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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 50주년···올해 국가대표 건설사들이 노리는 시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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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 50주년···올해 국가대표 건설사들이 노리는 시장은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해외비중 높은 5개사의 해외수주 목표 및 성과

▲삼성물산'싱가포르LNG터미널'전경
▲삼성물산'싱가포르LNG터미널'전경
[글로벌이코노믹 최인웅 기자] 1965년 현대건설이 태국 고속도로 산업을 처음으로 수주한 이후 국내 해외건설 사업은 올해로 50주년을 맞이했다. 1980년대 중동신화 등 그동안 해외건설 사업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지난해 해외건설 및 플랜트 수주액은 660억 달러로 당초 연초 목표치(700억 달러)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2010년(716억 달러) 정점을 찍은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올해 해외건설 시장 환경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매년 초 해외건설 수주 전망치를 내놓았지만, 올해는 아직까지 고심하고 있는 모습이다. 저유가 기조와 더불어 유가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올해 해외건설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폭됐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두바이유 가격은 3분의 1 가까이 떨어졌다. 2012년 3월 배럴당 123달러 전후로 고점을 찍은 이후 지난해 100달러 선이 무너지며 연일 미끄럼을 타다 급기야 올 들어선 배럴당 50달러 선까지 내려왔다.

이러한 저유가로 인해 건설과 플랜트 업계도 해외 수주감소를 우려하며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다. 유가가 떨어지면 채산성이 낮아지고 이로 인해 신규 투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건설사들의 추가 수주가 유력한 것으로 점쳐졌던 110억 달러 규모의 쿠웨이트 정유공장(NRP) 사업은 올해로 연기됐고, 유가하락세가 예상보다 길어지자 대형공사 발주물량이 기대이하로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중동 최대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현지에 진출한 해외 기업들에 자국민을 우선적으로 채용하게 하는 ‘사우디제이션’ 정책을 펼치면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들의 인건비 부담도 점점 과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재덕 해외건설협회장은 “국제유가 전망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최근의 유가 하락에는 수급 불균형 외에 석유시장에서의 주도권 싸움을 포함한 복잡한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며 “국제유가 하락이 장기화될 경우에 대비한 전략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동은 유가변동에 따른 리스크가 큰 시장이지만 국내 건설사들에겐 여전히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해외시장 개척은 일순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닌 관련 인프라나 투자가 복합적으로 따라야 하기 때문에 유가변동에 따른 중동 리스크를 감안하되 베트남이나 싱가폴 등 아시아와 아프리카, CIS국가 등으로 다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유가 및 해외건설 수주와의 상관관계가 0.9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해외건설 비중이 높은 대형건설사들은 몇 년 전부터 중동위주의 시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시장 확대와 더불어 공종 다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 해외건설 시장을 대표하는 5개 대형 건설사들의 지난해 성과와 올해 해외시장 전략에 대해 알아봤다.

삼성물산 “복합 발전 및 LNG터미널”, 현대건설 “중남미와 아프리카 수주확대”


삼성물산은 올해 해외시장의 기조에 대해 작년을 유지하면서도 시장을 더욱 더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올해 수주전망 목표치는 15.7조, 이 중 해외부문의 수주가 10.3조로 전체 수주의 65%에 달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복합 발전과 LNG터미널 분야에서 작년에 거뒀던 성과를 이어갈 계획이다.

삼성물산 측은 “그동안 해외시장에서 쌓아온 기술역량과 실적을 바탕으로 발전 및 에너지분야에서 양질의 프로젝트 수주에 적극 참여할 생각”이라며 “단순히 양적으로 글로벌 진출시장 및 프로젝트를 확대하는 것이 아닌 철저한 준비를 통해 전략 시장을 설정하고 수익성을 근간으로 한 프로젝트를 선별 수주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삼성물산은 호주 로이힐 광산,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메트로 사업, 카타르 도하 메트로 사업 등 해외 대형 프로젝트 공사가 본격화 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났다. 특히 건설부문의 경우 매출은 10.7% 늘어난 14조 8740억원, 영업이익은 63.5% 증가한 5690억원을 달성했다.

또한 지난해 11월 말레이시아에선 3300억원의 초고층 주상복합 빌딩인 ‘스타 레지던스’ 공사를 단독으로 따냈고, 4900억원에 달하는 LNG 터미널 프로젝트 수주에도 성공했다. 삼성물산은 말레이시아와 싱가폴 등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지역 에너지 허브전략에 따라 LNG 저장시설 분야는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올해도 이 지역에 대한 투자를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건설'베네수엘라푸에르토라크루즈정유공장'
▲현대건설'베네수엘라푸에르토라크루즈정유공장'


현대건설(엔지니어링 포함)은 올해 수주전망 목표치를 지난해보다 1.9% 증가한 27조6900억원으로 정했다. 이중 70%정도가 해외수주 목표치다. 지난해 신규수주(27조1673억원)도 해외가 70%가량 차지했다. 현대건설은 최근 해외 대형공사에서의 매출 확대가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쿠웨이트 자베르 코즈웨이 해상교량 공사와 UAE 사브(SARB) 해상원유처리시설 공사 등에서의 매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건설이 중동 이외에 신시장 개척에 있어 가장 주목하고 있는 곳은 바로 중남미다. 중남미는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에 이어 내년 올림픽관련 건설 특수와 한·콜롬비아가 공동 기획한 프로젝트인 유전 개발관련 인프라 건설 사업 등으로 주목받고 있다.

