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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국 스위스 '국부의 원천'은 외국어 능통한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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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국 스위스 '국부의 원천'은 외국어 능통한 국민

[안도현의 글로벌 경제 투어(19)] 칼과 음식의 서유럽 (스위스, 모나코, 포르투칼, 스페인)

산악지대 문화 잘 살려 첨단 정밀산업·치즈 발달


자유롭게 야간이동을 하면서 하루는 프랑스, 그 다음 날은 스위스를 구경하며 국가간의 이동을 통해 국민과 문화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세계의 3대 음식이라는 프랑스 음식은 단순한 바게트에서도 풍미가 뛰어나 빵만으로도 끼니를 채울 수 있었지만, 스위스에서의 차가운 빵들은 치즈와 음료수가 없으면 먹기 어려웠다. 척박한 토양과 산악지대의 스위스에서 왜 초콜릿과 치즈가 유명한지 알게 되었다. 우유가 주 생산품이고 그 외의 음식재료가 많지 않아 치즈가 발달될 수밖에 없었고 고산지대에서의 겨울을 보내기엔 발효식품이나 건조식품이 필수적이다. 또한 첨단 정밀 산업이 발달한 것 역시 산악지대의 특성상 이동이 적어 오랜 시간 정밀한 작업이 가능하도록 문화와 정서가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중립국으로 바티칸의 화려한 복장의 스위스 군을 파견시킬 정도의 군사력도 외세침입이 잦고 산악지대의 강한 정신력으로 보수적인 가톨릭을 지켜내며 종교적 신앙을 유지하거나 전쟁의 중립을 유지하는 고집 역시 지형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랗다 못해 파스텔 녹색을 띤 스위스 레만 호수.
파랗다 못해 파스텔 녹색을 띤 스위스 레만 호수.
깨끗한 호수는 파랗다 못해 파스텔 녹색으로 그림 같았고, 풍경 하나하나가 마치 엽서에 등장하는 사진들 같았다. 웅프라우와 인터라켄은 마치 한국의 설악산처럼 많은 한국관광객이 찾았고 여기저기 한국어 간판과 문구가 눈에 띄었다. 신혼여행을 온 부부도 있었고, 전망대에는 한국라면도 팔고 있었다. 다양한 관광상품이 개발되어 스위스의 인터라켄만 가지 말고 다양한 체험 여행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이지만 쌀쌀한 공기와 차가운 바람은 여행의 후반부를 알리고 있었으며, 유럽여행에서 가장 비싼 물가로 굶주리고 헐벗은 시간들이 계속 되었다. 스위스는 유로환율대신 단일화폐인 스위스 프랑을 쓰고 있었는데 동전 몇 개가 한국돈 만원이 넘으니 동전 하나도 분실하면 안 되었다. 스위스 쮜리히에서는 국제 무대 다운 멋진 양복을 입은 세련된 스위스 은행가들이 도로를 활보하는데 정말 뉴욕의 금융가보다 더 부유해보였다. 고급 시계들이 넘쳐나고 고가의 중고 시계들이 스위스 상가에서 팔리고 있었지만 브랜드가 너무 많아 그 진가를 알 수가 없었다.

쮜리히 근처 역에서 영어가 능숙한 차장을 만나 베른에 도착하는 방법을 소개 받았는데, 약소국으로 영세 중립국의 위치를 유지하면서 고도의 성장과 안정된 번영을 누리는 것은 바로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에 능한 이 스위스 인들의 외국어 실력이란 생각이 들었다. 벨기에와 네덜란드, 싱가포르 같은 국가들 역시 외국어에 능통한 것을 보며, 한국인 역시 영어, 중국어, 일본어에 능통해서 과거 중국과의 관계처럼 강대국과 밀접하게 관계하여 스위스처럼 강대국이 되는 기초를 마련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기차여행은 유럽에서 최고로 편안하고 소음이 적었다. 덕분에 우리는 편히 쉬면서 모나코에 도착했다.

고급 요트와 화려한 호텔들이 즐비한 모나코는 온통 아이보리색 대리석과 그랑블루의 푸른 바다, 황금빛 모래와 왕족의 이야기로 마치 동화 같은 환상을 주었다.
고급 요트와 화려한 호텔들이 즐비한 모나코는 온통 아이보리색 대리석과 그랑블루의 푸른 바다, 황금빛 모래와 왕족의 이야기로 마치 동화 같은 환상을 주었다.
고급 요트와 화려한 호텔 즐비한 모나코의 해변

미국의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가 공주가 된 모나코는 고급 휴양지 같은 곳으로 온통 아이보리색 대리석과 그랑블루의 푸른 바다, 황금빛 모래와 왕족의 이야기로 마치 궁전같은 국가였다. 수많은 고급 요트와 화려한 호텔들이 즐비한 모나코를 걷고, 깐느 해변을 빠르게 걷고 바캉스의 어원이 된 프랑스인들의 휴양하는 모습을 구경했다. 배낭여행객들에게 모나코는 프랑스 남부 해변과는 그리 어울리지 않았고, 주요 도시들의 다양한 경험을 위해 부지런히 기차에 몸을 실었다.

