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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緣)의 울림으로 빚은 목월 제자들의 『적막한 식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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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緣)의 울림으로 빚은 목월 제자들의 『적막한 식욕』

한국 현대시사(現代詩史)에 우뚝 선 제자들의 시 모음집

박목월 선생이미지 확대보기
박목월 선생
박목월 시인 탄생 백주년 기념시집 『적막한 식욕』은 목월문학포럼(이건청, 전 한국시인협회 회장) 소속 40명의 시인들이 세 편씩 출품, 심중의 깊은 뜻을 시화(詩化)한 작품집이다. 올 해 목월 선생이 가신지 서른일곱 해가 지났어도 환갑을 넘긴 어린 후학들과 팔순을 전후 한 제자들은 그를 그리워하고, 그의 시를 애송하며, 그의 시들을 정본으로 삼아 시작을 해오고 있다.

1915년 1월 6일 출생하여 1978년 3월 24일 타계한 청록파 시인 박목월(朴木月,본명 박영종)은 문학청년들의 우상이었고, 영원한 스승이었다. 탄생 100주년을 맞는 목월은 그의 호 이다.
북에는 소월, 남에는 목월이 있다는 말이 있듯, 두 시인은 순수 서정시로 민족 정서를 대변한 대표시인이다. 목월의 시안(詩眼)으로 조성한 시인대(詩人帶)는 자연스레 전국을 잇고 있다.

『적막한 식욕』에 참가한 시인들은 게재순으로 이 중, 허영자, 김종해, 이승훈, 김영준, 유안진, 박건한, 정민호, 김준식, 이건청, 오세영, 유승우, 조정권, 나태주, 이채강, 신달자, 김명배, 서영수, 신규호, 정호승, 유재영, 윤석산, 김성춘, 한광구, 이준관, 권택명, 김용범, 한기팔, 권달웅, 이명수, 조우성, 목철수, 윤강로, 이언빈, 이상국, 황근식, 신 협, 박상천, 이상호 이다.

‘푸줏간이 있는 포도’에서 ‘광나루에 앉아서’까지의 시의 숲은 짙은 서정으로 내려앉아 있다. 목월 선생 시어들의 모태인 저녁밥 짓는 연기, 봄빛에 반짝이며 뛰어 노니는 청노루, 달빛아래 낭만, 후끈거리는 시골의 원초적 향토색은 『적막한 식욕』을 통해 현대적 풍광 속에 도회적 감각으로 변주되고, 오늘의 서정으로 탈색되어 세련되고 정갈한 모습을 띄고 있다.

박목월 선생 묘소 앞에선 제자들
박목월 선생 묘소 앞에선 제자들
현대 서정은 서정을 만들어서 이해해야 하는 난관에 봉착해 있다. 서정이 고갈된 삭막한 풍경을 ‘적막한 식욕’의 과녁으로 삼고 ‘서정’이라는 실탄을 장전하고 시알(詩語)을 뱉어낸 노장들의 노련한 시들은 목월 선생의 사주(?)로 이루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암울을 털어내며 현실의 우울을 부드러움으로 걷어내는 시인들의 작업은 초월이나 ‘나비’의 환태를 떠올리게 한다.

목월파 시인들은 스승처럼 시에 엄격하고 인간에 대해서는 다감한 것 같다. 이 시집에 등장한 시인들 중 허영자, 김종해, 오세영, 이건청, 신달자는 한국시인협회 회장으로 신규호, 유승우 등은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장을 지냈다. 오세영, 유안진응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김종해, 박건한, 유재영, 이명수는 출판, 목철수, 조우성는 언론계에서 빛나는 시인들이다.

목월 문하의 시인들 중 상당수는 대학 강단에서 시학 교수로 후진 양성에 헌신해왔다. 이 중 시인은 박목월 선생이 문단에 등단시킨 첫 번째 제자이다. 목월 선생이 제자림(弟子林)을 가꿀 수 있었던 결정적 힘은 20여 년을 늘 선생 곁을 지켰던 이건청 시인의 힘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많은 에피소드를 간직한 제자들과의 인연, 시인들의 면면은 ‘빛’ 그 자체이다.

이건청 시인은 머리말에 ‘선생의 하늘은 너무나 넓고, 선생의 바다 역시 너무나 넓고 깊다. 선생께서 한국 사람들에게 남겨주신 감동의 폭과 깊이를 어찌 글로 다 적을 수 있으랴. 하물며, 선생께 직접 선택을 받은 문하 시인들이 가슴속에 쌓아 둔 공교로움이야 어찌 필설로 적어낼 수 있으랴. 분명한 것은 선생께서 남기고 가신 작품들을 통해 만나 뵙는 선생의 생각과 느낌들이 늘 그렇듯이 푸르청청한 생명으로 영원하리라는 것이고, 문하의 시인들 역시 선생이 일러주신 드높은 정신적 훈육 속에서 시의 길에 정진할 것이란 점이다.’라고 적고 있다.

스승 박목월 시인에게 바치는 존경과 감사의 헌정 시집 『적막한 식욕』(문학세계사)은 변형신국판으로 짙은 푸름의 하드카버에 고이 포장되어있다. 이 시집은 한국 현대시를 견인해 가고 있는 박목월 문하의 시인들이 스승 박목월을 기리는 존경과 감사의 꽃다발이다. 그들의 방식대로 목월사(木月寺)의 저녁밥상에 차려진 끝내하지 못한 질문들이 시알로 남아있는 모습은 매화구경에 비할 수 없다.
장석용 객원기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