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세계 조선회사 기록 다시 쓴 선구자

공유
0

세계 조선회사 기록 다시 쓴 선구자

[포춘500] 한국(7) -현대중공업

[글로벌이코노믹=이윤재 기자] 지난 1972년 3월, 황무지나 다름없던 울산 미포만에 조선소 건설을 시작으로 출발한 현대중공업그룹(이하 현대중공업)은 2년 3개월이라는 최단기간 내에 세계 최대 규모의 조선소를 완공했다. 뿐만 아니라 조선소 부지만 마련된 상태에서 당시 정주영 사장이 거북선이 새겨진 500원권 지폐로 대한민국이 수백 년 전 거북선을 제작한 경험이 있음을 내세워 그리스 LIVANO사로부터 26만 톤급 초대형 유조선을 수주한 사례는 불가능한 일도 실현 가능한 일로 만들어내는 도전정신의 현대중공업을 잘 보여준다.

지난 1983년부터 유지해온 세계 최대의 선박건조, 세계 최초 선박 육상건조, 세계 최대 화물선 건조, 세계 최대 원유시추선 육상 제작, 세계 최대 육상 리프팅, 세계 최대 엔진 생산, 세계 최대 LNG선 건조 등 현대중공업의 새로운 기록들은 전 세계 조선회사의 기록을 다시 쓰게 했다. 2013년 글로벌 포춘 500대 기업 중 206, 한국기업 중 4위를 차지했다. 현대중공업의 기업개요는 표 1과 같다.

1. 현대중공업의 개요




글로벌 명칭

HYUNDAI HEAVY INDUSTRIES CO., LTD.

중국어



한국어

현대중공업

영어

HYUNDAI HEAVY INDUSTRIES CO., LTD.

약칭

HHI

설립일

19731228

산업분야

조선업 등

주요

인물

창업자

정주영

주요제품

및 서비스

선박, 변압기, 해상구조물,

엔진류 등

회장 &

대표이사

정몽준

이재성

본사

울산

직원

27933(2014)



일본과 중국 기업 사이에서 힘겨운 '몸부림'


최근 들어 업계 1위인 현대중공업의 수익성이 가장 큰 폭으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중공업의 2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25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91.3%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조선업체를 대표하는 '3'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불황 타개 필살 전략으로 꼽혀온 해양플랜트가 지나친 저가수주 경쟁으로 각 사의 영업이익을 갉아먹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경영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사업 특징, 재무제표, 경쟁력 등을 살펴봤다.

첫째, 현대중공업은 조선, 해양, 엔진기계, 전기전자시스템, 플랜트, 건설장비 등 6개의 사업본부와 1개의 기술개발본부로 이뤄져 있다. 특히 지난 2008년 전 세계 최초로 연간 102척의 선박 인도 기록을 세운 조선사업부는 현대중공업의 핵심사업부로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과거 세계 엔진시장의 1/3 이상을 차지했던 엔진기계사업부는 국내 조선산업의 경쟁력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1976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주베일 항만 하역설비공사를 시작으로 급속히 성장해온 해양사업본부는 시추설비, 생산설비 등 다양한 해양관련 설비를 우리 순수기술로 제작하고 있다. 그 동안 우리나라 중화학공업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플랜트 사업부문은 국내외에 그 우수성을 널리 인정받고 있으며, 이 밖에도 전기전자시스템과 건설장비 사업부문 등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종합 중공업회사로 성장 발전하고 있다.

