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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속 두 도시 중 하나는 우리의 모습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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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속 두 도시 중 하나는 우리의 모습 아닐까요?

‘두 도시 이야기’서 칼튼 역 맡은 배우 서범석

[글로벌이코노믹=김만식 기자] ‘두 도시 이야기’는 대문호인 찰스 디킨스의 소설 ‘두 도시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다. 18세기 프랑스 대혁명을 배경으로 런던과 파리를 넘나들며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한 남자의 운명적인 사랑이야기를 담았다. 원작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단일본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지난 2012년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첫 공연의 막이 올라간 이후 2013년 재연을 거쳐 올해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자극적인 소재, 스타 마케팅으로 중무장한 작품들 사이에서 ‘작품성과 메시지’로 승부를 보는 대작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 ‘시드니 칼튼’으로 분한 서범석 배우를 지난 15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만났다. 서범석 배우는 데뷔 이후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노트르담 드 파리’, ‘지킬 앤 하이드’ 등에서 활약했다. 그는 묵직하고 선 굵은 연기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실력파 배우다. 그는 전날 2m 높이의 무대에서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지만 관객들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뮤지컬 무대에 올랐다.



"대혁명 배경 사랑하는 여인위해 목숨 바치는 운명적 사랑얘기혹독했던 당시 민중의 삶 지금의 한국 ‘불평등 상황’과 비슷 뛰어난 작품성에다 배우들과 최고의 앙상블로 기립박수 받아 묵직한 연기서 벗어나 복잡한 감정선 가진 ‘연산군’ 해봤으면"
-극중 시드니 칼튼은 어떤 사람인가?

“시드니 칼튼은 변호사다. 극중 세상을 비판적이고 염세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며 술을 친구삼아 지낸다. 그러다 처음으로 사랑을 깨닫게 해준 여인을 만나고 나중에는 그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인 생명까지도 내어준다.”

-두 도시 이야기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뮤지컬인가?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프랑스 대혁명이 배경이다. 영국 변호사 ‘시드니 칼튼’과 프랑스 귀족 ‘찰스 다네이’는 우연히 ‘루시 마네뜨’를 만난다. 두 남자는 ‘루시 마네뜨’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작품은 삼각관계에 놓인 세 인물을 통해 혹독했던 민중들의 삶을 반영한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칼튼’의 죽음이라는 비극적 결말로 관객의 기립박수를 이끌어 내는 작품이다.”
-두 도시 이야기는 기립박수가 끊이질 않는 뮤지컬로 알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두 도시 이야기는 실제로 관객들의 기립박수가 끊이질 않는 뮤지컬이다. 두 도시 이야기 속에서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프랑스 대혁명 시기를 역사적 배경으로 하지만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다르지 않다. 두 도시 중 하나가 한국이라고 표현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한다. 두 도시 이야기의 역사적 배경에서 150년이 흐른 지금도 세상은 여전히 불공평하다. 오히려 공평을 바라는 것이 무리일 수 있다.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봐도 그렇다. 절망하지 말고, 그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자는 것이 2014년 ‘두 도시 이야기’의 메시지가 되지 않을까 한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올해로 세 번째 공연이다. 대서사시를 2시간 반이라는 짧은 분량에 담아야 하니 두 도시 이야기를 원작으로 만나본 관객과 그렇지 않은 관객 모두에게 아쉬움이 있다. 세 번째 작품에서는 이런 문제점이 상당부분 해결된 것으로 안다.

“이번에 두 도시 이야기 대본을 새롭게 썼다. 관객들에게 좀 더 이해가 쉽도록 하기 위해서다. 다행히도 이번 작품은 원작을 읽어본 관객이나 그렇지 않은 관객 모두에게서 호평을 받고 있다. 끊김 없이 자연스레 이어지는 극의 전개과정은 원작을 읽지 않아도 불편함 없이 몰입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원작을 읽어본 관객들도 이질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더라. 사실 원작과는 살짝 다른 부분이 있기는 하다. 극중에서는 시드니 칼튼이 프랑스 귀족 찰스 다네이를 변호하는 법정에서 여주인공 루시 마네뜨를 처음 만나는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원작에서는 그 이전부터 서로가 알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극의 전개를 위해 약간의 손질을 하긴 했지만 감동의 깊이는 다르지 않다.”