제국주의적 꿈을 키워준 스페인의 투우경기. 투우사가 소의 등에 칼을 꽂고 있다.
제국주의적 꿈을 키워준 스페인의 투우경기. 투우사가 소의 등에 칼을 꽂고 있다.
마드리드 투우경기장서 느낀 스페인의 '정복본능'

바르셀로나의 천재예술가 가우디의 건물들과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족성당)가 118년째 공사중인 현장을 보고, 가로수가 늘어선 람블라스 거리에서 다양한 거리 공연을 감상한 뒤, 마드리드로 향했다. 기차가 늦게 도착하자 마드리드 역사에서 한국인들과 함께 모여 밤을 새우며 지난 여행을 이야기 했다. 해가 뜨자 마드리드의 투우경기를 관람했다.

쇠와 뿔이 부딪히는 소리가 투우장에 진동하고, 눈이 가려진 말 위에서 긴 창을 가진 기사는 성난 황소를 창으로 찍어 여기 저기 상처를 내고, 그 상처를 계속 후벼파며 간극을 넓힌 뒤 고리가 달린 꼬챙이를 살에 박아두고, 마지막으로 화려한 복장의 마타로르(투우사)가 나타나 여기 저기 빨간 천을 흔들다가 힘이 빠지면 커다란 장검을 소의 등에서 심장쪽으로 빠르게 밀어 넣는다. 눈알이 뒤집힌 채 급사하여 큰 덩치가 모래에 떨어지면 말들이 그 소를 질질 끌면 경기가 종료된다. 그 잔혹함과 잔인함이 스페인인들의 정서와 문화를 알 수 있었지만 선혈이 낭자하는 모습에 비위가 상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반복적으로 계속 보다보니 투우사가 한 번에 소의 심장을 찌를 때 관객의 함성과 환호에 나도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투우사의 칼에 한 번에 쓰러지지 않고 한참 서 있을 때는 뭔가 답답한 느낌도 들었다. 경기장 옆 식당에서는 경기에 참가했던 소의 스테이크를 판매한다고 하고, 그 옆에는 각종 칼들을 판매하는 곳이 있었다. 일본 사무라이 칼부터, 바이킹 도끼, 각종 칼들이 전시되어 누구나 칼을 구매하는 것을 보며 스페인의 문화는 종교와 잔인함이 병존하며 정복욕을 이끌어 제국주의와 식민지배의 화려한 역사의 동력이 되었다. 검정색의 소, 그리고 역할이 분할되어 조직적으로 반복되는 소의 학살, 그리고 죽이는 기술에 따른 화려한 복장의 주인공들에 대한 미학과 정당성은 미개하다고 생각되는 인디오들에 대한 스페인 정복자들의 학살에 대한 강자의 의무와 권리에 대한 다른 관점을 주었을 것이다.

반복적으로 어린 시절부터 보게 되면 소의 몸속에 뭔가 날카로운 것을 쑤셔 넣고 싶은 충동과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위협하는 그 상대에 대한 정당한 공격충동이 생길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투우를 모며 제국주의자와 정복자의 기분을 이해할 것 같았다.

바르셀로나의 명물 라 사그라다 파밀리아 앞에 선 필자
바르셀로나의 명물 라 사그라다 파밀리아 앞에 선 필자
마트에서 파는 식재료들도 신선하고 품질 좋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향해 떠난 곳에서 유럽인들의 정복과 개척의 무한한 도전정신을 통해 인류사와 세계사의 흐름이 바뀌게 된 모습을 보면서, 고립된 세계의 조선인들이 대륙을 향해 비슷한 항해를 해왔다면 지금 세계사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경험하고, 유럽의 남서쪽에서 멀리 지브랄타 해협을 두고 다시 북쪽인 프랑스로 향했다. 독일 여행부터 시작된 맥주 마시기를 그만두고 와인의 고장인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에서 와인을 사서 이동중에 현지의 저렴한 와인을 마셨다. 단순하게 남쪽에는 태양이 강해 포도가 달고 와인 역시 달다는 생각을 했다. 지역에서 사먹는 포도와 와인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프랑스 보르도에 도착해 철도가에 있는 산딸기를 먹고, 마켓에 들려 포도송이와 바게트를 먹고, 아비뇽에 들러 교황이 머물던 곳을 방문하고, 리옹에 들러 친구를 만나 블루치즈와 과자를 먹고, 파리에 들러 프랑스 요리를 먹었다.

프랑스의 음식은 세계 최고일 뿐만 아니라 마트에서 파는 식재료들 역시 신선하고 품질이 좋아 요리를 하지 않아도 요리 같은 색깔과 맛이 있었다. 프랑스는 풍요롭고 다양하며 세련되고 행복해보였다. 우리는 프랑스에서 한국 민박집에 머물렀으며, 오랜만에 배부르게 닭갈비와 불고기, 김치를 먹으며 여행의 후반부를 달리고 있었다.
안도현 데카트롱 동남아 개발총괄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