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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에 대한 집착부터 버리고 노년 즐기는 지혜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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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에 대한 집착부터 버리고 노년 즐기는 지혜 배워라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58회)]노년기 발달, 단지 변화일 뿐이다

나이 들어가는 것 두려워 말고 애써 회피할 필요 없어

노년은 노년다울 때 더 아름답다는 것 염두에 두어야

발달을 성장으로 해석하면 노년기의 삶이 부정적이 된다. 왜냐하면 성장은 태어나서 청년기까지 일어나고 중년기에 유지되다가 결국 노년기는 쇠퇴하기 때문이다. 쇠퇴하는 것이 긍정적일 수는 없다. 당연히 노년기는 부정적이고 “쓸모없는” 시기이고 “할 일 없이” 시간을 허비하는 무의미한 시기라고 여기게 된다.

하지만 노년기도 다른 어느 시기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시기이다. 청년기나 중년기와는 다른 나름의 특색이 있고 해결해야할 과제가 있다. 이 특색을 잘 이해하고 이 시기의 발달 과제를 잘 수행하면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행복한 노년기를 보낼 수 있다.

발달을 성장 아닌 변화로 인식해야


행복한 노년기를 보내기 위해서는 먼저 발달을 성장이 아닌 변화(change)로 보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우리의 삶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계속 변화해간다. 키가 크고 말을 하고 달리기를 하는 것도 단순히 변화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왕성한 체력을 자랑하던 청년기에서 노쇠한 노년기가 되는 것도 변화이다.

노년기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삶의 과정이다. 시간의 관점에서 보면 늙어가지만 변화의 관점에서 보면 노년기는 노년기 나름대로 삶의 축복이다.
노년기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삶의 과정이다. 시간의 관점에서 보면 늙어가지만 변화의 관점에서 보면 노년기는 노년기 나름대로 삶의 축복이다.
다음으로는 변화는 다양하게 다양한 측면에서 일어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우리 몸은 청년기가 지나면 쇠퇴해간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젊었을 때에는 며칠 밤을 새면서 일을 해도 하루만 푹 쉬면 개운해진다. 하지만 중년이 넘어가면서부터는 하루만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도 며칠씩 피곤해진다. 현재 세계에서 제일 빠른 사람인 우싸인 볼트도 불과 일 이년이 지나면 지금의 기록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고, 30년이 지난 후에는 아마도 중학생과 시합을 해도 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신체에만 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새로운 것을 익히는 능력이나 기억력은 쇠퇴해갈 지라도 자신과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고 대처하는 능력은 중년기 이후에도 계속 발달해갈 수 있다. 경험과 연륜(年輪)에서 우러나오는 삶의 지혜는 어린이나 젊은이들보다는 오래 살아온 노인들에게서 더욱 빛난다. 오죽하면 동화책에 나오는 현자나 산신령은 거의 다 노인의 모습으로 나오겠는가?

인간의 세 가지 심리적인 영역

사람의 심리적 영역은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마음 속에 존재하는 여러 요소들 사이의 관계, 즉 내면(intrapersonal)의 영역이다. 욕구와 양심 간의 관계 혹은 욕구와 현실과의 조화 등이 이 영역에 속한다. 이 영역은 어린이나 젊은이보다는 노인들이 더 효과적으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는 영역이다.

두 번째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 즉 대인(interpersonal) 관계의 영역이다. 이 영역 역시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욱 발달한다. 공자님께서도 “성숙한 사람은 다르지만 서로 조화를 이루고, 미성숙한 사람은 같지만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라고 말씀하셨듯이 대인관계를 맺는 방식과 기술 역시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욱 성숙해지고 세련되어 간다.

마지막 영역은 절대자 혹은 초월자와의(transpersonal) 관계 영역이다. 일반적으로 영성(靈性)이라고도 불리는 이 영역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영역이다. 인간만이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능력이 유한(有限)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심리적인 고통을 느낀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능력의 부족에서 오는 좌절감, 그리고 살아가면서 느끼는 고통을 극복하고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자신이 믿는 초월자와 관계를 맺는다. 이런 능력도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발달해간다.