-찰스 다네이를 대신해 단두대에 올라가는 장면에서 귀족 재단사와 손을 잡는 장면이 있다. 죽음을 앞두고 새로운 사랑을 찾았다는 의미로 생각해도 되는가?

“원래는 손을 잡는 장면이 없었다. 상대 배우의 제안으로 추가된 것이다. 아마도 상대 배우가 여배우라 그런 오해들을 하는 듯하다. 새로운 사랑을 찾았다는 의미보다는 극중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해 나누는 행동으로 보면 좋겠다. 단두대에 올라가기 직전이다. 연극이라고 해도 배우들의 심리상태는 실제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나도 그 장면에서는 무척이나 불안하고 초조하다. 하지만 손을 잡으면 불안했던 마음이 진정이 된다. 극 중 마지막에 ‘더 평안한 곳으로 간다, 가치 있는 일을 하겠다.’는 시드니 칼튼의 독백이 있는데 앞서 그 장면이 없었다면 평안한 곳으로 간다는 감정표현이 서툴렀을 것 같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를 제작자 보다 더 사랑하고 아낀다는 느낌이다. 어떤 이유인가?

“그냥 두 도시 이야기가 잘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개인적으로도 애착이 가는 작품이기도 하다. 맨 오브 라반차에 출연할 당시 두 도시 이야기를 관람한 적이 있다. 시드니 칼튼이라는 배역을 보면서 배우로서 짝사랑에 빠졌다. 배우라면 누구나 한번 쯤 해보고 싶은 역할이다. 동료 배우들도 내가 맡고 있는 시드니 칼튼이라는 배역을 부러워한다.”

-두 도시 이야기를 본 지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주연배우 뿐 아니라 앙상블 실력도 대단하다고 한다.

“동감한다. 그 어떤 뮤지컬에서도 이처럼 앙상블 실력이 뛰어난 경우는 만나기 힘들 것이다. 그들과 함께 한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배우로서는 영광이다. 주연배우와 앙상블 간에 호흡이 자연스럽지 않으면 팔과 다리가 각각 따로 움직이는 것 같이 이질적인 경우가 생긴다. 하지만 두 도시 이야기의 앙상블들은 너무나 조화롭다. 두 도시 이야기가 다소 무게감 있는 내용을 담는데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고 뮤지컬에 몰입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앙상블에 있다고 본다. 이들은 치열한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만큼 배우로서의 역량도 뛰어나다.”

-지금까지 서범석 배우가 맡은 역할을 보면 선이 굵은 배역 일색이다. 배우로서 변화를 주고 싶은 생각도 있을 텐데….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은가?

“선이 굵은 배역만 주신다. 배우로서는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만큼 나만의 개성과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로 생각한다. 하지만 때로는 변화를 주고 싶다. 개인적으로 임금 역할을 맡고 싶다. 예전에 폭군 연산군 역할이 들어온 적이 있었다. 일정이 여의치 않아 맡지 못했다. 이번 두 도시 이야기가 끝나면 세종대왕으로 변신하다. 배우라면 왕 역할은 한번 해 봐야 한다고 그러더라.”

-개인적으로 연산군 역할이 어울릴 것 같다. 세종대왕은 엘리트 관료의 이미지가 강해서 맞지 않을 것 같다.

“그런 이야기 많이 듣는다. 나도 개인적으로 복잡한 감정선을 가진 폭군 연산군의 역할이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배우는 주어진 역할에 카멜레온처럼 자신을 변화시킬 줄 알아야 한다.”

-요즘 중견 뮤지컬 배우들의 대학출강이 활발하다. 하지만 유독 서범석 배우는 출강소식을 듣기 어렵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요즘 대학에 뮤지컬학과가 많이 생겼다. 나에게도 여러 경로로 출강해 달라는 요청이 적지 않다. 하지만 아직까지 내가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는 실력에 올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알면 알수록 배울 것이 더 많아지는 학생의 신분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강의에 나설 시간적 여유도 없다.”

-요즘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청소년들이 많다. 선배로서 조언을 해 준다면?

“‘성실한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연습에 임하는 자세, 팬을 대하는 자세, 카메라 앞에 설 때의 자세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만약 지켜야 할 기본을 무시한다면 꾸준하게 사랑받는 연예인이 되기는 힘들다. 기본을 지키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두는 것이 나중에 연예인이 됐을 때 성공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나는 특히 독서를 권하고 싶다. 장르에 관계없이 다양한 책을 읽어둬라. 간접경험을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