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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리콜로 '신뢰' 잃은 GM 최악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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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리콜로 '신뢰' 잃은 GM 최악 위기

[포춘500] 미국(7)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 GM)

[글로벌이코노믹=정재수 기자]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 이하 GM)는 1908년 마차 제조업자였던 윌리엄 듀랜트(William C. Durant)가 창립한 회사로 2014년 현재 미국 내 1위 자동차 기업이다. 창사 이후 GM은 1908년 뷰익(Buick), 올즈모빌(Oldsmobile) 등 자동차 회사를 흡수해 기업을 확대해왔다. 1909년에는 캐딜락(Cadillac), 앨모어(Elmore), 오클랜드(Oakland), 릴라이언스 모터트럭회사(Reliance Motor Truck Company), 폰티악(Pontiac) 래피드 모터자동차회사(Rapid Motor Vehicle Company, 지금의 GMC Truck의 전신)를 인수했다.

그러나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많은 자금을 차입하고, 신차 판매 부진 등으로 영업 손실이 발생함에 따라 1910년 듀랜트는 GM의 소유권(지배권)을 은행채권단에 넘겼다. 그러다1911년 카 레이서였던 루이 쉐보레와 투자자자격으로 나선 듀랜트는 함께 쉐보레모터카컴퍼니(Chevrolet Motor Car Company)를 세웠다.
듀랜트는 이 회사를 통해 GM의 지분을 비밀리에 매입하기 시작했고, 1916년 마침내 GM의 경영권을 되찾아 GM을 주식회사로 다시 세웠다. 하지만 이후 새로 출시한 자동차 모델들이 실패하면서 듀랜트는 회사운영권을 완전히 잃게 됐다. 1차 대전 후 대주주인 뒤퐁과 금융왕 J.P.모건의 지원사격 하에 알프레드 슬론(Alfred Sloan) 2세가 회장에 취임했다. 슬론은 1970~1980년대까지 GM을 지속적으로 성장시켜 세계 시장을 석권했다. 1980년대 당시 고용한 직원들만 34만 명이 넘었으며 글로벌 전역에서 150개의 조립 공장을 운영했다. GM1931년부터 2007년까지 77년 동안 연속으로 매출로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했다. 2008~2010년까지는 매출 부문에서 도요타에 밀려 세계 2위의 자동차 회사가 됐다. 2008~2009년 경기침체로 인해 20096월 파산신청을 한다. 정부로부터 500억 달러의 구제 금융을 받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결국 회생에 성공했다. 2011년 다시 매출부문 세계 1위 자동차업체라는 타이틀을 되찾았지만, 최근 경쟁사들에 밀려 2013년에는 1위 자리를 도요타에 내주고 말았다.

1. 제너럴 모터스(GM)의 개요




글로벌 명칭

GM

영어

General Motors Corporation

한국어

제너럴 모터스

약칭

뉴욕증권거래소(NYSE) 주식상장코드: GM

설립일

1908916

산업분야

자동차

주요

인물

설립자

윌리엄 듀랜트

(William C. Durant)

주요제품

또는 서비스

자동차, 트럭, 자동차부품 등 디자인, 제작, 판매

CEO

임원진

CEO: 메리 바라(Mary Barra)

회장: 팀 솔소(Tim Solso)

본사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직원

219000(2013)



다수의 우수 브랜드 불구 영업이익순이익 급감


최근 GM은 도요타, 포드, 폭스바겐 등 라이벌 자동차 회사들에 다소 밀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현재까지 여전히 미국의 1위 자동차 회사이자 글로벌 톱10 안에 드는 거대 기업이다. 미국 포춘 500대 기업에서는 최근 3년간 20125, 20137, 20147위로 두 계단 하락했다. 글로벌 포춘 500대 기업에서도 201120, 201219, 201322위로 떨어졌다. GM의 경영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사업부문의 특징, 매출과 영업이익, 경쟁력 등을 분석했다.

첫째, GM은 자동차 설계부터 디자인, 제조, 마케팅, 유통, 자동차부품, 금융서비스까지 자동차와 관련된 대부분의 비즈니스를 사업부문에서 소화하고 있다. GM의 사업부는 지역을 기준으로 4개 부문 및 1개의 금융계열사 총 5개 부문으로 나뉜다. 북미지역은 GM North America(GMNA), 남미는 GM South America(GMSA), 유럽은 GM Europe(GME), 한국이 속해 있는 기타 해외 운영본부는 GM International Operations(GMIO), 자동차 구매 시 리스 등 금융서비스를 지원하는 GM Financial 등이 산하 부서로 존재한다.

