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미국] P&G, 실적 부진한 90여개 브랜드 매각

공유
0

[미국] P&G, 실적 부진한 90여개 브랜드 매각

[글로벌이코노믹=윤혜준 기자] 세계 최대 생활용품 업체인 프록터앤갬블(Procter & Gamble, 이하 P&G)이 최근 있었던 실적 발표회에서 향후 2년간 약 90여개의 비핵심 브랜드를 매각하거나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수익성을 개선하고, 매출 신장 및 비용 절감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며 대신 성장을 주도하는 주요 브랜드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다.

기저귀제품 팸퍼스(Pampers)나 세탁세제 타이드(Tide)처럼 핵심 브랜드 70~80여개만 남기고 절반이상을 정리하기로 한 것이다. 아직 어떤 브랜드들을 처분할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았다.
샌포드 번스틴(Sanford Bernstein)의 한 애널리스트 분석에 의하면 P&G의 탑 브랜드가 연매출에서 거의 90%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규모는 약 840억 달러(약 87조원)에 달한다. 반면 나머지 비핵심 브랜드는 연간 매출에서 고작 24억 달러(약 2조원)에 불과하다. 시장에서 인기가 없는 브랜드로는 세탁세제인 Trojan과 Hi Wash, 구강관리제품 Zooth, 향수 Escada 및 Gabriela Sabatini, 캡슐 비타민 Pregnavit, 헤어샴푸 등 미용제품 Graham 등이 있다.

RBC 캐피탈의 경제전문가들도 P&G가 뷰티 시장에서 상당한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4분기 뷰티 시장에서 이ㆍ미용 제품을 취급하는 기업들이 평균 2% 성장한 반면, P&G의 매출은 3% 감소했다. 결국 P&G의 뷰티 브랜드 대부분은 시장에서 도태되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치약, 세탁세제 등의 소비재 부문에서도 몇몇 브랜드가 철수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년간 미국 시장에서의 성장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이에 래플리(A.G. Lafley) CEO는 브랜드 네임밸류는 높아도 실적이 부전했던 제품과 사업부문은 과감히 정리하고 주요 브랜드 위주로 대대적인 사업재편을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P&G는 뷰티사업부(Beauty), 베이비용품∙여성용품∙가족케어 사업부(Baby, Feminine, Family Care), 패브릭∙홈케어 사업부(Fabric & Homecare), 헬스∙ 그루밍 사업부(Health & grooming) 등 총 4개의 사업부로 나뉜다.

상기 4개 사업부별로 대표적인 브랜드를 한 두 개씩만 예로 들자면 뷰티사업부에는 유명한 헤어제품 브랜드인 ‘팬틴’과 ‘웰라’, 화장품 ‘SK-II’가 있다. 베이비용품∙여성용품∙가족케어 사업부에는 아기용 기저귀 ‘팸퍼스’와 생리대 ‘위스퍼’가 유명하다. 패브릭∙홈케어 사업부에는 세탁세제 ‘타이드’와 건전지 ‘듀라셀’이 있고, 헬스∙ 그루밍에는 남성용 면도기 질레트를 만드는 ‘브라운’과 칫솔 브랜드 ‘오랄-B’가 있다.

P&G는 이처럼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한 브랜드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래플리가 CEO로 재직한 2000년부터 2009년까지 P&G는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해 10년간 매출은 2배, 순이익은 4배가 늘어났다. 그러나 후임인 로버트 맥도널드가 2010년 CEO로 취임하면서 P&G는 경쟁사 유니레버에 밀리기 시작하는 등 실적이 부진해졌다. 금융위기의 여파로 미국 소비자들이 P&G의 고가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았고, 신흥국 진출에도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에 회사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자 래플리가 지난 2014년 5월 다시 CEO로 복귀했고, 비용절감과 수익개선을 위해 과감한 사업 구조조정 계획부터 세운 것이다. P&G 측은 아직 철수예정인 브랜드 목록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이는 신중을 기해 정리할 브랜드들을 결정한 후 리스트를 작성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핵심 브랜드 위주로 남기고 나머지는 정리한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 래플리는 베이비용품∙여성용품∙가족케어 사업부문은 다른 3개 사업부에 비해 산하에 딸린 브랜드 수가 적기도 하지만, P&G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브랜드들이 있기 때문에 그나마 다른 3개의 사업부문 보다는 철수할 브랜드가 적을 것이라고 밝혔다.
P&G는 지난 13분기 동안 총 9회나 애널리스트들의 매출 전망치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에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P&G에 광범위한 무수한 브랜드들을 모두 운영하려 하지 말고 몇몇 수익성 높은 브랜드에 집중해 운영성과를 개선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P&G도 비핵심 브랜드를 정리하기로 결정했는데 최근의 비용 절감조치에도 보탬이 되고, 나아가 생산성을 개선하고 수익 신장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P&G는 올해 비용을 절감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아직 정체된 매출을 늘리는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P&G의 투자자들과 시장에서는 이번 P&G의 비핵심 브랜드의 매각 또는 투자철수에 대해 잘한 결정이라며 반기고 있다. 회사의 한정된 자원을 실적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하는 핵심 브랜드에 더욱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핵심 브랜드들은 P&G 전체 수익에서 95% 이상, 매출에서는 90%이상을 차지했다. P&G가 이번 결정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