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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고 색을 발산하는 빛의 아름다움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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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고 색을 발산하는 빛의 아름다움 새삼 깨닫는다

전혜정의 미술이 있는 삶(47)-예술이 된 빛

작가, 어린 시절 약한 감전 경험 독창적 예술로 승화

빛이 주는 다양한 효과 통해 관객들과 상호작용 시도

우리는 빛에 둘러싸여 있다. 태어나는 순간은 바로 어둠에서 빛으로 나오는 순간이며, 빛이 있고 없음에 낮과 밤을 구별하며, 어둠을 물러나게 하기 위해 밤이면 저마다 빛을 밝힌다. 우리에게 빛은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자 세상을 보게 해주는 소중한 것이지만, 우리에게 빛은 주로 수단으로서 기능한다. 책을 보고 어두운 밤에도 아무런 불편 없이 생활하도록 해주는 존재, TV와 스마트폰을 통해 뿜어져 나오는 정보의 빛, 그리고 양초에서 뿜어져 나와 우리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빛, 밤거리에서 서로의 존재를 내비치는 수많은 네온사인들. 목적을 위해 주위를 밝히는 빛의 존재는 우리에게는 언제나 주인공이 아닌 조연이었을 것이다.

키스 소니어 작 네온을 싼 네온(Neon Wrapping Neon), 1968이미지 확대보기
키스 소니어 작 네온을 싼 네온(Neon Wrapping Neon), 1968
키스 소니어(Keith Sonnier)는 빛을 매체로 사용하는 예술가 중의 하나이다. 그에게 빛은 작품을 비추는 조명이 아니라 작품의 주제 그 자체이다. 소니어의 작품 속 빛은 보는 사람들의 공간으로 빛이 지닌 강렬하고 순수한 색을 발산한다. 빛이 그리는 선들은 3차원 공간 속의 드로잉이 되어 밝은 색과 자유로운 선들로 춤추며 공간을 점유한다. 직선과 곡선의 자유로운 변주는 활기참과 흥겨움을 전해준다. 소니어의 빛은 풍부한 태양의 빛이 아니라 전기를 사용한 빛이다. 루이지애나 출신인 소니어가 전기에 매력을 느끼게 된 곳은 루이지애나 농촌 지역의 전기 담장에서의 경험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시골에 있었을 때, 우리 집은 전기 담장이 있었고 우리는 항상 감전되곤 했지요. 우린 감전되는 걸 좋아했답니다. 아시다시피, 시골에서는 스릴있는 게 거의 없거든요.” 전기에 대한 그러한 관심은 후에 빛을 매체로 사용하는 선구적인 예술작품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러나 스릴있는 감전에서 촉발한 전기에 대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소니어의 작품에서 새로움에 관한 강박적 충격을 주기 위한 요소는 찾아볼 수 없다. 그의 빛은 빛이 주는 색의 느낌을 풍부하게 발산해 작품을 보는 관람자가 빛과 만나고, 그 빛 안에 들어가고, 빛에 집중하도록 할 수 있는 그러한 효과를 준다.

키스 소니어 작 톨게이트(Tallgate), 2000이미지 확대보기
키스 소니어 작 톨게이트(Tallgate), 2000
키스 소니어 작 버팔로(Buffalo), 2007이미지 확대보기
키스 소니어 작 버팔로(Buffalo), 2007

소니어는 관람자가 벽에 걸린 작품을 보는 것 이상의 직접적인 참여를 하도록 하는 작품을 만들기를 원하고 있다. “내가 빛으로 작업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관객이 작품을 볼 때 관객에게 신체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관객과 상호작용하는(interactive) 작품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이 작품 앞에 서 있으면, 당신은 작품 안에 있는 것이고, 나는 관객이 작품의 일부가 되도록 하는 작품을 싶었습니다.…당신이 통과해 움직이는 사물들에 의해 육체적으로 심리학적으로 끊기는 그런 작품 말입니다.”

