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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칼럼]워싱턴 특파원 시절 만난 힐러리 클린턴과 미국 대통령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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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칼럼]워싱턴 특파원 시절 만난 힐러리 클린턴과 미국 대통령의 꿈

미국 대선 출마선언을 한 힐러리 클린턴,
미국 대선 출마선언을 한 힐러리 클린턴,
[글로벌이코노믹 경제연구소 김대호 소장] 워싱턴 특파원 시절 당시 퍼스트 레이디였던 힐러리 클린턴 여사를 여러 번 수행 취재한 적이 있다.

서방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캐나다 핼리팩스로 갈때 였다. 한 기자가 “만약 남편인 클린턴 대통령과 결혼하지 않았으면 지금쯤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했다.
이슈와 전혀 상관이 없는 짓궂은 질문에 “그래도 퍼스트레이디가 되었을 것”이라고 받아넘겼다. 클린턴 대통령이 아닌 다른 남자와 결혼했더라도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을 것이기 때문에 자신은 지금과 똑같은 퍼스트레이디가 되었을 것이라는 논리였다. 힐러리 클린턴이 얼마나 자의식이 강한 인물인가를 잘 보여주는 일화이다.

아마도 속으로는 본인이 직접 대통령이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에 출마를 한다. 퍼스터레이디가 아니라 스스로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이다. 7년전 오바마에게 쓴 잔을 마신데 이어 벌써 두 번째 시도이다.

대권가도를 달리는 힐러리 클린턴에게 큰 암초가 생겼다. 국무장관 재임 시절 연방정부가 지정하는 관용메일이 아닌 개인 메일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난 것.

미국은 공직자의 재임시절 e메일 내용을 정부의 공공기록물로 간주하고 있다. 현역으로 있는 동안에는 모든 e메일을 정부의 e메일 주소로만 주고받을 수 있다. 또 퇴임 후에는 국가가 보관한다.

힐러리 클린턴은 그러나 규정을 어기고 국무장관 시절 자신의 개인 e메일 주소로 e메일을 주고받았다. 그 사실이 드러나면서 힐러리 클린턴은 공직자로서 자질이 부족한 인사로 낙인 찍혀 특히 야당인 공화당으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
민주당의 최대 유력 대권후보인 그녀로서는 정치적으로도 일대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개인 메일주소로 교신했던 모든 e메일 내용을 곧 정부에 제출하겠다는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으나 국가기록물 은폐와 공직자 자질부족 논란은 쉽사리 숙여들지 않고 있다.

사건이 불거지면서 힐러리 클린턴의 e메일 계정 아이디가 새삼 이슈가 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 사용한 문제의 개인 메일 주소는 'HDR22@clintonemail.com'이다. e 메일 주소상의 아이디인 ‘HDR22’가 과연 무슨 뜻인가를 놓고 지금 미국에서는 한창 논전이 벌어지고 있다.

‘HDR22’이란 아이디에서 앞 대목인 ‘HDR’은 힐러리 클린턴이 처녀 때 사용하던 이름의 약자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녀의 처녀시절 이름은 ‘힐러리 다이앤 로댐’이었다. 영어 원문은 Hillary Diane Rodham.
백악관
백악관

미국은 결혼과 함께 부인의 라스트 네임 즉 성(姓)을 남편 성으로 바꾸는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반드시 바꾸어야 한다는 강행규정은 근대에 와서 폐기되었지만 오늘날에도 거의 대부분의 여자들은 결혼하면서 남편 성에 맞추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은 이 관습을 따르지 않았다.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결혼 후에도 계속 처녀 적 이름인 Hillary Diane Rodham을 고수했다.

클린턴과 결혼하지 않았다면 자신과 결혼하는 또 다른 남자를 미국의 대통령으로 만들었을 것이라는 농담을 할 정도로 정체성이 뚜렷한 만큼 평소 자신의 이름에도 애착이 강했던 것이다.

힐러리가 결혼이후에도 ‘자기 성’을 고수하는 바람에 남편인 빌 클린턴이 엉뚱한 피해를 보았다.

결혼 직후 빌 클린턴은 고향인 아칸소 주에서 주지사에 도전하고 있었다. 중남부에 위치한 아칸소 주는 매우 보수적인 곳이다. 아직도 남녀의 역할을 엄격하게 구분한다. 결혼 후 남편 성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성을 고집하는 부인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힐러리의 성이 선거전의 핵심쟁점으로 부각되면서 지지율이 급락했다. 결국 첫 도전에서 클린턴은 고배를 마셨다.

빌 클린턴이 두 번째로 주지사 선거에 나서던 1975년 힐러리는 남편의 당선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자신의 성을 버렸다.

오늘날 힐러리 클린턴이라는 그녀의 이름은 이때 만들어진 것이다.

힐러리는 남편이 대통령에서 물러난 후 대통령에 도전하고 있다. 그녀는 오바마와 맞붙었을 때 선거 캠페인에서 클린턴이라는 성을 잘 사용하지 않았다. 클린턴이라는 성을 사용하면 자신의 정체성이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그래서 처녀시절 이름인 Hillary Diane Rodham을 부활시켰다.

법률적으로는 물론 클린턴이지만 선거전이나 일상생활에서 ‘로댐’이라는 처녀적의 라스트 네임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

이런 점 등으로 미루어 국무장관시절 사용한 개인메일 계정상의 아이디인 HDR은 바로 그녀의 처녀 적 이름인 Hillary Diane Rodham의 이니셜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그렇다면 HDR에 붙어있는 22란 수자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프리 리프브릭’이라는 미국의 한 언론은 미국 연방법(US Code) 제22편을 그 출처로 제시했다.

연방법 제22편은 대외관계를 규정하고 있는데 국무장관으로서 이 대목을 자주 보았던 힐러리 클린턴이 메일계정을 만들 때 22라는 수자를 추가했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그녀가 변호사 출신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그럴 듯해 보인다.

수자 ‘22’가 그녀의 나이를 의미한다는 추측도 있다. 1947년생인 힐러리는 만 22살이던 1969년 미국 최고의 명문 여자대학인 웰즐리를 졸업했다. 학생회장이면서 우수한 성적을 올린 힐러리는 졸업식 때 학생 대표 연설을 했다.
미국 수도 워싱턴 DC.
미국 수도 워싱턴 DC.

여성인권과 흑인민권을 소재로 한 그녀의 연설은 미국 언론에 크게 소개됐다.

메이저 언론들이 한 학생의 졸업연설을 대서특필한 것은 일찍이 유례가 드문 일이었다.

힐러리는 당시 연설과 언론보도가 정치인으로의 인생을 시작하게 만든 결정적 계기였다고 회고하고 있다. 22살에 뜻을 세운 것. 공자 식으로 표현하면 30세 아닌 22세에 이립(而立)의 경지에 오른 셈이다.

그 22세를 되새기며 22라는 수자를 아이디에 포함시켰다는 추론이다. 대통령을 꿈꾸며 대권행보를 하고 있는 정치인 힐러리에 초점을 맞춘 해석이다.

‘HDR22’라는 아이디에 힐러리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미국에 ‘HDR22’ 대통령이 출현할지 자못 귀추가 주목된다.

김대호 경제연구소 소장 tiger8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