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지난 18일 다시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가졌다. 이날 참가한 카드설계사들은 주최측 추산 3000명이 참여했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궂은 날씨에도 이들은 우비를 입고 금감원을 성토했다.
집회를 마친 후 가진 인터뷰에서 전 회장은 비교적 담담한 어조로 속내를 풀어놨다. 우선 그는 금감원이 카파라치 제도를 도입한 이후 카드설계사들이 갈취를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파라치들에게 200~300만원, 많게는 600~1000만원까지 뜯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카드설계사들은 카드사로부터 각종 수당을 받지 못하고 코드가 해지돼 실업자로 전락하게 되는 카드설계사의 현실을 악용한 것이다. 특히 금감원에 신고시 50만원밖에 포상금을 받지 못하지만 갈취를 통해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또한 전 회장은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을 문제 삼았다. 현재 여전법에는 고객에게 주는 경품의 한도를 연회비의 1/10을 넘지 않도록 하고 있고, 길거리 영업을 금지하고 있다.
그는 "카드 연회비가 보통 1만원인데 1000원 이상 경품을 금지하는 것은 볼펜 한 자루 값 밖에 되지 않는다"며 "보험설계사들처럼 3만원까지 상향해 형평성을 맞춰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길거리 영업 규제가 너무 포괄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령 마트나 전시장에서 부스를 설치해 영업을 하거나 사무실을 방문해 영업을 하는 것도 길거리 영업 규정 제한에 걸려 어디에도 갈 수가 없다"며 "영업의 창의성을 막아 버려 실적을 달성할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달라진 영업환경에서 카드설계사들은 두렵고 불안해 하고 있다. 고객이 언제 카파라치로 돌변할 수 있고 카드설계사라는 직업 자체가 없어질 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전 회장은 "서민 설계사들이 먹고 살 수 있도록 환경을 금융당국이 규제를 완화해 서민경제에 보탬이 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카드사와 카드설계사간 불합리한 수당체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현재 카드사는 카드 한장당 1~1.8점을 매겨 10점, 15점, 20점 등의 최소 기준을 정해 놓고 최소 기준에 미달하면(9점, 14점, 19점) 원래는 한장당 5만원 정도나 100~150만원의 고정급을 지급해야 하지만 2만원이나 3만5000원 등으로 발급수당을 후려치거나 아예 10~20만원만 지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 회장은 "실적을 좀 더 끌어내기 위한 카드사의 고육책"이라며 "솔직히 몇 십만원 덜 받으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우선 규제가 더 문제"라며 "카드사와 협의할 점은 많지만 향후 절충을 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 회장은 마지막으로 "국민들이 아는 것처럼 카드설계사가 범법자라거나 가계부채 1000조의 원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카드 사용액이 늘어남으로써 국가 세수가 늘어나는데 카드설계사의 역할이 컸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우리는 애국자지 범죄자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