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음식은 더욱 더 맛있게, 더 건강하게, 그리고 더 아름답게 진화하고 있다. 요리는 입으로만 먹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도 먹는 것이기에. 음식은 예술이 되고, 눈으로 먹는 행위 자체도 예술이 된다. 결국 예술도 음식을 닮으려 한다. 아트는 이렇듯 다른 분야와 만나며 계속 확장하고 진화한다.
미술관 내에 아름다운 음식을 판매하는 레스토랑이나 카페를 만드는 것은 전 세계 유명 미술관들의 트렌드로 어느새 자리매김 했다. 샌프란시스코의 현대미술관 카페에는 몬드리안(Piet Mondrian) 작품과 똑같이 생긴 알록달록한 케이크, 세라(Richard Serra)의 작품처럼 구조물을 스스로 만들어보며 먹을 수 있는 쿠키 등을 팔고 있다. 유명한 이탈리안 셰프 마시모 보투라(Massimo Bottura)의 레스토랑에서 가장 유명한 디저트 ‘오, 레몬 타르트를 떨어뜨렸어(Oops, I dropped the lomon tart)'는 부서진 노란색 타르트의 독특한 모양새로 현대미술을 보는 것 같은 경지의 플레이팅을 보여준다.
음식과 먹는다는 것 자체를 예술의 소재로 다루는 예술가들도 많다. 캠벨 수프, 하인즈 케첩, 아이스크림과 바나나 등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유명한 팝아트의 대가 앤디 워홀(Andy Warhol)은 음식 드로잉이 담긴 레시피 북 ‘Raspberries'을 만들었다. 또 다른 팝아티스트 클래스 올덴버그(Clases Oldenburg)도 아주 거대한 햄버거, 프렌치 프라이, 음식이 올려진 숟가락 등을 제작하여 음식을 통해 미국의 현대사회를 표현하곤 했다.
현대 사진작가 안드레아 거스키(Andreas Gursky)는 대량 생산된 식품들이 가득히 진열된 마트의 장면을 담은 마트 시리즈를 선보인 것으로 유명하고 로라 레틴스키(Laura Letinsky) 식사 후 테이블 위의 모습이나 먹다 남은 음식을 사진으로 찍어 고전 정물회화처럼 보이게 하는 작업으로 인간의 먹는 행위를 현대미술로 재해석하였다.
뉴욕 모마에서는 앞서 언급했던 앤디워홀, 올덴버그, 그리고 코세 반 브루겐(Coosje van Bruggen)과 윌 라이먼(Will Ryman) 등 음식을 주제로 다루었던 작가들의 작품들을 함께 살펴보고 다시 재해석 하여 만들어보는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열기도 했으며 ‘음식이 예술이 될 수 있는가?(Can Food Be Art?)’를 주제로 한 강연을 기획하며 음식과 예술의 교집합을 모색하고 예술의 범위를 보다 확장시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접시 위에 화려한 색감과 조형물 같은 형태를 뽐내며 놓인 프렌치 요리도 하나의 예술이고, 흔히 먹는 음식을 예술가의 눈으로 재해석한 현대미술 작품도 예술이며, 마트에 진열된 식료품과 먹다 남은 음식을 찍은 사진도 예술이 되는 시대다. 인간에게 먹는 것은 가장 큰 행복 중 하나이기에, 음식과 예술의 만남은 어쩌면 우리에게 참 즐거운 일이다. 삼시세끼를 척척 만들어내는 배우 차승원의 요리 솜씨를 보고 재밌어 하고 배고픔을 느끼는 누군가라면, 앤디워홀이나 로라 레틴스키의 작품도 편하고 재밌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아트는 이렇게 또 한 걸음 우리들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
강금주 이듬갤러리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