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쌀이 부족하였던 시기에 육종을 통해 통일쌀로 자급률을 높였고 점차 맛있는 밥, 안전한 쌀 등 시대에 따라 소비자의 요구가 달라져왔다. 21세기에 들어와 쌀 생산량이 증가하고 소비량이 줄어들면서 생명과 민족의 얼로 여겼던 쌀에 대한 정책이나 생각이 변하게 되었다. 그 동안 쌀이라고 하면 도정한 백미만 말했던 것으로부터 왕겨를 제거한 도정하지 않은 현미의 영양 및 생체조절기능면이 강조되면서 전곡(whole grain)을 섭취하도록 강조하였고 밥맛 때문에 발아현미가 소개되었다. 이와 함께 쌀 가공에 대한 범위도 넓어져 밀을 대체하고 식량자원을 확보하려는 노력으로 진행되었다.
동물성 유장단백질의 용도가 다양하게 쓰이고 있는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단백질로 식물성 원료 중에 용해성 쌀 단백질을 꼽을 뿐만 아니라 불용성 글루텔린 단백질도 안전한 소재로써 관심이 증가되고 있다. 탄수화물 중에는 식이섬유 함량이 매우 높고 그 중 보습성과 미백 효과를 갖는 식이섬유가 함유되어 화장품의 원료로도 사용되고 있으며, 독특한 특성과 작은 입자로 활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분입자 등을 가져 지방대체제나 나노입자로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하게 쓰일 수 있는 소재다. 기타 가바, 파이토케미칼, 유색미의 색소성분 등 구성성분 하나하나가 고부가가치의 소재로 활용될 수 있음이 이미 알려져 있는 상태다.
쌀에 대한 연구는 주로 육종을 통한 수확량 증가와 품질개선 즉 우리나라 소비자가 좋아하는 찰지고 윤기있는 밥맛을 갖는 쌀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맛있게 밥을 짓기 위한 방법, 저장에 따라 밥맛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방법 등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관행재배에서 친환경재배로 바뀌었고 밥으로 소비가 감소하면서 쌀과 쌀가루로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려는 연구가 꾸준히 지속되었다. 쌀을 이용한 전통식품의 산업화, 무균포장밥의 등장, 다양한 죽의 개발, 가래떡과 떡볶이의 변신, 쌀국수의 등장 등 쌀 소비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쌀과 밀의 차이점 및 이런 차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안 모색보다는 쌀가공산업이 우리보다 앞선 일본의 노하우와 기술을 선별없이 들여오게 되었고 쌀가루를 이용한 밀가루 대체 산업의 발달을 기대하고 있었다.
쌀은 식량자원으로서 역할을 담당해왔지만 시대에 따라 그 연구방향은 달라졌으며 이 분야의 연구를 30여년간 하다 보니 쌀의 고유한 특성을 알게 되고 쌀알을 마주하면서 쌀이 미래에 어떤 역할로 우리와 가까워질 수 있는지 조금은 알 수 있게 되었다. 즉 쌀은 우리나라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미래의 유력한 식량자원이며, 벼로부터 쌀알에 낮은 기술에서 첨단기술까지 적용하여 단기 및 장기적인 계획 하에 소재화한다면 활용성 증대는 물론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주변에 있는 누구에게 질문을 해도 쌀에 대해서는 자신 있게 대답할지 모르나 과학적 정보를 정확하게 알지 못한 상태로 잘못 알려진 부분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우리의 쌀 연구는 거의 다 이루어진 것으로 인지하고 있어 21세기 이후 쌀의 우수성을 확인하고 새롭게 연구를 진행하는 나라보다 더 제한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쌀알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쌀알이 갖고 있는 비밀을 벗겨나간다면 미래의 식품산업을 주도 할 수 있는 근간산업으로서 식품학자들이 빛의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신말식 전남대 식품영양과학부 교수