이 세 영역의 발달 양상은 사뭇 다르다. 신체적 영역은 청년기에 절정을 이루고 그 이후에는 중년기 동안 유지되다가 노년기에 쇠퇴해 간다. 하지만 심리적 영역, 즉 내면적인 요인들 간의 관계와 대인관계의 능력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점점 더 발달해간다. 그리고 영적인 영역은 아동기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다가 청소년기와 청년기에는 약간 나타나다가 중년기를 거쳐 노년기에 그 절정에 다다른다. 조금 거칠게 말하자면 신체적인 영역은 청년기에, 심리적인 영역은 중년기에 그리고 영적인 영역은 노년기에 제일 발달한다.

불과 50년 전까지는 발달을 성장과 동의어로 간주하였다. 그것은 발달을 주로 신체적 영역에서 고려하였기 때문이다. 신체적 영역은 청년기 이후에는 당연히 쇠퇴해간다. 그렇기 때문에 발달을 연구하는 ‘발달심리학’ 분야도 아동기와 청소년기까지를 주로 연구하였다. 인지발달 분야에 큰 공헌을 한 삐아제(Piaget)도 발달을 청소년까지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성격발달 분야에 큰 공헌을 한 프로이트(Freud)도 청소년기까지의 발달을 가정한 이론을 정립하였다.

영적 영역은 노년기에 제일 발달


하지만 20세기 후반에 들어오면서 인류는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고령화(高齡化)’라는 현상에 직면하게 되었다. 평균수명이 급속도록 증가하면서 고령의 인구가 크게 증가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회갑(回甲)’을 맞는 것은 보통 축하할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회갑은 특별히 불행한 경우를 제외하곤 누구나 다 맞는 일상적인 일이 되었고,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는 말이 무색하게 80세가 넘어도 건강하게 생활하는 노인들이 많아졌다.

이런 상황에서는 더 이상 발달을 성장과 동일시하고 그 결과로 빚어지는 “쓸모없는 노년기”라는 편견은 하루빨리 사라져야한다. 노년기는 본래 ‘쓸모없고 무기력한 것’이 아니라 발달을 성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생긴 편견에 불과하다. 만약 발달을 변화라고 본다면, 우리의 한평생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것뿐이다. 어느 영역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긍정적으로 변하기도 하고 또 어떤 영역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쇠퇴해 가기도 한다.

산신령의 이미지가 노인으로 묘사되는 것도 젊은이들보다 오래 살아온 노인들의 경험과 연륜(年輪)에서 삶의 지혜가 나오기 때문이다.
산신령의 이미지가 노인으로 묘사되는 것도 젊은이들보다 오래 살아온 노인들의 경험과 연륜(年輪)에서 삶의 지혜가 나오기 때문이다.
젊음을 아름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젊은 시절의 모습에서 변할수록 추해진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젊었을 때의 모습에 계속 머무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는 없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도 나이들면서 모든 것이 변하기 마련이다. 이제는 어린이들은 빨리 어른이 되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고, 나이든 사람은 젊은이처럼 보이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비록 대중매체에서 수없이 ‘젊음이 아름답다’라는 환상을 심어주는 광고를 쏟아낸다고 해도 현혹될 필요가 없다. 그것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신기루(蜃氣樓)에 불과하다.

누구도 시간과의 싸움 못 이겨

발달을 단지 변화라는 보면, 모든 시기가 나름대로의 특징이 있듯이 각 시기마다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다. 따라서 어린이는 어린이다울 때 제일 아름답다. 어린이가 어른과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은 더 이상 ‘어른답다’라고 칭찬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이제는 그런 어린이는 ‘애늙은이’인 것뿐이고 정상적인 발달이 아닌 것으로 보아야한다. 마찬가지로 청년은 청년다울 때 아름답고, 중년은 중년다울 때 아름답다. 그리고 노년은 노년다울 때 아름답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노년만의 아름다움을 찾고 즐길 필요가 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단지 변화해가는 것일 뿐이다. 더 이상 젊음에 매달리려는 집착을 버리고 오히려 노년을 즐기는 인생의 지혜를 배워야한다. 노년은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특유의 고통과 불편함이 있지만 동시에 노년만의 즐거움과 좋은 점이 있다. 나이 들어가는 것을 더 이상 두려워하거나 애써 회피할 필요가 없다. 남녀노소(男女老少) 다 다같이 자신만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누리면서 조화를 이루고 살아가는 사회가 성숙한 사회이다.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