 증가해 지난 18년간의 확인매장량이 생산량을 웃돌았다.

사업부별 시너지와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도 엑슨모빌의 경쟁력을 배가시킨다. 엑슨모빌은 업스트림(석유채굴)과 다운스트림(정제 및 판매) 사업부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 최근 에너지 분야는 새로운 대체에너지와 채굴기술이 급속히 발전해 업스트림 사업부의 보유 여부가 에너지기업의 가치 당락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지속되는 정유산업의 성장 정체와 석유가격 하락으로 업스트림 또는 다운스트림 사업 중 한 분야만 하는 회사들은 타격을 받고 있다. 이에 반해 엑슨모빌은 양 분야에서 오래도록 사업을 영위해온 노하우를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전 세계 곳곳에 진출해 있어 글로벌 네크워크가 잘 구축되어 있다. 따라서 다른 어떤 석유화학기업들보다도 수요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고, 새로운 유전 개발 및 지역과의 협력에 신속한 참여가 가능하다.

성장 정체된 석유부문 줄이고 고부가가치 케미칼 부문 육성해 미래경쟁력 확보

엑슨모빌의 건실한 내부 경쟁력과 더불어 최근 미국의 경기 회복, 2040년까지 꾸준한 에너지 소비 증가 등이 엑슨모빌에게 유리한 외부환경으로 작용해 향후 미래 전망은 밝다. 먼저 에너지란 인간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수 자원으로 자동차연료, 전기 등 가정의 생활연료는 물론 기업 운영, 발전 시설 가동, 미래 에너지원 확보까지 에너지에 대한 소비량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자료에 따르면 2040년 세계 에너지 소비량은 현재보다 56% 상승해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된다.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들이 성장함에 따라 에너지 수요는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소비욕구는 무한히 증가하는데 에너지 산업은 특성상 전문기술을 요하고 진입장벽이 높다 보니 경쟁자가 한정적이다.

전 세계 에너지 산업은 엑슨모빌을 비롯한 로얄더치쉘그룹, 시노펙, BP, 셰브론, 토탈 등 세계 유수의 6~7개 회사가 독점하고 있다. 이러한 제한적인 산업 구조의 특성도 엑슨모빌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이어나갈 수 있는 하나의 요인이 된다.

최근 미국의 셰일 가스와 셰일 오일 개발로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고 경기가 회복되는 등 연이은 호재를 누리고 있다. 2013년 미 에너지정보청(EIA)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2013년에 세계 1위 원유 및 천연가스 생산국이 되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미국이 2014년 세계 최대의 원유 생산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셰일가스 오일 및 가스 붐의 효과는 광범위하다.

개발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기계, 플랜트 사업은 물론 기화액화 과정에 필요한 설비, 가스의 저장과 운송을 위한 장비, 조선 등 분야가 호황을 맞고 있다. 또한 간접적으로는 미국의 에너지 비용이 절감되자 해외로 진출했던 공장들이 다시 미국 본토로 되돌아오고 있다. 공장 가동률이 증가하고, 설비 가동과 공장 운영에 필요한 연료량도 자연히 증가하게 되므로 엑슨모빌의 수요처가 늘어난 셈이다. 잠재수요는 미국에만 그치지 않는다.

셰일 가스, 셰일 오일 개발로 경기를 회복하고 산업경쟁력 우위를 다시 찾은 미국에 탄력을 받은 EU, 중국 등 세계 각국이 앞다투어 셰일 가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셰일 가스 시추 시 프래킹(수압파쇄법) 공법이 많은 물을 필요로 하고 환경오염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가격이 저렴한 강점이 있다.

셰일 가스의 가격우위를 기반으로 미국은 산업경쟁력을 확보했고, 에너지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전환됐다. 그러자 세계 많은 국가들이 미국에 뒤쳐지면 자국의 에너지 수입을 미국이나 러시아 천연가스에 의존해야 하는 사태를 우려해서 뒤늦게나마 셰일 가스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엑슨모빌처럼 에너지 탐사부터 개발, 정제, 수송, 판매가 모두 가능한 에너지업체의 전문기술과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엑슨모빌은 미국의 국내 에너지 개발사업뿐만 아니라 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세계 각국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펼쳐졌다.

셰일 가스의 매장량은 중국이 1위이지만 개발환경은 미국보다 불리하다. 미국의 평균 셰일 가스층은 지하 2~6인 반면 중국은 4~6로 훨씬 깊고, 대부분 물이 부족한 지역에 분포해 개발에 어려움이 있다. 게다가 지하자원의 소유권한은 모두 정부가 가지고 있어 민간 개발을 유인하는 것도 쉽지 않다. 에너지 전문가들이 셰일 가스 개발은 북미 지역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다.

이처럼 엑슨모빌은 셰일 가스 붐으로 변화된 에너지산업의 흐름, 미국 국내 경기 회생 등 유리한 외부환경을 잘 활용한다면 향후 몇 년간은 수익 창출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공급 과잉된 설비투자는 줄이고, 정체된 전통적인 석유부문은 감소시키며 고부가가치로 마진율이 높은 석유화학제품 등 케미칼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엑슨모빌은 사업구조 개편과 핵심경쟁력 강화를 기반으로 미래의 에너지산업도 지속적으로 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러시아 동부 해안의 사할린 1유전 개발 등 이미 상당부분 투자를 진행했는데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미국 등 서방의 제재로 인해 러시아에서의 사업이 후폭풍을 맞지 않을지가 다소 우려된다. 그러나 지난 3월 미국 의회가 러시아 추가 제재안을 가결하자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엑슨모빌의 주가도 치솟는 등 반사이익을 보기도 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악화로 원유공급에 불안감이 조성된 것이 석유기업들의 몸값을 올린 것이다. 결론적으로 당분간 석유시장에 '급변'이 없는 한 엑슨모빌의 성장일로는 쭉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