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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틀린 세상에 대한 통렬한 저항의 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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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틀린 세상에 대한 통렬한 저항의 몸짓

[무용리뷰] 이다솔 안무의 『일인칭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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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솔 안무의 '일인칭시점'
2015 M 스프링시즌 기획공연에 초대된 이다솔 안무의 『일인칭 시점, Point Of View』은 성 숙으로 치닫는 신진안무가전이 민낯으로 보여준 참신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 대한 인상은 깊이 각인된다. 안무가는 3인칭보다 강렬한 1인칭 시점을 선택하고 자신의 주장을 과감히 담는다. 이다솔은 기발한 상상력, 독특한 소재, 국제적 감각으로 이 작품을 잘 마무리 한다.

안무가 이다솔은 이 작품에서 보여 지는 것만이 전부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눈으로 그려지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인칭 시점』은 카메라 촬영기법이나 소설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1인칭 시점으로 시청자가 직접 눈으로 보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내는 방식을 말한다. 관객이 카메라가 되어서 대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포커스를 맞추고 공연은 전개된다.
자신의 탁월한 연기 기량으로 신진안무가로서의 가능성과 면모를 보여준 안무 데뷔작 『일인칭 시점』은 소극장 무대 작품으로써 손색이 없다. 탈출구 없는 비정상 사회에 대한 절규를 춤으로 형상화한 모습은 안개 속을 걸어가는 여인으로 환치되고, 후반에는 ‘끝내 일어서서 극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몸매가 드러나는 롱드레스, 모자, 구두는 모두 검정이다.

챙이 넓은 모자는 사람들과의 소통을 차단하는 의미로 사용되었고, 드레스와 구두는 여성성을 강조하고 있다. 빛을 타고 차오르는 현란한 LED 조명은 무용수와 대비되어 선명하고 화려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한 때 톱스타, 최고의 위치에 있던 여자가 한 순간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질타를 받으며 마녀사냥으로 인해 무너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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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솔 안무의 '일인칭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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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솔 안무의 '일인칭시점'
여자의 쓸쓸함이 묻어나는 분위기를 잔잔한 기타음악으로 채운다. 요셉 반 비셈과 스퀼(Jozef Van Wissem & SQURL)의 ‘Sola Gratia, 오직 은총’과 요셉 반 비셈과 짐 자무쉬의 ‘The More She Burns the More Beautifully She Glows, 더 많이 타오를수록, 아름답게 타오르네’의 애잔한 선율의 음악, 유사한 현실은 짙은 안개 속을 걸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닮아있다. 중간에 나오는 여자 음성은 여자가 독백하는 느낌을 준다.

불능의 사회는 온통 제의의 검은 옷과 같다. 긴 머리를 휘날리며 온 힘을 목발에 실은 풍경은 을시년스런 겨울 풍경이다. 사실과 다른 가십에 휩싸여 본연의 모습을 잃어가며 아슬아슬한 삶을 이어가는 『일인칭 시점』은 이 상황에서 탈출하고 싶은 여인을 찬찬히 묘사한다. 여인은 목발에 하이힐, 긴 챙의 모자를 쓴 여인이 등을 보이며 힘겨운 걸음을 옮긴다.

거대한 과장처럼 그녀의 모든 몸짓은 세상을 이겨내는 일이 쉽지 않음을 나타낸다. 아름다웠던 시절, 여인은 푸른 꿈속에 잠긴다. 영상과 바닥의 그림자 효과를 얻으며 그녀는 목발을 집어 던지고 일어선다. 아름답게 추는 춤으로 세상의 모든 시름을 벗어내고자 한다. 굽이 높은 하이힐, 넒은 공간에서 그녀는 자유를 얻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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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솔 안무의 '일인칭시점'
이 작품은 총 세 가지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에서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는 역순으로 춤은 진행된다. 첫 번째: 타락한 여자가 목발에 의지한 채 등장한다. 이 목발은 여자가 가지고 있는 신념, 무너지지 않는 자신의 의지를 뜻한다. 쓰러지지 않으려 안간힘 쓰며 나아가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두 번째: 타격을 입은 직후에 모습이다. 외부의 자극을 통한 감정을 영상의 질감 변화를 통해 심리공간을 보여준다. 세 번째: 자유롭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해보지만 그 속에 불안감과 아슬아슬한, 곧 무너질 것 같은 여자를 무브먼트로 풀어낸다.
이다솔, 전북대 무용과 출신의 그녀는 현재 국민대 대학원 공연영상학과에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뉴욕에서 쿨 뉴욕 댄스 페스티벌에 출연, SCF 서울국제 안무 페스티벌 출연, 핀란드 포리 댄스 컴퍼니 초청 공연에 출연한 신진안무가이다. 그녀의 안무 데뷔작이 그녀의 상상력을 확장하고,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건투를 빈다.
장석용 객원기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