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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주의 미술산책(9)] 뉴욕의 미술관, 어디까지 가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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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주의 미술산책(9)] 뉴욕의 미술관, 어디까지 가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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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오 뮤지엄
자유와 민주의 땅을 상징하는 자유의 여신상, 뉴요커들의 휴식 공간 센트럴 파크(Central Park), 명품숍들이 즐비한 화려한 거리 핍스 애비뉴(5th Avenue)…. 뉴욕을 떠올리게 하고, 뉴욕을 상징하는 것들은 너무나 많다. 경제의 도시, 뮤지컬의 도시, 패션의 도시, 그리고 문화·예술의 도시, New York! 뉴욕은 세계 1위 도시답게 여러 분야에서 발전을 이루었지만 20세기 현대미술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미국미술이고 그 중심이 뉴욕이듯, 뉴욕은 멋진 미술관들로 가득한 미술의 도시이다. 뉴욕현대미술관(MoMA),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 등 크고 잘 알려진 미술관 외에도 꼭 가봐야 할 흥미로운 미술관들이 많다.

롱 아일랜드 시티(Long Island City)에 위치한 P.S.1은 Pre School의 약자를 따서 지어진 이름으로, MoMA와 함께 운영되는 작은 미술관이다. 보다 젊고 작품들, 설치나 미디어아트 등을 위주로 전시하는 공간이며 폐교를 리뉴얼하여 만들어진 곳으로, 미술관이라기보다 편안한 예술가의 작업실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정형화된 갤러리 공간에 반기를 들고 그를 대체하는 공간(Alternative Space, 대안공간)에 대한 필요성이 재기되었던 70년대, 전시기획자이자 대안공간에 대한 운동을 주도했던 알라나 헤이스(Alanna Heiss)가 미술과 도시자원협회(Institute for Art and Urban Resources Inc.)를 설립하고 뉴욕의 오래된 건물들을 예술공간으로 변화시키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1976년에 만들어진 미술관이다. 2000년에는 MoMA와 결연을 맺어 한달 내에 이용했던 MoMA 입장권으로 PS1의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1년에 한번 젊은 건축가를 선정하여 PS1의 옥상에 야외전시를 하는 프로젝트 작업이 이루어지는 YAP(Young Architects Program), 6월부터 여름 주말에 열리는 Warm-up Party 등 다양한 이벤트가 있으니 뉴욕의 젊고 신선한 예술을 느끼고 싶다면 한번쯤 가보아야 한다.
바리오 뮤지엄
바리오 뮤지엄
뉴욕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작은 미술관이 있다. 바로 포트 트라이온(Fort Tryon) 공원 내에 위치한 클로이스터스 미술관(The Cloisters)이다. 뉴욕의 끝자락, 우거진 나무와 풀내음이 잠시 도시를 벗어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곳이다. 1938년에 개관한 클로이스터스 미술관은 프랑스 남부의 수도원 건물 일부를 그대로 옮겨와 조립식으로 지어졌다. 잘 알려진 미국의 부호 록펠러 가족의 막내 아들인 존 D. 록펠러 주니어(John Davison Rockefeller. Jr)가 수집한 소장품들을 모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기증하고 공원 부지와 건축비도 모두 선뜻 내주었다고 한다. 덕분에 많은 뉴요커들과 관광객들은 복잡한 뉴욕 도심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허드슨 강가의 탁 트인 전망과 함께 중세 미술품과 아름다운 정원을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모마 PS1  Warm Up Party이미지 확대보기
모마 PS1 Warm Up Party
뉴욕에는 뮤지엄 마일(Museum Mile)이라는 것이 있다. 센트럴파크의 오른쪽인 핍스 애비뉴, 매디슨, 파크 애비뉴 지역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비롯해 구겐하임, 휘트니 미술관, 노이에 갤러리 등 유명 미술관들이 다수 자리하고 있는 길을 뮤지엄 마일이라고 하며 늘 방문객들로 붐비는 지역이다. 하지만 이 뮤지엄 마일의 북쪽 끝자락, 이스트 할렘(East Harlem)에 위치한 바리오 미술관(El Museo del Barrio New York)에 다다르면 관광객들은 어느새 보이지 않는다. 이스트 할렘은 라틴계 사람들이 사는 동네로 바리오 미술관은 라틴 아메리카 미술 및 문화를 위주로 한 전시가 열리는 곳이다. 고아원이었던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전시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이 미술관은 모두가 라틴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가 철마다 열고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을 활발히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술관 맞은편에 위치한 비밀스러운 문을 통해 센트럴 파크 정원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엄청난 규모와 아름다운 양식을 갖추고 있는 것에 비해 관광객들에게 비교적 알려져 있지 않아서 바리오 미술관과 함께 진정한 뉴요커가 된 느낌으로 즐기기 좋은 곳이다.

모마PS1
모마PS1
이 외에도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미술을 만날 수 있는 노이에 갤러리(Neue Galerie), 맨하탄 한복판의 화려한 저택에서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프릭 컬렉션(The Frick Collection), 아름다운 카페와 신성한 분위기로 유명한 유대인 미술관(The Jewish Museum) 등 추천하고 싶은 곳이 참 많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느 미술관을 가든 뉴욕에서 뿌리내린 다양한 문화, 다양한 민족의 미술을 존중하고 즐기는 마음이다. 뉴욕에 간다면 한번쯤 화려한 명품거리와 타임스퀘어를 벗어나 뉴요커가 되어 주택가에 위치한 작고 조용한 미술관을 찾아가 보길 바란다. 지도는 버리고 향긋한 커피 한잔을 들고, 또 다른 문화를 만나러 간다는 마음으로 말이다.
강금주 이듬갤러리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