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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의 역사·문화 스토리텔링한 창작오페라 '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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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의 역사·문화 스토리텔링한 창작오페라 '선비'

조선오페라단 단장 최승우 총연출, 유나이티드필하모닉 협연의 『선비』

창작 오페라 '선비'
창작 오페라 '선비'
전 MBC 사장인 대한민국 창작오페라 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이긍희 위원장이 『선비』 제작위원회 위원장이 되어 주최하고, 조선오페라단 단장 최승우가 총연출한 대작 오페라 『선비』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총 4회에 걸쳐 공연되었다. 이 작품에 대한 평가는 절대적 호평으로 나타났다.

영주시의 역사와 문화를 스토리텔링 한 오페라 『선비』는 찬란한 유교, 불교의 고장 영주를 배경으로 한다. 영주에는 부석사, 소수서원, 선비촌, 순흥안씨 집성촌 등 문화자산이 즐비하다. 선비는 학식과 인품이 있으며 특히 선(善)한 사람, 지조가 있는 사람을 지칭한다. 이분법적 구성의 작품, 어짐과 배려를 우선하는 선한 사람들이 성공하는 세계는 선비정신으로 승화된다.
창작오페라에 자체에 대한 전 국민적 인지도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영주시는 도시에 광범위하게 분포되어있는 유교문화와 ‘선비’ 유산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거시적 발상으로 오페라 제작에 노력을 경주해왔다. 혈세 낭비라는 비난을 감수하고 탄생시킨 콘텐츠 개발 수범작(首範作) 『선비』는 한국형 오페라를 창작할 수 있다는 자긍심을 갖게 해준 작품이다.

창작 오페라 '선비'
창작 오페라 '선비'
오페라 『카르멘』,『마술피리』, 『피델리오』, 『세비야의 이발사』, 『피가로의 결혼』, 『사랑의 묘약』, 『라 보엠』, 『토스카』, 『나비부인』, 『투란도트』와 같은 제목만 들어도 주눅이 드는 현실에서 국산 『선비』 는 언급된 오페라들의 제작비, 영화감독 장이예모의 발레 『홍등』의 수입가, 원작 로얄티를 지급한 다수 뮤지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제작비로 걸작을 만들어낸 셈이다.

정상급 성악가로 구성된 오페라 『선비』는 정통 오페라 음악의 사운드에 우리 고유의 선율을 배합, 우리 오페라의 특색을 드러낸 작품이다. 친밀감을 더하는 국악장단, 웅장함으로 다가오는 중창과 합창이 분위기를 돋우며 신명을 불러 일으켰다. 이 작품은 탁월한 음악성으로 정신문화라는 주제를 흥미롭게 전개시켜 제1회 대한민국창작오페라페스티벌 최우수작품이 되었다.

선비는 지조로 살고 한량은 저지른다. 시골 후미진 곳, 영주의 반란은 시골에서 배출한 대 석학들의 면면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오페라로 치면 『선비』는 신생아이다. 인큐베이터 신세를 졌다면 출산 비용은 클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예쁜 아이를 보기위해 시골에서 얼마든지 상경할 수 있다. 시기심에서 이 아이를 비난하는 것 보다는 아이의 바른 성장을 응원할 때 이다.

창작 오페라 '선비'
창작 오페라 '선비'
마음먹고 영주시와 영주지역 출신 인사들, 자발적 참여자들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이루어진 오페라 『선비』는 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자산을 스토리텔링 해 창작 오페라의 다양한 팬들을 확보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우리나라 오페라 역사는 70년이 되었지만, 한국은 아직 오페라 수입국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제 한국은 오페라 중심국이 될 인적 자산이 충분하다.

유쾌한 내러티브, 영주 출신 성리학자 안 향의 사상, 그의 유지를 받들어 소수서원을 축조한 풍기군수 주세붕, 어진 선비 이덕인과 그의 아내 등을 메인 캐릭터로 설정, 그들의 이야기가 소수서원과 죽계천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인간 존중을 기반으로 한 선한 사람들의 사랑, 선비정신이 축적된 정신문화가 일원다근(一源多根)으로 번짐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오페라 선비에 사용된 음악들은 처음 들어보는 곡인데도 불구하고 멜로디들이 동기에 부합되고 주제에 밀착된다. 고전적 정형을 따르면서도 발라드, 녹턴, 환상곡 등과 느낌으로 연결되는 자유분방은 화성과 리듬 등을 원활하게 한다. 각 장의 특징을 용해시키는 유기적 흐름 속에 분출되는 사운드는 작곡가의 상상력과 작품 해독력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멜로디와 화성에 연계된 선율은 박진감 있는 절정과 강약의 변화로 적절하게 긴장감을 조성시킨다.

창작 오페라 '선비'
창작 오페라 '선비'
안향이 전한 선비정신이 뿌리를 내리는 과정을 담고 있는 『선비』는 시대를 초월해 우리 모두에게 가장 필요한 행복한 이야기를 설파한다. 이 작품의 우수성은 노래에 적합한 시적 가사와 매력적인 음악, 탁월한 캐스팅, 작곡 지휘 연출의 여성 3인의 환상 호흡, 합창 오케스트라 조명 분장의 앙상블, 색감을 살린 의상과 무대 장치에서 드러난다.

인간냄새가 풍기는 토종 오페라 『선비』는 한국오페라사에서 새로운 원형을 창조한 빛나는 광휘(光輝)이다. 축적된 초인적 열정으로 갈등을 희망으로 전위(轉位)시키며 우리 오페라의 냉량(冷凉)을 ‘터질 것은 움틀 것‘으로 여기며 정도가 높고 숭고한 것들을 끄집어 낸 용기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최승우 총연출의 감각적 촉수, 희생이 만들어낸 작품에 경의를 표한다.
장석용 객원기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