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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관광의 이탈리아…실업률 높고 산업은 고사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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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관광의 이탈리아…실업률 높고 산업은 고사 위기

[안도현의 글로벌 경제 투어(18)] 유럽 문화·예술의 박물관 이탈리아

콜로세움은 로마의 상징이며 거대한 원형경기장으로, 당시 로마인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콜로세움은 로마의 상징이며 거대한 원형경기장으로, 당시 로마인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나폴리 피자, 토핑없이 치즈와 올리브유가 전부

이탈리아 바리(Bari)에서 나의 첫 인상은 기대했던 세련된 디자인의 화려한 이탈리아와는 달랐다. 오래된 건물과 교회들, 그리고 지저분하게 널려있는 빨래는 그리스나 터키와 크게 다르지 않은 오래된 도시의 모습이었다. 작고 오래된 차들과 더부룩한 남부 이탈리아인의 모습은 그저 한국의 시골마을처럼 변화가 적고 성장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가끔 관광객이 넘쳐나는 지역은 그나마 돈이 도는 것처럼 보였지만 남부 이탈리아에는 호텔이나 음식점 외에는 다른 호황산업이 없어 남북 격차가 심해보였다. 3대 미항이라고 불리는 나폴리에 가니 과거 화려한 이탈리아의 명성이 살아있었다.

피자의 원조 나폴리피자를 오랫동안 줄서서 받았는데 토핑이 하나도 없어 다시 한참을 줄을 서서 허브 피자를 시키고 기다렸더니 같은 피자에 이파리 하나를 떨구어 주었다. 처음 먹는 나폴리 피자는 너무 얇아서 금방 먹어버렸고 결국 줄이 너무 길어 세 번째 피자는 포기했다. 미국의 엄청난 두께와 토핑이 넘치는 양념의 피자와는 달리 화덕에 굽고 치즈와 올리브유가 들어간 담백한 나폴리 피자는 완전히 다른 음식이었다.

해외여행에서 도난과 분실이 많다는 이탈리아 야간 기차에서 요령이 생겨 앞으로 매는 가방에 불필요한 책과 손수건을 넣고 안쪽 깊숙이 보조가방을 숨겨두었다. 돈과 여권 등 중요 물품이 있는 배낭은 앞쪽에 던져놓고 기차에서 잠에 들었다. 예상했던 대로 아침에 안쪽 깊숙이 숨겨두었던 보조가방을 도난당했다. 수많은 여행객들이 같은 패턴으로 귀중품을 도난당했고 숨겼을 테니 어떤 식으로든 훔치는 도둑 앞에서는 결국 우리 역시 도둑맞을 것을 예상하고 준비를 하는 요령이 생기기 시작했다.

가방은 결국 며칠 뒤에 밀라노 공항 분실물 보관소에서 기적처럼 다시 찾을 수 있었다. 야간 기차 여행을 하면서 잠을 자는 우리는 이탈리아를 매일 남북으로 숙박하면서 하루는 피렌체, 다음 날은 베니스 이런 식으로 피렌체, 피사 등의 이탈리아 도시들을 계속 번갈아가면서 볼 수 있었다. 유럽여행의 피크가 되는 이탈리아를 더 보기 위해 로마에서 며칠을 더 머물기로 했다.

민박집 운영하는 조선족 동포 큰 돈벌이에 놀라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는 또 다른 나라 ‘바티칸 시티’가 있었다. 중세 서양문화의 중심 가톨릭의 성지인 로마, 그리고 지금도 교황이 있는 전 세계 기독교인들의 성지인 바티칸 성당에 발을 내디디는 것 차체가 인생의 커다란 축복이었다. 수없는 여행 속에서 많은 건물과 교회, 동상과 그림들이 이탈리아 로마에서 겹치기 시작했다. 미국 워싱턴 DC의 라틴어와 건물들, 독일 베를린의 동상과 조각상들이 로마의 것과 비슷했다.

세계사와 미술사에서 보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의 배경이 된 피렌체의 구시가지와 두오모, 명품백화점의 배경인 밀라노의 두오모 대성당, 영화 ‘로마에서의 휴일’에 나온 콜로세움, 에스파냐 계단, 트레비 분수와 진실의 입, 그림과 같은 엽서마을 포르토피도, 메디치 가문의 우피치 미술관 등 이탈리아의 모든 곳이 역사책과 미술, 건축과 예술의 눈으로 보는 책이 되었다.