자동차는 37개국에서 10개의 브랜드 Chevrolet, Buick, GMC, Cadillac, Opel, Holden, Vauxhall, Wuling, Baojun, Jie Fang, UzDaewoo를 생산하고 있다. 또한 IMM 지분을 20% 보유, GM코리아의 지분 96%를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도 다양한 국가에서 합작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의 Shanghai GM, SAIC-GM-Wuling, FAW-GM 3개사, 러시아의 GM-AvtoVAZ, 인도의 General Motors India, 파키스탄의 Ghandhara Industries, 우즈베키스탄의 GM Uzbekistan, 이집트의 General Motors Egypt, 남아프리카의 Isuzu Truck South Africa 등이다.

둘째, GM의 주요 실적을 살펴보면 독특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매출은 상승률에는 차이가 있으나 3년간 약 20억 달러(2조원) 이상 규모로 꾸준히 성장했다. 반면 순이익은 2012년부터 마이너스 성장으로 전환해 계속 줄어들고 있으며, 2013년에는 13.6% 하락해 534600만 달러(54106억원)를 기록했다. 그런데 영업이익은 2012년 무려 639.5% 마이너스 성장해 엄청난 적자를 내더니 20131년 만에 116.1% 성장해 흑자로 전환했다고 발표했다. 2011년만 해도 매출, 순익 모두 안정세를 보이며 잘 운영하다 1년 만에 적자기업으로 전락하고 다시 1년 만에 안정세로 돌아섰다는 GM의 회계 발표에 대해서는 불신의 시각들이 많다.

2012년 한국 사업부인 GM 코리아에서는 통상임금 소송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패소할 경우를 대비해 약 8140억의 돈을 비용으로 처리했다. 그러다 작년 12월 대법원 판결이 GM측에 유리하게 나오자 2013년 회계에서는 이 비용을 다시 환입 처리해 플러스 계정으로 집어넣었다. 일각에서는 매년 매출은 꾸준히 느는데 미래에 닥칠지도 모르는 일에 대비한다는 명목 하에 수억 원을 비용 처리하고 적자 기업으로 만들어 법인세 등 각종 세금 감면 혜택만 챙기는 교묘한 회계 수법이라고 비판이 일고 있다. 작년 125일에는 한국의 GM 이사회에서 쉐보레 유럽을 2015년까지 철수하겠다고 결정했다. 이후 바로 2013년 회계 장부에서 관련 비용을 62100만 달러(7000억원)로 잡고 미리 비용 처리해 또 한번 GM의 회계수치에 불신을 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2. 제너럴 모터스(GM)의 주요지표


구분

2013

2012

2011

매출

15542700만 달러

(1573706억원)

15225600만 달러

(154982억원)

15027600만 달러

(152943억 원)

증감율

2.1%

1.3%

10.8%

영업이익

491900만 달러

(49785억원)

-3061300만 달러

(-309834억원)

567400만 달러

(57426억원)

증감율

116.1%

-639.5%

7.0%

순이익

534600만 달러

(54106억원)

618800만 달러

(62628억원)

919000만 달러

(93011억원)

증감율

-13.6%

-32.7%

48.9%



셋째, GMGM이라는 사명과 함께 쉐보레, 뷰익, 캐딜락 등 산하의 자동차 브랜드의 네임 밸류를 기반으로 오래도록 전 세계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GM은 막강한 브랜드 파워와 글로벌 시장에서의 건실한 입지를 바탕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쉐보레(Chevrolet)1911년 만들어진 100살이 넘은 브랜드다. 1979년에 1억 번째 차량을 생산했으며, 20127월 기준으로 전 세계 140개국 이상에서 6.4초당 1대씩 팔리는 등 저력을 보였다. 이 밖에도 미국의 대표적 고급 자동차인 캐딜락 역시 1902년 시작된 오래된 브랜드로 세단, 쿠페, SUV 등 다양한 모델들을 생산한다. 뷰익은 캐딜락 다음으로 미국에서 인기가 높은 고급차종이다. GM은 세계 자동차 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자동차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

또한 GM은 세계 50여 개 국가에서 자동차 생산디자인조립라인을 갖고 있으며 약 190개국 시장에서 3만 개 이상의 납품업체들과 거래를 하고 있다. 100년이 넘도록 장수하는 자동차 브랜드를 다수 보유할 수 있었던 저변에는 이렇게 전 세계에 촘촘히 퍼져있는 GM의 생산네트워크 덕분이다. GM 공장이 진출한 지역으로는 중국, 러시아, 독일, 폴란드, 남아프리카, 이집트, 에콰도르, 아르헨티나, 브라질, 콜롬비아, 호주, 벨기에, 한국, 스페인, 스웨덴, 태국, 베트남 등이다. 이들 나라를 바탕으로 총 55개국에 조립 라인, 제조 시설, 유통, 현지사무소 등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대규모 리콜, 부품 업체 및 고객들로부터 떨어진 신뢰 회복이 관건