중남미가 주목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풍부한 자원 때문이다. 중남미는 세계 바이오 연료의 28%를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석유 매장량 또한 세계 1위로 알려져 있다. 철‧구리‧아연‧알루미늄‧니켈 등 주요 광물의 매장량도 상당하다.

현대건설은 중남미 건설시장에서 수주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선택과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단순 공사 수주를 넘어 중남미 각국의 환경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제안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미주 CIS 영업팀을 구축, 인문학적 지식과 전문 기술역량 등의 내실을 다지며 중남미 수주 영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외에도 현대건설은 올해 우즈베키스탄 등을 비롯한 독립국가연합(CIS) 전역에 사업영역 확대를 위한 노력과 함께 기존 리비아 중심의 아프리카 시장공략에서 벗어나 아프리카 전역으로 수주 역량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대우건설'모로코조르프라스파발전소'
▲대우건설'모로코조르프라스파발전소'


대우건설 “북아프리카 및 아시아공략 강화”, GS건설 “CIS국가 진출에 박차”, SK건설 “정제와 석유화학에 집중”


대우건설은 올해 신규수주 목표를 지난해보다 14.3% 증가한 12조5000억원으로 정했다. 이중 해외는 전체 수주의 약 41.5%인 5조1900억원이다. 지난해 오만 등 중동 일부 현장에서 손실이 발생했지만, 나이지리아, 모로코 등 아프리카 현장에서 원가율이 개선되면서 손실을 상당부분 만회했다.

올해 대우건설은 중동 이외에 아프리카, 아시아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 토목과 건축 등 플랜트 외 분야의 수주를 주력해 비중을 5:5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지정학적 및 저유가 등의 글로벌 경제적 리스크를 분산시켜 안정적인 수주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알제리본부를 신규 설립했다. 대우건설이 특정 국가에 지역 본부를 설립한 것은 1990년대 말 리비아 이후 15년 만이다. 현재 대우건설은 알제리에 9개 현장을 개설하고 있으며, 향후 알제리 본부를 통해 이들 현장에 대한 종합적인 설계지원 및 구매 등의 관리 지원을 강화해 수주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GS건설'오만소하르아로마틱스프로젝트'야경
▲GS건설'오만소하르아로마틱스프로젝트'야경


GS건설은 지난해 선별수주와 해외사업 수행경쟁력 강화를 통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해외에서는 EPC공사(설계, 시공 등의 일괄수주)에 풍부한 수행 경험을 가진 회사의 강점을 살려 정유 석유화학 부문을 주력으로 추진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올해는 11조8500억원의 신규수주 목표치 중 해외에서만 6조1500억원을 거둬들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에 이어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통한 시장 신뢰회복에 주안점을 두면서 원가경쟁력을 높이고, 시공역량을 직영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지난달엔 베네수엘라에서 2조8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가스플랜트 공사를 단독으로 따내며 남미시장에 처음 진출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적극적인 시장다변화 전략을 펼치고 있는 GS건설은 2013년부터 진출한 카자흐스탄에서 4조876억원 규모의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를 영국과 독일업체와 공동으로 수주한 바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올해도 성장 잠재력이 높은 CIS 국가진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SK건설'미국천연가스액화플랜트조감도'
▲SK건설'미국천연가스액화플랜트조감도'


SK건설은 올해 해외수주 규모를 지난해보다 다소 줄인 6조원대로 잡았다. 외형보다는 철저하게 수익성 위주로 해외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저유가와 중국 업체의 약진 등으로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전통적인 EPC 경쟁입찰보다 수익성이 좋은 개발형 사업 위주의 수주활동에 주력할 방침이다.

지역적으로는 중동 비중을 낮추고 북중미와 아프리카 등 시장 다변화를 추진할 예정이며 공종에서는 SK건설의 강점인 정제(Refinery)와 석유화학(Petrochemical)에 집중해 수익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지난해 8월 SK건설은 캐나다서 약 2조6000억원 규모의 ‘포트힐스’ 오일샌드 프로젝트를 단독 수주하는 등 국내건설사로는 처음으로 오일샌드 기본설계 수행이후 본 공사 수주에 성공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SK건설은 지난해 출혈경쟁으로 포화상태인 전통시장을 피해 ‘플랜트 블루오션’에 뛰어들면서 66조7000억 달러에 달하는 해외수주를 기록했다.

최민수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시장이 열리는 데는 정부정책과 지원도 중요하지만 건설사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인프라와 기반 등을 갖추는데 시간과 투자를 할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구소련 지역의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공사물량과 수주가 안정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건설사 입장에서도 당장 성과가 안 나온다 하더라도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새로운 시장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이코노믹 최인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