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17일 새벽 (러시아 현지시간 16일 밤) 예정에 없던 내각 회의를 열어 경제위기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메드베데프 총리는 세르게이 슈베초프 중앙은행 부총재로부터 당면한 금융 외환위기의 현황을 보고 받고 외환을 풀어 시장에서 루블화를 사들이는 방안 등 위기수습대책을 집중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또 사태가 계속 악화될 경우 디폴트나 모라토리움을 선언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슈베초프 부총재는 이 회의에서 "러시아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불과 1년 전에는 악몽 속에서도 생각지 못했던 참담한 일로 한마디로 총체적 위기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금융과 외환의 위기가 총체적 대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 수습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날 비상 각의에서 보유 외환을 풀어 시중의 루블화를 대량으로 사들이는 등의 방안이 거론되었으며 실제로 곧 시행에 옮겨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이 충분하지 않아 시장 개입을 통한 사태 수습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적지않다. 현지 소식통들은 외환보유액 활용 카드가 무용화될 경우에는 디폴트나 모라토리움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날 비상각의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논의되었다고 전했다.
슈베초프 부총재는 이와 관련, "앞으로 며칠 동안은 큰 혼란이 이어지겠지만 그동안 수차례의 위기를 겪은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으로 적절한 해법을 찾아 위기를 극복해 나갈 것" 이라면서 “국민들은 정부와 중앙은행을 믿고 투매 등을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올해 들어서만 여섯 차례나 기준금리를 올렸으나 루블화의 폭락세를 막지는 못했다. 주가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러시아 루블화와 주가가 폭락하는 것은 올 3월 러시아의 크림병합 이후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시작한 데다 국제유가 마저 폭락하여 경제가 급격하게 악화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금융 외환시장에서는 디폴트와 모라토리움도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이코노믹 김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