바티칸 베드로 광장에는 로마 교황이 집전하는 미사가 열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전 세계의 가톨릭 신자들이 모여든다.
바티칸 베드로 광장에는 로마 교황이 집전하는 미사가 열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전 세계의 가톨릭 신자들이 모여든다.
로마와 피렌체에서는 한국 민박집에 최초로 머물렀는데 주인은 중국어와 한국어, 이탈리아어가 능통한 조선족이었다. 2호점, 3호점을 내며 한국 민박 숙소를 운영하며 수많은 여행객들을 통해 막대한 돈을 벌고 있었다. 한국 음식을 제공하고, 라면과 커피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한국인과 중국인들에게는 저렴한 숙소였다.

자녀들은 모두 이탈리아의 명문 대학에 재학 중으로 가난한 한국의 저소득 노동자로 알고 있었던 조선족 동포들이 중국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능통하게 하면서 양쪽의 이점을 취해 세계에 경쟁력 있게 자리 잡는 모습을 보며 자녀 세대들에는 다른 조선족의 위상이 예상되었다.

피사 대 성당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만날 수 있는 피사의 사탑. 흰 대리석으로 된 둥근 원통형을 갖추고 있으며, 높이는 8층 58.36m이고 무게는 1만4453t이다. 현재 기울기의 각도는 중심축으로부터 약 5.5˚이다.
피사 대 성당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만날 수 있는 피사의 사탑. 흰 대리석으로 된 둥근 원통형을 갖추고 있으며, 높이는 8층 58.36m이고 무게는 1만4453t이다. 현재 기울기의 각도는 중심축으로부터 약 5.5˚이다.
민박집에는 가벼운 행색의 젊은 여인들이 머물면서 매일 매일 명품 쇼핑을 하고 박스를 DHL로 배송하고 공항에는 명품을 걸친 채로 입국 심사대를 통과하면서 명품 보따리상을 한다고 했다. 한 번 여행으로 수천만원을 벌 정도로 한국의 명품 수요는 높고 이탈리아에서 고른 저렴한 명품을 세금 없이 가져오고 정확한 판매 루트가 있으니 쇼핑하고 여행하면서 돈을 버는 삶이 있는 것이 부러웠고, 세금을 안 내는 불법제품이라도 명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수요가 많으니 명품 보따리상은 계속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1년에 몇 번 여행을 하면 남들 연봉을 번다고 하니 다양한 형태로 돈을 버는 수단이 많아 보였다. 일부는 중고 할인점에서 이탈리아 가구를 수입해 수선해서 한국 명품거리에서 수십배로 판다고 하고, 중고 자동차를 수입하고, 이탈리아 원단을 수입해서 한국 명품 양장점에서 수선해서 고가로 판다고 한다. 과시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한다면 이탈리아는 무역업하기에 좋은 곳이었지만 명품에 일절 관심이 없고 판매 루트가 없다면 전혀 관심이 없는 사업이었다.

2차대전 이후 쇠락…유럽의 종주국 자리 잃어


휴양지와 관광지로서의 이탈리아는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곳이다. 그렇지만 이탈리아 TV에서는 온통 비키니를 입은 여인들의 예능프로그램과 동물의 왕국 같은 다큐멘터리가 계속되고, 실업률이 높고 산업이 고사되고 있다고 했다.

유럽의 주인으로 갈리아까지 진격한 로마 제국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이탈리아가 2차대전 이후 쇠락해가며 유럽 종주국의 자리를 잃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역사에서 영원한 강자는 없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중세 암흑시대에 유럽을 일깨운 르네상스 문화와 아시아 문화를 받아들이고 융합한 베니스는 중흥했지만 그 후 이탈리아는 제국주의 정복에서 뒤처지면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반도국가인 조선 역시 편협한 사고로 주변국의 식민지가 되지 않았던가.

바티칸 성당 내부
바티칸 성당 내부
이탈리아를 보면 3면이 바다로 한반도와 같은 모습이고 비슷한 크기다. 자연경치와 경관은 한국이 훨씬 뛰어나고 과거 고인돌의 유적지가 넘쳐나던 것처럼 고대 문명의 중심지인데, 로마처럼 유럽 정복을 해보지 못하거나 아시아의 문화중심으로 성장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흥망성쇠가 있듯 언젠가는 한국 문화 역시 세계인의 중심으로 성장하고 아시아의 초강대국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이탈리아에서 느꼈다. 우리는 이탈리아 와인을 마시며 기차에서 친구를 사귀고, 여행의 중반을 지나 계속 북으로 올라가 유럽의 중심 프랑스와 스위스로 향했다.
안도현 데카트롱 동남아 개발총괄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