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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중독을 소재로 한 유쾌한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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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중독을 소재로 한 유쾌한 발상

[무용리뷰] 정명훈 안무의 『누군가에겐 치명적인, Deadly to Someone』

정명훈 안무의 '누군가에겐 치명적인, Deadly to Someone'
정명훈 안무의 '누군가에겐 치명적인, Deadly to Someone'
지난 3월 20일(금) 7시 30분, 21일(토) 5시 포이동 M극장에서 공연된 정명훈 안무의 『누군가에겐 치명적인, Deadly to Someone』은 휴대폰에 관한 상상력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정명훈을 포함한 아홉 명의 춤꾼들(남 5명, 여 4명)은 현대적 감각의 한국창작무의 바람직한 전형을 보여주었다. 안무가는 주제에 접근해 나아가는 정묘(整描)로 상상력을 극대화 시킨다.

안무가는 디지털 시대의 우울한 풍경인 휴대폰 중독에 빠진 젊은이의 히키코모리적 집착에 초점을 맞춘다. 정명훈은 휴대폰의 매력인 이동성, 독점성, 동시성을 이용한 춤 짜임으로 휴대폰에서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사용하여 기승전결 전체의 음악을 구성한다. 그의 안무 춤사위는 한국적 호흡과 선(線), 원 스텝, 투 스텝 응용의 창작무를 기본으로 하여 동작들을 장치한다.
이 작품은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1장: ‘내 머리 속 상상’, 2장: 음악을 들으며 음악흐름 속의 상상의 세계, 3장: 착각속의 사람들이랑 하나가 되는 즐거움, 4장은 상상속의 인물과 상황들이 착각이란 걸 깨닫고 다시 휴대폰 몰입의 세계로 돌아감’을 표현한다. 안무가는 중독으로 비춰지는 휴대폰 과다사용 현상을 젊은이들의 정상적 소통행위라고 항변한다.

정명훈 안무의 '누군가에겐 치명적인, Deadly to Someone'
정명훈 안무의 '누군가에겐 치명적인, Deadly to Someone'
자신의 휴대폰 사용을 일시적 ‘나태’로 포장한 채, 정명훈 자신을 뺀 나머지 출연진들은 모두 휴대폰 속 상상의 인물로 설정한다. 평상복에 헤드 셑, 휴대폰을 들고 춤은 시작된다. 급박하게 휴대폰 자판을 두드리는 사운드, 타인과의 현실적 교류 없이 무료함을 달래며 자기표현 욕구를 해소하고, 상대방으로부터 즉각적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도구는 휴대폰이다.

주인공은 상상과 현실 혼재의 가상공간 속에서 상대방에게서 따뜻한 사람의 정을 느끼기도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원점으로 회귀한다. 현대인의 고독과 외로움, 공허함을 채워주는 타인으로 기능하는 휴대폰, 새로운 세계이고 제3의 타인이다. 안무가는 타인과의 교류보다 휴대폰과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 사람의 부재보다 더 절실함을 보여준다.

타인과의 소통의 문제를 ‘휴대폰’이라는 문명의 도구를 사용하여, 낭만적 도피의 한 방편으로 규정하고 작품성, 오락성 모두에 성공한 이 작품은 정명훈 안무의 특색과 균형감을 잘 문명의 최첨단에서 도전적 현대서사를 보여주었다. 그의 춤의 의미와 상징은 정보화 시대의 보편적 정서와 고민에 걸친 사실성과 무희적(舞戱的) 상상을 결합, 주제에 잘 밀착시키고 있다.

정명훈 안무의 '누군가에겐 치명적인, Deadly to Someone'
정명훈 안무의 '누군가에겐 치명적인, Deadly to Someone'
정명훈이 일군(一群)의 무리들과 기성세대들의 춤판에서 일군 춤은 ‘예술 자체를 위한 춤’이 아닌 대중과 호흡하고, 그 반응을 자신의 성장의 밑거름으로 쓰는 건전한 문화 전통의 형성을 위한 춤이었다. 상황에 맞게 전개되는 검정바지와 백색 와이셔츠의 남녀, 검정 선글라스는 현대성을 부여, 춤이 말을 걸도록 하고, 누구랑 결합되어도 ‘귀염이’의 역할을 하도록 만든다.

정명훈은 고독을 즐겨야하는 사색하는 춤꾼이다. 그가 취향으로 삼고 있는 현대에 대한 풍자와 익살은 담백하고 진솔한 그의 안무 스타일이다. 그가 정제해낸 춤에는 관객과 춤 연기자 사이에 약속이나 한 듯 절대적 호응을 얻어내며, 자신의 작품을 이해하도록 하는 ‘억지’가 없다. 사회적 담론을 춤에 대한 관심으로 이끌어 내는 그의 춤 장악력은 정도를 지킨다.
정명훈 안무의 '누군가에겐 치명적인, Deadly to Someone'
정명훈 안무의 '누군가에겐 치명적인, Deadly to Someone'
그의 춤은 난삽한 주제의식, 유형불명의 춤 형식, 빈약한 상상력, 미비한 구성력, 조명과 사운드 사용 결함 등, 한국창작무용의 비정상에 경종을 울리며 현대무용과의 일정한 간격을 유지, 한국창작무용의 우아한 품위를 유지한다. 그를 발굴한 전문가들의 혜안이 적확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누군가에겐 치명적인』은 주목할 만한 한국창작무용이었다.

『누군가에겐 치명적인』은 고도의 몰입을 우회하여 일반화시킨 대범성을 띈다. 정명훈의 춤 주제는 소통이다. 소통에 어울리는 구성과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한국창작춤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한 이 작품은 자기만족의 수사가 아니라 설득과 공감의 상호작용이 있다. 물구나무를 서고, 무 등을 타며 겨울을 이겨낸 작품은 정명훈의 안무의 뚜렷한 입장을 밝히는 수작(秀作)이었다.
장석용 객원기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