2. 현대중공업의 주요지표


구분

2013

2012

2011

매출

541880억 원

549737억 원

537116억 원

증감율

-1.4%

2.3%

-

영업이익

8019억 원

255억 원

45744억 원

증감율

-60.0%

-56.2%

-

순이익

1463억 원

1296억 원

27533억 원

증감율

-85.8%

-62.6%

-



둘째, 현대중공업의 2013년 실적은 2012년에 이어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크게 감소했다. 매출은 2012년의 경우 54조원으로 201153조원에 비해 2.3% 증가했지만, 2013541880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약 1.4% 감소했다. 2013년 영업이익은 8019억원으로, 전년 대비 60.0%나 감소했다. 순이익도 2012년에 이어 2013년에도 크게 감소해 1463억원으로, 전년대비 약 85.8% 감소했다. 2011년에 비해 전체적으로 실적악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최근 환율, 금리, 유가 등 세계 경기동향의 영향과 선박금융시장 및 해운시장의 동향이 매출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의 조선산업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복세를 보이다가 2012년부터 악화일로를 겪고 있다는 것이 지표를 통해서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2013년의 경우 유럽국가들의 국가재정위기, 중국의 경착륙 우려, 신흥공업국인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의 경기침체로 세계 화물 물동량이 급감해 해운산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전방산업인 조선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조선이 해운의 전방산업으로 경기의 선행지표인데, 세계 최대의 조선소인 현대중공업마저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것은 향후 몇 년 동안 해운산업도 정상화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2014년도 현대중공업에게는 매우 어려운 한 해가 되고 있다. 1분기부터 악화된 실적이 2분기에도 이어지고 있으며, 3분기, 4분기에도 반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현대중공업이 자랑하던 기술력과 건조능력이 조금씩 퇴색되고 있다는 것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전 세계를 누비던 현대중공업의 모습은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다. 쿠바의 10페소짜리 지폐에는 현대중공업의 이동식 발전설비가 새겨져 있다. 쿠바 정부는 통용량이 가장 많은 10페소짜리 화폐 뒷면에 에너지혁명’(Revolucion Energetica)이란 문구와 함께 발전설비 1세트(4)를 도안했다. 이 설비는 디젤엔진 등 발전기 구동에 필요한 설비들을 컨테이너에 담은 소규모 패키지형 발전소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쿠바 전역 41곳에 544기를 설치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10페소 외교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엔진 기술이 있었기 때문인데 이동식 발전설비에 들어가는 엔진은 중형엔진으로 주로 선박이나 육상의 발전기에 사용된다. 그런데 2000년경 독자적으로 개발한 중형엔진으로 전 세계를 주름잡던 현대중공업은 낮은 인건비를 내세우며 경쟁력을 높인 중국과 높은 기술력으로 승부하기 시작한 프랑스로 인해 조금씩 힘을 잃어가고 있다.

조선산업의 경우 대형 건조설비를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설비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이자 자본집약적 산업이어서 건조공정이 매우 복잡하다. 작업 특성상 자동화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다수의 기술 및 기능 인력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사업특성상 전방산업인 해운산업의 시황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으며 후방산업인 철강과 기계산업 등에 대한 파급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에 계속되는 실적악화는 한국의 중공업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장기간 회복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어 우려된다.

100년 기업 되기 위해 사업다각화보다는 본업 충실해


올해 1분기 현대중공업은 현재의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먼저 올해 목표를 대내외적으로 드러내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음을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다변화된 시장 요구에 맞춰 우선 청정에너지 수요 증가에 따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LNG, LNG 부유식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부유식저장기화설비분야(FSRU) 및 심해, 극지방 한계유전 개발 확대에 대비한 다양한 종류의 드릴쉽, 셔틀탱커, 극지운항용탱커 시장 분야에 대한 경쟁력 강화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을 포함한 국내 조선업계는 저가를 무기로 벌크선, 컨테이너선 등을 싹쓸이하고 있는 중국기업의 부상과 해양플랜트,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의 수주를 강화하고 있는 일본, 싱가포르 등 조선사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국기업들이 자랑하던 저가의 숙련된 노동력은 더 이상 경쟁요소가 되지 못하고 있다. 현장노동자들이 고령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인력양성에 소홀히 해 미래의 노동자원을 확보하지 못한 점도 한국 조선회사들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 그리고 해운업의 불황으로 선박을 발주한 해운회사들이 완성된 선박의 인도를 거부하고 있는 것도 국내 조선사들이 시급하게 극복해야 할 과제다.

현대중공업도 조선업의 본질을 벗어나 정유, 금융 등으로 사업다각화를 서두르고 있지만, 문어발 사업확장이 현대중공업의 본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대중공업이 조선을 포기하고 정유나 금융으로 간다고 한다면 현재의 사업전략이 도움이 되겠지만, 정유나 금융부문도 이미 경쟁기업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어 현대중공업이 단기간에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산업화 시대에는 수직계열화와 사업다각화라는 경영전략이 기업의 생존력을 강화하는 전가의 보도처럼 여겨졌지만 21세기 정보화시대에는 차별화된 아웃소싱과 전문화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작용한다. 현대중공업은 창업자인 정주영 회장의 불굴의 도전정신을 본받아 본업에 더욱 충실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100년 기업이 되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