키스 소니어 작 자동차 세계(Motordom), 2004이미지 확대보기
키스 소니어 작 자동차 세계(Motordom), 2004
빛의 색은 근원에서 나와 관람자의 공간에 투사된다. 따라서 이는 부피를 지닌 듯 하다. 소니어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색이 강렬하고, 물질인 것이 되었을 때, 당신은 색을 사물로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색에 농도가 있고, 색은 사실 부피가 되는 것이지요.” 우리는 이러한 효과를 <자동차 세계(Motordom)>에서 볼 수 있는데, 이 작품에서 빛은 외부 로비 공간을 침투하여 빛이 반짝거림에 따라 공간을 변화시킨다. 네온관은 벽면을 따라 지나가거나 로비 주변을 걸을 때 자동차의 미등이 따라가는 것처럼 5분마다 반복해서 느리게 깜빡인다. 이 건물을 의뢰했던 정부 기관은 그 주의 도로와 다리 체계를 운용하고 있어, <자동차 세계>는 특히 그 공간에 어울리는 작품이 되었다. 매번 다른 순간에 빛의 특징과 색은 관람자가 인지하는 부피에 영향을 미친다. 빛이 주변 공간을 형성하기 때문에 관람자는 단지 작품을 보는 것 이상의 행동을 한다.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키스 소니어 작 큰 영양(Hartebeest), 2008
키스 소니어 작 큰 영양(Hartebeest), 2008
어린 시절 약한 감전의 경험을 통해 전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소니어는 주로 작품에 전압기와 배선을 이용해 전원이 분명히 드러나도록 한다. 그의 최근작 <큰 영양(Hartebeest)>은 실제 사람크기로 관람객은 커다란 푸른 뿔을 지닌 막대기 형태의 전기 인간과 대면하게 된다. 푸른 빛의 상승 곡선 이미지는 소니어가 아프리카 여행 중 그린 드로잉에 기반한 것으로, 그곳에서 그는 영양과 다른 긴 뿔 동물들을 보게 된다. 소니어가 네온을 사용하는 것은 단지 색의 속성과 관련된 것이지, 네온 사인과 관련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나는 내 작품 속 빛을 사랑하지만 그 자체가 네온 사인에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자연과 건축물에서 영향을 받았지요.”라고 말한다. 그의 작품은 우리에게 예술에서의 빛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그것은 주변을 비추고 공간에 색의 부피감을 창조하는 것이다. 가장 도시적인 전기 빛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작품들이 실상은 자연에서 영감을 받았고, 자연의 형태를 따른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전기와 네온이 전혀 없을 것 같은 아프리카 야생의 동물들은 소니어의 작업을 통해 빛의 선 형태를 띤 전기 네온 동물이 되어 공간을 빛으로 채운다. 소니어의 작품에서는 하이테크의 산업 생산들이 자연적이고 유기체적인 주제와 만나는 것이다.

키스 소니어 작 눈물의 터널(Tunnel of Tears), 2002이미지 확대보기
키스 소니어 작 눈물의 터널(Tunnel of Tears), 2002
개념적이고 미니멀적인 키스 소니어의 작품에서 우리는 빛의 아름다움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다. 반짝이고, 색을 발산하며, 건축의 일부가 되어 우리가 공간 속으로 들어가 보고 몸으로 느끼는 그런 빛을. 그리고 주인공이 된 빛이 주는 특별함을 작품과 함께 공유하게 된다.

작품 이미지 및 인터뷰 출처
http://sonnierstudio.com/
Patrick Frank, Prebles' Artforms: An Introduction to the Visual Arts, Pearson Education, Inc, 2014

●작가 키스 소니어(Keith Sonnier)는 누구?
1941년 미국 루이지애나 출생. 소니어는 사우스웨스턴 루이지애나 대학(the University of Southwestern Louisiana)을 졸업한 후 러트거스 대학교(Rutgers University)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1960년대 후반 뉴욕에 정착했다. 소니어는 라텍스, 새틴, 대나무, 발견된 오브제, 위성 송신 시, 비디오 등 기존 조각에서 사용하지 않던 재료들을 활용하여 작품 활동을 했으며, 1968년 네온의 빛을 작품에 도입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그의 작품의 핵심이 되었다. 1974년 John Simon Guggenheim Memorial Fellowship과 도쿄 국립 근대미술관(National Museum of Modern Art, Tokyo)의 제9회 국제 판화비엔날레(9th International Biennial Exhibition of Prints)의 1등상을 수상하고, 1975년 국립문화예술진흥기금(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을 받는다. 뉴욕의 레오 카스텔리 갤러리(Leo Castelli Gallery) 등에서 꾸준히 전시를 하고 있으며, 건축적 네온 설치 작품 및 네온 조각 등 주로 빛을 주제로 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필자 전혜정은 누구?
미술비평가, 독립 큐레이터. 예술학과 미술비평을 공부했다. 순수미술은 물론, 사진, 디자인, 만화, 공예 등 시각예술 전반의 다양한 전시와 비평 작업, 강의를 통해 예술의 감상과 소통을 위해 활동하고 있으며, 창작자와 감상자, 예술 환경 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고 있다. <아트씨드프로젝트(ART Seed Project): 시각문화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국민대 대학원 등에서 전시기획, 미술의 이해 등을 강의하고 있다.
전혜정 미술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