세계 최대의 자동차 업체로 장기간 군림했던 GM은 올해 1분기 700만대라는 대규모 리콜 사태와 늦장 대응으로 인한 15명의 직원을 해고했고, 도요타에게 세계 1위라는 타이틀까지 계속 내주면서 점점 하락세를 걷고 있다. GM이 판매량 증진을 위해서는 가격인하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리콜 사태로 벌어진 판매 공백과 누적된 손실액을 더 키울 수 없기 때문이다. 현지 생산방식에서도 비용을 절감할 방법이 없고, 채산성이 확보되지 않아 가격경쟁은 더욱 어렵다.

게다가 최대 경쟁업체인 도요타는 엔진 효율성 관련 프로젝트로 연비가 뛰어난 차부터 친환경 자동차까지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데 GM은 뒷수습하기 바쁜 꼴이 됐다. 현재 상황을 판단해 보면 GM이 정상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자동차시장은 신흥시장을 제외하고는 성장세가 둔화됐고, 각종 세금과 규제로 인해 자동차 가격의 인상은 불가피해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주머니가 가벼워진 소비자가 자동차를 구입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것도 GM에게 불리한 환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리콜사태로 인한 보상 문제는 GM에게 금액 면에서나 대외 신뢰 측면에서도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자동차 점화장치 결함으로 에어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지난 10년 동안 303명이 사망했다. 그런데 GM은 보상과 관련해서도 초기 대응 시에는 2009년 파산 이후 새로 설립한 GM 법인은 이전 GM과 별개로 과거의 사고에 대해서는 보상해 줄 수 없다고 주장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맡기도 했다.

그러다 최근 7월 초에는 GM은 돈보다 신뢰를 택하겠다며 무한 배상이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제시했다. 사망자에 대해서는 최소한 1인당 100만 달러(10억원)부터 시작해 사망자가 배우자나 자녀 등 가족이 있을 경우 최소 보상액은 사람 수만큼 2~4배 증가한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으로서 무한 배상을 선언한 것을 분명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사람들은 아직도 이러한 GM의 용단에 진정성 있는 보상이라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무책임했던 초기대응을 무마하고, 결함 사실을 알고도 숨겼던 경영진의 안일한 태도, 10년 넘게 제기 되어온 점화장치 문제 등 수많은 스캔들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된 점화장치의 경우 실은 차량 한 대당 단돈 57센트(600)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는데 경영진을 비롯한 어떤 직원들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아 현재와 같은 최악의 사태로 커졌다. 20142월부터 5개월간 GM2000만대의 차량을 리콜한 것은 자동차 업계에서 이례적이다. 게다가 2013GM이 연간 생산한 971만대의 2배가 넘는 규모다. 기업의 무책임한 문화가 작은 비용이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를 큰 돈을 들여 수습하고 있는 형국이다.

GM은 소비자 신뢰를 잃은데다 최근에는 업계에서도 악평을 받고 있어 GM의 미래를 더욱 암울하게 하고 있다. 최근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플래닝 퍼스팩티브(Planning Perspectives Inc., PPI)는 자동차 부품업체들을 44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13년 최악의 고객으로 GM이 꼽혔다. 조사대상 기업은 북미 6대 브랜드인 도요타, GM, 포드, 혼다, 닛산, 크라이슬러 등이었고, 도요타와 혼다는 B등급, 포드, 닛산, GM, 크리이슬러는 C등급을 각각 받았다. GM은 전체적인 신용도, 의사소통 능력, 지적재산권 보호 등의 지표에서 모두 낮은 점수를 받았으며, 돌발적인 자재비용 증가에 의한 납품가 인상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품업체들과도 나쁜 협력관계를 가진 GM은 창사 이래 최악의 해를 보내고 있다. 대규모 리콜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안전문제를 숨긴 혐의로 천문학적인 벌금도 부과 받았다. 현재까지는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1위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자동차의 기본덕목인 안전에 충실하지 못하고, 대외신뢰 및 업계에서도 평판이 좋지 않으면 제 아무리 100년 넘도록 글로벌 선두기업을 지킨 GM이라고 해도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일순간이라고 본다.

최근 GM은 전편들에 이어 얼마 전 개봉한 영화 <트랜스포머 4: 사라진 시대>에 쉐보레 등 GM의 화려한 라인업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며 주목을 끌었다. 블록버스터 영화를 통한 대규모 마케팅에 투자해 전 세계 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강력하게 구축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 GM에 가장 필요한 것은 외형에 치중하기 보다 진짜 내실을 다지고 제품 안전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 내 1위 자동차업체 GM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